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한 푼도 안 쓰며 15년 저축해야 서울서 집 산다

2023-12-22     이혜진 기자

서울에서 내 집 마련의 목표를 달성하려면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으면서 평균 15년을 꼬박 저축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작년에 전국에서 자가를 보유한 사람의 비율은 10명 중 한 명 꼴로 지난 2006년 이래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22일 국토교통부는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2022년도 주거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주거실태조사는 국민 주거생활 전반을 파악하고 정책 수립에 참고하기 위해 매년 전국 5만1000가구를 대상으로 시행하는 표본조사다.

이번 조사 결과 지난해 자가소유주의 가구 연 평균 소득 대비 주택가격 배수(PIR)는 전국 평균값이 6.3배(중위수 기준)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도 조사 때의 6.7배에 비해 소폭 낮아진 것이다. PIR는 받은 월급을 모두 모아 집을 장만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뜻하므로 집 장만에 소요되는 기간이 2021년보다 단축된 셈이다. 

참고로 지난해 조사대상 가구의 지난해 월 평균 가구소득은 356만5000원이고 주택가격 중위값은 약 3억9000만원이었다.

지역별로는 서울의 PIR이 전년의 14.1배에서 15.2배로 늘어났다. 서울에 살면서 얻는 소득으로 집을 사는데 드는 기간이 1년가량 더 길어진 셈이다.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에서는 인천이 7.1배에서 7.7배로 높아졌다. 반면 경기도는 9.9배에서 8.9배로 소폭 감소했다.

세입자들의 월 소득 대비 월세 비중(RIR)은 전국을 기준으로 16.0%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15.7%)와 비교해 증가한 수치다. 100만원을 벌면 16만원을 월세로 낸다는 뜻이다.

연령별로는 가구주의 나이가 19~34세인 사람들의 전국 PIR이 6.7배로 전년(6.4배)에 비해 증가했다. 혼인한지 7년 이하인 신혼부부 가구주의 PIR은 6.5배로 전년(6.9배)보다 감소했다. 

반면 65세 이상인 고령가구에서는 10.6배로 전년(9.5배) 대비 증가했다. 이들의 월평균 소득은 214만6000원으로 일반가구(356만5000원)보다 적어 PIR이 높게 집계됐다.

월세를 내거나 빚을 갚는데 어려움을 느끼는 비율은 일반가구(19.8%)보다 낮았다. 대출금을 다 갚았거나 자가여서 월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비율(42.7%)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주택 자가 보유율은 60.6%에서 61.3%로 0.7%포인트(P) 높아졌다. 지난 2006년 이후 역대 최고치에 해당한다.

주거 복지 수준의 향상으로 최저 주거기준에 못 미치는 가구는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2014년 이래 5%대를 이어오던 관련 수치는 앞서 2021년 4.5%로 처음 4%대를 기록한 뒤 작년에 3.9%로 3%대까지 하락했다.

내 집 마련에 대한 의식을 묻는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9.7%가 집이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청년 가구 가운데 82.5%는 자가가 아닌 세를 들어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신혼 가구의 43.6%는 자가에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