임박한 영수회담, 포퓰리즘 뺀 물가안정책 기대

2024-04-27     이상훈 기자
이상훈 유통제약부장

고개를 드는 두더지를 향해 힘차게 방망이질을 하는 게임이 있다. 어디서 튀어 나올지 모를 두더지 때문에 방망이를 든 채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던 어린 시절 추억의 게임이다. 

두더지 게임은 수년째 물가인상이 지속되면서 언제 어디에서 터질지 모를 가격인상 조짐에 임기응변식으로 대응하는 정부의 물가안정 대책과 꼭 빼닮았다.

가장 최근에는 롯데웰푸드가 두더지 게임 주인공이 됐다. 롯데웰푸드는 지난 4월 18일 빼빼로를 비롯해 코코아(카카오 열매를 가공한 것)를 원료로하는 제품 17종에 대한 가격인상 계획을 발표했다. 당장 5월 1일부터 12% 가량 관련 제품 가격이 오를 예정이었다.

하지만 롯데웰푸드는 4일 뒤인 4월 22일 가격인상 시점을 1개월 뒤로 늦추기로 했다. 정부의 인상 시기를 늦춰달라는 간곡한(?) 요청이 있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식음료 업체에 대한 가격 인상 자제 요청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오뚜기, 풀무원, 빙그레 등도 가격 인상 방침을 철회한 바 있다. 

제품 가격을 인하한 업체도 있다. CJ제일제당, 삼양사, 대한제분 등이 밀가루 가격을 인하한게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에는 라면업체들도 일부 제품에 대한 가격을 인하하며 정부의 물가안정 대책에 동참하기도 했다.

정부의 시장 경제 원리를 뒤흔드는 물가안정 대책에도 물가는 좀처럼 잡힐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금의 두더지 게임식 물가안정 대책은 임기응변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 시장환경도 고물가를 부추기고 있다. 국제 곡물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현재 진행형인데다, 글로벌 유가 핵심 가운데 하나인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위기도 부담스럽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식음료 업계에서는 보다 실효성 높은 물가안정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할당관세 적용 범위 확대가 중심에 있다. 할당관세는 특정 수입 물품에 대해 기간을 정해 놓고 일정 수량까지 낮은 세율을 적용한다. 반면 그 수량을 초과해 수입할 경우 높은 세율이 적용된다. 

기업입장에서는 할당관세 적용 범위가 넓어지면 비용부담이 줄어들고 정부의 물가안정 대책에 동참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길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거대야당인 민주당은 민생물가를 잡을 첨병으로 양곡관리법과 농수상물 유통 및 가격안정법 개정안을 꼽고 있다. 주요 곡물과 농산물에 가격보장제를 도입하자는 게 핵심이다. 취지만 놓고보면 식음료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실효성을 기대할 만한다. 물론 해당 법안을 둘러싸고 반대 논리도 무시할 수 없다. 과도한 예산이 소요되는데다, 농업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이유다.

때마침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영수회담을 갖는다고 한다. 이 자리에선 민생대책 등 현안이 주요 의제에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영수회담을 통해 그동안 정부가 펼쳐온 ‘무기한 가격안정 자금 지원’이나, 이재명 대표가 공약한 ‘물가안정자금 25만원’이라는 단기적 관점의 ‘포퓰리즘 정책’이 아닌 보다 장기적 관점의 실효성있는 물가안정책 도출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