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로 뻗어가는 K-보안 "정부도 동참"

보안업계 화두 '글로벌' 정부 '정보보호산업 글로벌 경쟁력 확보 전략' 일환 보안업계, 오는 24일부터 日 IT 박람회 참여 예정 앞서 미국ㆍ중동 보안 박람회서 현지 공략 나서

2024-04-23     신경민 기자

국내 보안업계가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면서 중동 시장에 이어 미국, 일본 시장 진출도 타진하고 있다. 지난해 정부가 보안업계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지원을 약속한 가운데, 보안업계 최대 화두로 '해외 진출'이 떠오르면서 현지 시장에서 파트너와 고객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된 분위기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9월 국내 정보보호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 전략을 밝혔다. 2027년까지 1조 1000억원을 투자해 글로벌 5대 보안 강국으로 도약하는 것과 동시에, 시장 규모를 30조원으로 키우고 유니콘 기업을 본격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연구개발(R&D)를 강화해 핵심 기술을 확보하면서 글로벌 진출을 위한 다양한 지원 정책도 발표했다. 

국내 2배... 일본 보안 시장 진출 움직임 

국내 보안기업들은 현재 다양한 활로로 글로벌 시장 진출에 나서고 있다. 특히 중동과 미국에 이어 일본에서 국내 보안 기술을 선보이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오는 24일부터 26일까지 일본 도쿄 빅사이트에서 열리는 일본 최대 규모 IT 전시회 '재팬 IT 위크 스프링 2024'에 한국 보안 기업이 대거 참석한다. 

사진=한국정보통신기술산업협회(KICTA).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KISIA) 주도로 구성된 한국공동관은 가온브로드밴드, 스틸리언, 이글루코퍼레이션, 파이오링크, 펜타시큐리티 등 7개사가 함께 운영하며, 안랩, 소프트캠프, 스패로우는 별도관으로 참여한다. 부스를 통해 각 사는 한국의 제로트러스트·클라우드·AI 차세대 보안 기술을 선보일 계획이다. 한국정보통신기술산업협회(KICTA)는 국내 AI 스타트업 참가를 지원했다. 

국내 기업들은 현지 방문객을 대상으로 자사 제품과 차세대 기술을 선보일 방침이다. 

파이오링크는 지난해 일본 시장에서 65억원의 매출을 올린 네트워크·보안 제품 '티프론트'를 전면에 내세웠으며, 이글루코퍼레이션은 보안 운영 및 위협 대응 자동화(SOAR) 솔루션 '스파이더 쏘아'와 분류형·설명형·생성형 AI 기술 기반 AI탐지 모델 서비스 '에어'를 시연할 예정이다. 스틸리언은 올 상반기 일본 지사 설립을 완료할 예정이라고 밝힌 가운데, 앱보안 통합 솔루션 '앱수트 프리미엄'을 필두로 관련 시리즈를 공개한다.

안랩은 기업·기관이 사이버위협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안랩XDR, 안랩TIP, 운영기술(OT)보안프레임워크, 안랩 V3(기업용) 등을 중점 선보인다. 소프트캠프는 이번 전시회에 '제로 트러스트 텔레워크 보안 대책'을 주제로 참가해 제로 트러스트 기반 웹 격리 보안 서비스 '실드게이트'와 공급망 보안 솔루션 '엑스스캔'을 선보인다. 스패로우는 애플리케이션 보안 취약점 분석 솔루션들을 대거 선보일 예정이다.

국내보다 큰 보안 시장을 지닌 일본에서 비즈니스 기회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네트워크 보안협회(JNSA)에 따르면 일본 보안 시장 규모는 지난해 1조 4983억엔(약 13조원)으로 국내 보안 시장의 2배 이상이다. 또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의 실태조사 통계표(2022년 기준)에 따르면 정보보안 산업 수출 비중이 가장 큰 나라는 일본(44.0%), 미국과 중국(각각 13.9%)로 나타난 점에서 수출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풀이된다. 

K-보안, 북미 시장 교두보 마련

불과 2주 전에는 국내 보안기업들이 미국 출장길에 오르기도 했다.

미국 보안산업협회(SIA)가 후원하는 미국 최대 규모 보안 전시회 'ISC 웨스트 국제 보안 컨퍼런스'가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열린 가운데, 글로벌 진출을 위해 국내 보안기업들과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KISIA)도 현지 겨냥을 위해 나선 것이다. 

2024 ISC WEST에서 운영되는 한국관 모습. 사진=연합뉴스.

미국은 전 세계 보안 시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국가다. 사이버, 클라우드, 물리보안 등 다양한 보안 분야에서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실제 미국 보안 시장은 국내 보안 시장의 약 34배 규모에 달한다. 지난 2021년 기준 미국 보안 시장 규모는 1천 500억 달러(204조9750억원)이었다. 또한 미국에 있는 사이버보안 ETF 중 CIBR의 경우 최근 1년 주가 수익률이 25.1%에 달하면서 성장세를 입증했다. 

올해 ISC 웨스트 본 행사의 첫 시작을 알리는 키노트 주제는 '사이버 보안, 업계 리더를 위한 큰 그림'으로 사이버 위협에 대한 대응 전략이 골자다. 이에 맞춰 국내 보안 기업도 현지 방문객을 대상으로 자사 제품과 기술을 선보였다.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KISIA)가 마련한 한국관에는 딥노이드, 수퍼게이트, 스마트레이더시스템, 아이닉스, 아이씨티케이, 에니셀 등 주요 기업이 참석했다. 특히 단독 부스를 마련한 슈프리마는 출입통제 및 영상감시를 통합한 AI 통합 보안 솔루션과 써드파티 클라우드 플랫폼과 연동되는 출입인증서비스 '클루' 등 차세대 보안 기술을 선보였다. 

미국 현지 공략을 위한 시도는 계속될 예정이다. 오는 5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정보보안 박람회 'RSA 콘퍼런스'에도 국내 기업들은 참가 준비를 위해 분주하다고 전해진다. 

'오일머니' 중동서 새로운 판로 개척할까

국내 보안 기업들의 대규모 행사 참여는 ISC 웨스트가 올해 2번째다. 올해 출발선에는 중동이 있었다. 실제 국내 보안업계들은 중동 시장에 잇다라 출사표를 던지며 새로운 판로의 희망을 찾는 움직임을 지속적으로 보이고 있다.

그 일환으로 여러 보안 기업들이 지난 3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개최된 '리프(LEAP) 2024'에 참가했다. 리프2024는 사우디통신정보기술부가 주최하는 중동 최대 빅테크 전시회다. 행사가 끝난 후에도 일부는 현지 기업과의 추가 네트워크 일정까지 소화하고 돌아왔다고 전해진다.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진행된 중동 최대 IT 전시회 ‘LEAP 2024’에 마련된 한국관. 사진=연합뉴스.

중동이 주목되는 이유는 정부 정책과 시장 성장세에 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가 추진하는 '비전2030'과 미래형 신도시 '네옴시티' 등이 고무적 요인으로 꼽힌다. 미래형 신도시를 구축할 때 '보안 시설'에 대한 수요가 늘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또 예측되는 시장 성장세도 큰 편이다. 시장조사업체 모도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중동 보안 시장은 2022년부터 2027년까지 연평균성장률 13.8%를 기록할 것으로 추산된다. 

중동 진출이 가속화되는 움직임도 엿보인다. 지니언스는 올해 중동 지역에 자사 보안 솔루션 'NAC'의 누적 고객을 40곳 확보하면서 전체 글로벌 고객사 중 38%가 중동 지역이 됐다. 양자보안전문기업 노르마는 사우디아라비아 킹파드석유광물대학과 기술교류 파트너십을 체결했으며, 안랩은 사우디 국영기업 사이트(SITE)와 사이버 보안 합작법인 설립 소식을 전했다. 

사진=안랩.

정부도 힘을 보탠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민관협력형 시큐리티 원팀 코리아'를 운영해 정보보호 산업의 중동 지역 진출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과기정통부는 한국인터넷진흥원(KISA)과 'K-시큐리티 글로벌 웨비나'를 개최해 정보보호 해외 전략거점 정보를 공유하는 한편 부처ㆍ기관ㆍ기업 등 현지 파트너와 교류 및 국가별 전시회 등도 주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국내 보안기업들은 정보보안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동남아시아 국가에서도 신규 비즈니스 기회를 발굴하며 해외 사업 확장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각 지역 니즈에 부합하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형 AI, CTI 서비스를 확대 제공하는 한편, 대규모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참여에도 힘을 보태는 등의 방안을 통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