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건설·신세계건설·한신공영 당좌비율, 워크아웃 신청한 태영보다 낮아

3사의 단기 환금가능 자산, 유동부채보다 적어 신평사들, 신용등급이나 전망 낮추고 모니터링 나서 부동산 침체· PF부실 여파로 제2의 태영건설 나오나

2024-01-05     진운용 기자
건설사 미분양 증가 등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해 PF 대출 부실 우려가 커졌다. PF 대출 부실은 올해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떠올랐다. 사진은 대구 수성구의 도시형생활주택 공사 현장. 사진 = 연합뉴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불거지며 신용등급이 하향되거나 신용평가사의 모니터링 대상에 오른 7개 건설사 중 GS건설, 신세계건설, 한신공영의 당좌자산이 단기간 내에 갚아야 하는 유동부채보다 적은 것으로 파악됐다. 당좌자산이란 환금성이 높아 기업의 현금동원능력의 바로미터가 되는 유동자산을 말한다. 

특히 이들 건설사는 현재까지 아직 완공되지 않은 자체분양사업에만 대규모 자금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나이스신용평가 등 3개 신용평가사들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PF 부실 관련, 7개 건설사를 언급하며 일부에 대해 신용등급이나 등급 전망을 조정하거나 모니터링 대상에 포함시켰다.  해당 건설사는 태영건설, GS건설, 롯데건설, 한신공영,  HDC현대산업개발, 동부건설, 신세계건설 등이다. 

한국기업평가는 GS건설의 신용등급을 하향하고(A+/부정정→A/안정적), 신세계건설의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변경(A/안정적→A/부정적)했다. 이어 한국신용평가는 한신공영을 모니터링 대상에 포함했다. 

이들 3개 기업을 대상으로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당좌비율이 모두 100% 미만으로 나왔다. 당좌비율은 유동자산에서 재고자산을 제외한 자산, 즉 현금·예금과 같이 단기간에 환금할 수 있는 자산을 유동부채로 나눈 값이다. 작년 3분기 기준 GS건설, 신세계건설, 한신공영의 당좌비율은 각각 94.5%, 78.8%, 90.6%이다. 모두 워크아웃을 신청한 태영건설(98.4%)보다도 낮다. 

당좌비율을 계산하는 데 있어 재고자산을 제외하는 이유는 재고자산은 판매과정을 거쳐야 현금화할 수 있으므로 현금·예금 또는 외상매출금 등과 같은 당좌자산과 비교할 때 유동성이 낮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재고자산은 평가방법과 기업이 처한 환경에 따라 그 가치가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건설회사의 재고자산은 원자재, 미완성공사, 건설용지, (미)완성건물/주택, 수목자산 등으로 구분된다. 이중 건설용지는 건설업체가 자체적으로 건물을 신축하여 분양하기 위해 취득한 용지의 매입가액과 취득 경비를 포함한다. 이후 사업 진행 단계에 따라 건축 비용과 함께 (미)완성주택으로 대체된다. 완공이 되었다면 완성주택으로, 완공이 되지 않았다면 미완성주택으로 인식한다. 

문제는 통상 재고자산으로 잡힌 용지와 (미)완성건물은 분양이 안 된 자산이라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부동산 사업은 선분양으로 진행된다. 사업에 많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분양을 먼저 해 계약금을 받고, 사업 진행 중간에 중도금을 받는다. 이때 자체 분양사업 중 선분양이 안 된 공실은 용지 및 (미)완성건물로 회계 처리하는 것이다. 

김재호 한국회계기준원 회계기준실장은 “시행을 하는데 있어 재고자산은 계약관계가 아닌 내 책임하에 내가 갖고 있다는 뜻이다”라며 “분양이 됐다면 계약자를 위해 공사를 해주는 것이므로 재고를 가지고 있을 이유가 없다. 따라서 용지나 (미)완성주택으로 재고가 있으면 분양이 안 된 것으로 보여진다”라고 말했다. 

작년 3분기 GS건설, 한신공영의 재무제표를 보면 용지 및 미완성주택(GS건설의 경우 주택건설계정)이 각각 1조1567억원, 6625억원인 것으로 확인된다. 

GS건설과 한신공영의 유동비율은 각각 110%, 146%로 유동부채보다 유동자산이 더 많으나, 용지와 미완성주택을 제외하면 유동자산은 8조9647억원, 1조973억원으로 유동부채 9조1634억원, 1조1972억원보다 작아진다. 

신세계건설은 유동자산(재고자산 중 용지와 미완성주택 제외)과 유동부채가 5797억원, 7128억원이다. 

지난해 하반기에 소폭 반등하던 전국 집값이 최근 다시 하락세로 돌아선 가운데, 올해 상반기에도 이런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해지면서 미분양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KB부동산에 따르면 악성미분양인 ‘준공 후 미분양’은 2023년 1월 7546호에서 10월 1만224호까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분양 시장 악화로 자체분양 사업에 들어간 자금을 단기간 내 회수하기 어려워지면서 유동성 위기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김재호 실장은 “재고자산이 유동성자산으로 잡히기는 하지만 현금성자산과 범용성이 다르다. 어려운 상황에 처한 기업의 재고자산은 팔 곳도 없고, 팔리더라도 대폭 할인해서 팔아야 한다”며 “건설회사가 자체 분양사업을 해서 재고자산으로 잡힌 토지 및 미완성건물은 분양을 해서 팔아야하는데, 그게 아니라 갑자기 제3자에게 매각하는 것은 본래 의도와 달라 단기간 내 바로 회수가 어려울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GS건설 관계자는 “용지는 당사가 보유한 토지이고, 주택건설계정은 공사중인 자체사업장이다. 착공 후 분양 이전인 사업장도 포함되어 있을 수 있어 정확히 분양이 다 되었다고 말하기 애매하다”며 “주택건설계정은 미분양이나 공실과는 관련 없이 완공 후 매출원가로 전환된다”고 전했다. 매출원가는 기업의 영업활동에서 영업수익을 올리는 데 필요한 비용을 말한다.

또 다른 GS관계자는 “자체사업장의 경우 분양시 이미 진행률이 10%를 초과하여 계약금보다 높을 경우, 분양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일단 재고자산 중 주택건설계정으로 인식하고 추후 준공 및 입주시 매출ㆍ매출원가로 인식한다”며 “아파트 분양률 일부 취소세대를 제외하고 거의 100% 분양을 했다”고 전했다. 

한신공영은 “당사의 경우 2023년 3분기 기준 4000억원이 넘는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고, 보유부동산 기반의 대체자금능력도 풍부해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