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반값 전기차…수소차, 친환경차 대세로 떠오를까

전기차 보조금은 매년 줄어들어 서울시 수소차 구매 보조금 3250만원 지원

2024-02-13     이소영 기자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수소 충전소. 사진=연합뉴스

올해 전기차 보조금 지급 조건이 엄격해진 가운데 수소차 보조금은 지난해와 같은 수준을 유지하거나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보조금 축소로 저물어가고 있는 반값 전기차 자리를 ‘반값 수소차’가 대체할 수 있을 것인지 관심이  집중된다.

환경부가 발표한 올해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에 따르면 전기 승용차 국고 보조금 최대치는 중·대형차 기준 650만원으로 지난해보다 30만원 줄어들었다. 전기 승용차 국고 보조금 지급 대상의 기본 가격은 지난해와 동일한 8500만원 미만이지만, 보조금을 최대로 받을 수 있는 기준은 지난해보다 200만원 줄어든 5500만원 미만이다. 5500만원~8500만원 사이의 차량은 50% 보조금만 지급된다.

구체적으로 △테슬라 모델 Y △폭스바겐 ID.4 △폴스타2가 지난해와 달리 전액 보조금을 받을 수 없게 됐다. 전액 보조금 지급 기준 가격이 낮아지자 폭스바겐은 선제적으로 ID.4 차량 가격을 기존 5690만원에서 5490만원으로 낮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조금 수혜를 100%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환경부가 이번 개편안부터 배터리 효율과 재활용 가치를 계산해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테슬라 모델 Y에 탑재된 LFP 배터리의 경우 삼원계(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보다 효율이 낮아 차량 가격을 낮춰도 보조금을 전액 지급 받기 어려워 진다.

실제도 전기차 보조금은 해가 지날수록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2017년 대당 1400만원이던 국고 보조금최대 지급액은 △2018년 1200만원 △2020년 820만원 △2022년 700만원 △2023년 680만원에서 올해 650만원까지 축소됐다. 초창기 반값에 구매할 수 있는 전기차를 기대하기란 사실상 어려워진 것이다.

◆ 수소차 시장 활기 얻을 수 있을까?…“한계 명확”

반면 수소차 시장은 역성장 속에서도 활기를 얻고 있다. 12일 서울시는 올해 약 166억원을 투입해 수소승용차 102대와 수소버스 42대를 보급한다고 밝혔다. 서울 시민이라면 국고 보조금 2250만원과 지자체 보조금 1000만원을 포함해 3250만원 가량 저렴하게 수소차를 구매할 수 있다. 수소차를 구입하면 보조금 외에도 최대 660만원의 세제 감면, 공영주차장 요금 및 고속도로 통행료 50% 감면, 남산터널 혼잡 통행료 면제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수소 모빌리티 선도도시로 거듭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수소차 이용자의 편의를 위해 충전 인프라 또한 꾸준히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타 지자체들도 수소차 보조금을 2023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 및 확대한다. 강릉시는 1200만원의 지자체 보조금을 지급, 강릉시에 거주하는 수소차 구매자라면 총 3450만원의 보조금을 수령할 수 있다. 보령시의 경우 국고 보조금과 지자체 보조금 외에도 500만원의 추가 보조금을 지급한다. 에너지그린도시답게 수소차 확대에 앞장서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수소차 대중화를 가로막는 걸림돌인 ‘인프라’ 구축에도 힘쓰는 모습이다. 지난 2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수소차 운전자들이 편리하게 연료를 충전할 수 있도록 충전소 설치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수소 충전소는 안전상의 이유로 주택, 상가 등 주변 시설과 12~32m의 안전거리를 의무 확보해야 한다. 정부의 목표는 지난해 기준 192개인 수소 충전소를 2030년까지 458개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수소연료전지 기술을 지닌 현대차의 경우도 수소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차는 최근 미국 LA에서 열린 ‘CES 2024’에 참가해 수소차 대전환 의지를 드러냈다. 현대차는 오는 2025년까지 넥쏘 후속 모델을 출시하고, 이동형 수소 충전소 운영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정의선 회장도 CES 현장에 참석해 “수소는 저희 세대가 아니고 저희 후대를 위해서 준비해놓은 것이 맞다”며 수소차 개발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정부는 ‘탄소 배출량 저감’이라는 대외적인 목표 아래 수소차 대중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사실상 수소차 지원을 바라는 현대차의 요구에 대한 화답일 수 있다는 의견이다. 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는 “정의선 회장이 CES 2024에서 수소차에 대해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은 수소 생태계 관련 정부의 지원을 기다린다는 의지의 표명”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정부와 기업이 적극적으로 수소차 전환에 앞장서고 있지만 넘어야 할 ‘벽’도 분명하다. 전기차나 하이브리드차에 비해 수소차 자체가 가진 소비자 유인 요인이 약하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도 정부는 올해와 같은 규모의 보조금을 지급했지만 현대차 넥쏘의 판매 실적은 전년 대비 55% 줄어든 4601대에 그쳤다. 

국내 수소차 시장 자체를 키우기 위해선 다양한 수소차의 등장도 대비해야 한다. 현재 국내 수소차는 현대차의 ‘넥쏘’ 뿐이다. 이에 각 지자체들도 넥쏘 모델 한정으로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혼다가 연내 글로벌 시장에 SUV 모델인 CR-V에 기반한 수소차를 출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요타도 최근 미라이 2024년형과 수소차 모델이 추가된 크라운 세단을 출시했다. 도요타 미라이는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현대차 넥쏘를 앞지른 베스트셀링 모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