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들어간 무신사, IPO 준비하나
상장 전 재무구조 정비, 일반적인 일 사측 “자회사 경영악화, 효율화 필요”
패션 플랫폼 무신사가 ‘몸 만들기’에 나섰다. 복지를 줄이고, 수익 낮은 사업은 종료하고 있다. 이는 기업공개(IPO)를 앞둔 대부분의 기업이 하는 행동이라는 평가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일반적으로 IPO 전 재무제표를 좋게 만드는 것을 ‘몸 만들기’로 표현한다. 이 경우 기본적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은 늘리고 손실을 축소하도록 방향을 잡는다. 최근 무신사가 IPO 준비에 돌입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26일 IB업계에 따르면 무신사는 IPO를 준비 중이다. 투자금 유치 당시 올해까지 IPO를 조건으로 걸었기 때문이다. 올해 IPO불발땐 과도한 이자 등 불이익이 예상된다. 잇따라 보여주는 긴축경영 행보도 이를 뒷받침 한다는 주장이다.
앞서 무신사는 2019년 세콰이어캐피탈과 투자계약을 맺었다. IB업계에 따르면 당시 무신사는 1000억원 상당 투자금을 유치했다. 해당 계약 주요 내용 중 하나가 2024년 안에 상장하지 못하면 연이자 8%에 투자금을 더한 풋옵션 체결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한문일 무신사 대표는 지난해 11월 기자간담회에서 2025년까지 IPO 계획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잇따르는 복지와 사업 축소
무신사는 지난해부터 복지를 축소하고 있다. 먼저 지난해 9월 재택근무 완전폐지를 놓고 회사가 들끓었다. 당시 사측에서는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조치라 답했지만 사내 분위기는 냉랭해졌다. 재택근무는 ‘무신사 스타일’로 받아들여질 만큼 직원들은 물론 구직자가 선호하는 복지 제도였다.
실제 무신사는 2022년 5월부터 다양한 재택근무 제도를 운영했다. ‘하이브리드 근무’는 주 2회 재택근무를 기본으로 부서별로 상황에 맞춰 출근과 재택근무를 조율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얼리 프라이데이(Early Friday)’ 제도는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에는 4시간 근무 후 퇴근하는 형태다.
직원들의 강한 반발로 재택근무 완전폐지는 철회됐지만 상사 눈치에 재택근무가 사실상 사라진 팀도 있다는 후문이다. 지난해 9월에는 어린이집 설치 계획의 ‘전면 폐지’ 소식을 전한 한 임원이 “(어린이집을 왜 짓나) 벌금을 내고 말겠다”고 말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오는 2월에는 사업성 낮은 ‘레이지나잇’ 서비스도 종료한다. 레이지나잇은 3040세대 여성 대상 온라인 패션몰 서비스로 타깃군이 같은 패션앱 ‘퀸잇’에 밀려 빛을 보지 못했다. 무신사는 레이지나잇 서비스를 여성패션과 라이프스타일 분야에서 성장 중인 29CM에 이관해 서비스하기로 했다.
문제는 서비스 종료 방법이다. 레이지나잇 서비스는 무신사 본사 서비스다. 관련 서비스를 담당하던 70~80여명의 직원들도 무신사 정직원이라는 뜻이다.
레이지나잇 담당자들은 서비스 종료에 ‘부서 이동’이 결정되며 오픈채용으로 면접을 보도록 했다. 해당 직원들 사이에서 서류심사만 보지 않았을 뿐 결국 채용 경쟁을 벌여야 한다며 볼멘소리가 흘러나온 이유다. 일각에서는 이를 놓고 “구조조정과 같다”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얼마 전 자회사인 리셀 플랫폼 솔드아웃의 비상경영 소식도 전해졌다. 솔드아웃을 운영하는 에스엘디티(SLDT)는 이달 타운홀미팅을 진행하며 하이브리드 근무제도 폐지와 대출이자지원 서비스 종료를 선언했다. 얼리 프라이데이 제도는 유지한다.
무신사에 따르면 솔드아웃은 현재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긴축 경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구조적 적자를 줄이는 방향으로 비상경영을 단행했다.
구조조정 전문가 입사 후 분위기 변해
공교롭게도 이는 경영지원부문장(CFO)이 새로 선임되면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6월 무신사는 신임 CFO로 최영준 전 SSG닷컴 최고전략책임자(CSO)를 선임했다. 최 CFO는 삼일회계법인 회계사 출신으로 베인앤드컴퍼니 컨설턴트, 티몬 CFO를 역임했다. 최 CFO가 티몬과 SSG닷컴에서 IPO를 준비했던 인물인 만큼 대외적인 시선도 이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 사실이다.
한편에서는 IPO를 빼고 봐도 무신사의 행보에 의문점은 없다는 판단이다. 무신사는 올해 햇수로 12년된 기업으로 2022년부터 글로벌 도약을 선언한 바 있다. 사업을 무작정 늘리기 보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사업 구조를 정비할 시기가 됐다는 뜻이다. 실제 2021년 인수한 스타일쉐어도 적자가 지속되자 이듬해 무신사로 흡수한 바 있다. 레이지나잇의 29CM 흡수 또한 같은 흐름으로 볼 수 있는 이유다.
지난해 자회사 손실이 컸던 탓도 있다. 무신사는 흑자 내기 어려운 패션몰 시장에서 유일하게 지속적으로 흑자를 달성한 기업으로 유명하다.
반면 지난해 무신사는 연결기준 매출액은 2021년과 비교해 54% 성장했지만 동기간 영업이익은 94.5% 감소한 32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 감소에 큰 역할을 한 것이 SLDT의 영업손실 427억원이다. 손실 만회를 위한 재무관리가 필요하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 무신사 관계자는 “솔드아웃은 무신사랑 별도 법인으로 효율화가 필요해 결정한 상황”이라며 “상장 계획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무신사는 아울렛 등 오프라인 매장 확대와 2021년부터 시작한 전문관 서비스(부티크, 골프, 뷰티 등)를 8개로 늘려 신사업을 진행 중이다. 아울렛은 지난해 입점 브랜드를 3배가량 늘려 4분기 거래액이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60% 증가했다. 전문관도 지난해 4분기 뷰티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140%가량 증가했으며 동기간 스포츠와 골프 전문관 합산 거래액도 150% 성장했다. 무신사는 지난해 거래액만 4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