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재건축 규제 완화’ 논란, 쟁점은?
주택문제 해결 효과적 방안 vs 명백한 정부 실패
윤석열 정부 경제정책의 메인 슬로건인 ‘규제 완화’ 기조의 대표적 실천안인 재건축 규제 완화가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국민적 여론은 찬성에 무게가 실렸다. 그러나 최근에는 여론이 달라졌다. 급진적 규제 완화로 인한 정책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강한 의지
재건축 규제 완화는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전부터 강조했던 경제 정책 공약이다. 윤 대통령은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를 통해 총 250만 호의 주택을 추가로 공급해 치솟은 집값을 안정화할 것”이라면서 문재인 정부 시기 부동산 정책과의 확실한 차별화를 추구하겠다는 의지를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다.
이러한 정부의 기조에 대한 국민적 여론은 매우 긍정적이었다. 지난해 5월 엠브레인퍼블릭·한국리서치·코리아리서치·케이스탯리서치 등 국내 주요 여론조사업체들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1명을 대상으로 3일(5월 16일~18일) 간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부동산 정책에 대한 인식’에 대해 조사했다. 조사 결과 설문 참여자들의 74%는 재건축 규제 완화에 대해 “찬성한다”고 응답했으며 “반대한다”는 응답은 17%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여론에 힘입어 정부는 노후신도시 재정비가 예정된 지역에서 지난 1월 10일 개최된 대통령 주재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 토론회 두 번째’에서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 및 건설경기 보완방안>을 발표했다. 지역 주민들의 선택에 따라 재건축·재개발이 시행될 수 있도록 한다는 원칙하에 이를 위한 실천 방안에는 안전진단 없이 즉시 착수되는 재건축의 허가, 재개발 노후도 요건의 완화(2/3 → 60%, 재촉지구 기준 50%) 그리고 신축빌라가 있어도 가능한 재개발 허가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이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본 개정안에는 건축 후 30년이 지난 아파트의 경우 안전진단 평가를 통과하지 않아도 재건축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과 기존 ‘안전 진단’의 명칭을 ‘재건축 진단’으로 바꾸는 등의 대폭 규제 완화가 포함됐다.
여론이 달라졌다?
‘규제 완화’ 측면의 일관성을 보이는 재개발 정책들은 지난해만 해도 과도한 안전진단 규제로 인한 노후화 주택의 재건축 지연, 주택 공급 부족 그리고 국내 건설경기 침체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이라는 평가가 우세했다. 그러나 최근 여론은 달라졌다. 급진적 규제 완화로 인한 부작용이 클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지난 6일 경제정의실천연대(이하 경실련)은 “윤석열 정부 재건축 규제완화, 이대로 괜찮은가?”를 주제로 하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다수의 국내 부동산 전문가들은 현 정부 정책을 부정적으로 해석했다.
경실련 도시개혁센터 운영위원장인 황지욱 전북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직주근접(주거지역과 업무지역의 가까운 거리)을 기반으로 주거입지와 규모의 분석 없이 수도권과 대도시를 중심으로 주택 공급의 물량공세를 강화하면 이는 수도권 인구집중과 비수도권의 지방쇠퇴 심화 등의 불균형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창수 가천대학교 도시계약학과 교수는 “현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들은 시장주의가 아닌 자유방임주의로, 이는 헌법 정신에 위배되는 것”이라면서 “시장메커니즘에 일임된 자유는 이익을 극대화하는 일부에게만 국한되며 국민 대다수에게는 오히려 속박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천일 강남대 부동산건설학부 교수는 정부의 전면적 규제완화에 대해 “주택시장 참여자들에게 잘못된 시그널을 주는 명백한 정부실패”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런가하면, 최근에는 친 정부 성향의 보수 미디어에서도 국내 전문가들의 지적과 일맥상통하는 관점으로 현 정부의 정책을 우려하기 시작했다. 급진적 안전 진단 규제 해제는 지난 정부의 대표적 실책인 부동산 가격 폭등을 비롯해 재개발의 동시다발적 진행으로 인한 전·월세 시장의 불균형을 야기할 수 있다고 다수의 미디어들은 전망했다.
진보 성향의 미디어들은 “4월 총선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정부와 여당의 포석”으로 현 정부의 재건축 규제 완화 기조를 해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