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슈퍼앱’ 뜬다④] 증권가, 슈퍼앱 개발+STO 인프라 구축에 '힘'

미래에셋·삼성證, 자산관리 경쟁력 갖춘 슈퍼앱에 '주력' STO 인프라 구축 위한 증권사별 협력체 등장 각 분야 조각투자 플랫폼과 협력 사업도 확대

2024-01-28     윤주혜 기자
미래에셋증권의 MTS '엠스톡(M-STOCK)'. 사진=미래에셋증권

최근 금융그룹들을 중심으로 가열되고 있는 슈퍼앱 경쟁의 이면에는 산업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빅블러(Big Blur) 추세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 전통적 금융서비스를 넘어 쇼핑, 여행, 헬스케어 등 비금융 서비스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기존에 분리돼 있던 금융 서비스들을 통합해 고객 충성도를 높이겠다는 의도다. 

슈퍼앱 개발에 적극적인 곳은 5대 금융그룹뿐만이 아니다.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등 초대형 증권사들 역시 만만치 않은 자산관리 경쟁력을 갖춘 슈퍼앱을 운영 중이다. 

지난 2022년 출시된 이후 최근 가입자 30만명을 훌쩍 넘어선 미래에셋증권의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MTS) ‘엠스톡(M-STOCK’이 그 일례다. 기존 기능별로 나뉘어 있던 3개의 앱을 하나로 통합한 엠스톡은 공급자 중심의 기존 증권사 MTS를 고객 중심으로 전환해 향상된 고객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엠스톡에서는 전 세계 투자 상품을 원터치로 연결해 24시간 투자 서비스를 제공한다. 낮과 밤의 시간 변화에 따라 화이트·다크 모드 디자인이 자동으로 전환되며, 매매 가능한 시간에 맞게 최적화되는 홈 화면을 통해 전 세계 시장에 대한 투자 아이디어를 발굴할 수 있다.

고객 개인이 보유한 모든 금융자산과 계좌를 한 곳에서 모아볼 수 있고, 관심 있는 뉴스나 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편의성을 높인 점도 특징이다. 

이밖에 국내외 기업들의 ESG 경영상황을 쉽게 파악할 수 있는 ESG 평가지표 데이터, 기업의 성장성과 안정성, 위험도 등을 자체 AI기술로 분석해 제공하는 종목별 ‘AI Score’ 등을 투자자들에게 제공하고, 고객들이 직접 종목에 대해 다양한 생각과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종목 커뮤니티, 주식 실시간 잔고와 매매일지 차트, 수익률 등을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는 분석 서비스도 탑재하고 있다. 

삼성증권 역시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카드 등 삼성금융 계열사와 함께 금융통합 앱 ‘모니모(monimo)’를 운영 중이다. 모이는 금융, 커지는 혜택이라는 의미를 담은 모니모에서는 삼성증권의 거래현황과 펀드 투자, 보험, 카드 등의 업무 처리 및 상품 가입까지 원스톱으로 가능하다. 

새 먹거리 시장 'STO 선점에 사활 거는 증권사들

최근 투자계약증권 승인을 받은 미술 작품들. 왼쪽부터 쿠사마 야요이 '호박(2001), 앤디워홀 '달러사인', 쿠사마 야요이 '호박'(2002).

슈퍼앱 이외에도 최근 증권업계가 사활을 걸고 있는 또 하나의 무기는 토큰증권발행(STO) 유통 사업이다. 조각투자를 통해 부동산, 저작권 등 거의 모든 투자 자산군을 대상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경쟁력 있는 국내 조각투자 플랫폼들과의 폭풍적 시너지까지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각투자란 하나의 자산에 대해 여러 투자자들이 함께 투자하고 이익을 공동으로 배분받는 형식의 투자 기법으로, 일반 투자자가 접근하기 어려운 고가의 미술품과 부동산을 비롯해 비금융 부문의 음악 저작권, 명품 가방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다. 

조각투자를 유통하는 방안은 기존 실물증권을 디지털화한 '전자증권' 형태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자본시장법상 증권을 디지털화한 '토큰증권' 형태 등 크게 2가지다.

한국거래소는 올해 상반기 내로 장내 신종증권 유통 시장이 개설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12월 금융위원회가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에 비정형적 신종증권(투자계약증권·비금전신탁수익증권) 시장 개설을 혁신금융서비스로 신규 지정함에 따라, 관련 인프라 구축 사업이 발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 우려가 커지며, 리테일 수익이 줄어들고 있는 증권업계는 해당 소식에 반색했다. 신종증권 시장이 장내 개설되면서 토큰증권을 통한 장외 조각투자 거래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진 것이다.

이에 증권업계는 새 먹거리 시장인 토큰증권 유통 사업을 선점하기 위해 자체 플랫폼을 개설하거나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올해 미래에셋증권, 하나증권 등을 포함한 국내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의 신년사에는 2024년 주요 과제로 ‘STO 시장 장악’이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가장 먼저 STO 인프라 구축을 완료한 곳은 한국투자증권이다. 지난해 9월 한국투자증권은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토스뱅크, 기술 파트너인 카카오엔터프라이즈와 함께 국내 최초로 토큰증권 발행 및 청산에 필요한 모든 과정을 구현한 인프라를 개발하고 시범 발행까지 완료했다.

지난해 12월 26일(화), 여의도 파크원 NH투자증권 본사에서 ‘토큰증권 증권사 컨소시엄 구성’ 전반에 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왼쪽부터)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 박정림 전 KB증권 사장,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사장이 업무협약 체결 후 손을 맞잡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KB증권

STO 인프라 공동 구축을 위한 증권사별 협력체도 속속 등장했다.

한국투자증권의 자체 인프라 구축 발표 이후 KB증권, NH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은 '토큰증권 컨소시엄'을 꾸리고 공동 인프라 구축 및 전략적 사업모델 발굴 작업에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증권사간 공동 분산원장 기술을 활용해 불필요한 인프라 경쟁을 벗어나고, 인프라 구축과운영에 드는 비용을 절감함으로써 토큰증권 사업영역에 더욱 집중하겠다는 취지다.

이밖에 미래에셋증권도 SK텔레콤·하나금융그룹과 함께 STO 인프라 구축 협력을 위해 '넥스트 파이낸스 이니셔티브'를 구성했으며, 삼성증권과 SK증권, 우리은행도 3자 협의체를 만들어 '토큰증권 제도화 대응 및 신속한 시장 진입'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신속한 토큰증권 상품 공급을 위해 각각의 분야에서 경쟁력이 있는 조각투자업체와의 협력 사업도 이어지고 있다. 

앞서 대신증권은 토큰증권 신사업 추진을 위해 지난해 3월 국내 부동산 조각투자 1호 업체인 '카사 코리아'를 인수했다.  토큰증권 신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에 대신증권의 조각투자상품계좌를 이용하면 빌딩 등 부동산 소액투자에 참여할 수 있다.

하나증권 역시 루센트블록(부동산), 프린트베이커리(미술품), 크리시아미디어(유튜브), 식신(콘텐츠), 아이티센(금·은), 픽파이(부동산) 등 15개에 달하는 조각투자 플랫폼 업체와 MOU를 체결한 상태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말 한우 조각투자 플랫폼 ‘뱅카우’ 운영사 스탁키퍼와 토큰증권 상품 공급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으며, 신한투자증권과 하이투자증권은 미술품 조각투자 업체 '투게더아트'와 손잡고 미술품 투자계약증권 발행 관련 업무를 추진하고 있다. 교보증권도 최근 미술품 조각투자 플랫폼 '테사'와 STO 사업 협력을 위한 포괄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해당 협약을 통해 교보증권은 테사와 블루칩 스테디셀러 작품 기반 투자 상품 출시, 비대면 계좌개설 프로세스 구축 및 서비스 연동, 공동 마케팅 제휴 및 미술품 투자 교육 프로그램 개설 등 시너지 극대화를 위해  협력할 전망이다. 

이밖에 NH투자증권 역시 STO 비즈니스 구축을 위해 지난해 뮤직카우, 스탁키퍼, 투게더아트, 테사, 펀블 등 5개 STO 기업과 미팅을 진행하고 STO 수익모델, 투자계약증권 준비상황, 사업안정성 여부 등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아직 토큰증권의 완전한 법제화까지는 거쳐야 하는 절차가 많이 남아있지만, 업계에서는 새 먹거리 시장을 누가 먼저 장악할 것이냐를 중요하게 점치고 있다”면서 “각 사가 다양한 방식으로 협력을 강화하면서 적극적으로 신사업 추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존에는 접근이 어려웠던 저작권, 부동산, 미술품 등에도 적극적으로 투자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향후 성장 기대감이 높은 사업 분야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