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재세’ 상임위 통과 ‘안갯속’…윤창현 “법안 논의 가치 없다”
정부‧여당 “위헌 소지‧이중과세‧자금 이탈 우려” 전문가 “법적 리스크 고려해야” 야당 내에서조차 의견 ‘분분’
은행의 이자 수익을 회수하는 이른바 ‘횡재세(Windfall tax)’ 법안을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추진 중인 가운데 해당 법안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정부와 여당은 위헌 논란 소지가 있고 시장경제 원리를 해치는 법안이라며 입법을 반대하고 나섰다. 업계 전문가들도 횡재세 도입 시 법률 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한다. 같은 당내에서도 횡재세 도입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법 개정을 위한 첫 관문인 상임위원회 통과부터 불투명해 보인다.
11일 국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법안심사1소위원회를 열고 횡재세 도입을 골자로 한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을 논의했다. 금융회사가 직전 5년 평균 순이자수익의 120%를 넘는 초과이익을 낼 경우, 초과분의 40%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상생금융 기여금’을 내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김성주 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이 지난달 14일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홍익표 원내대표 등 민주당 의원들을 비롯해 강은미 정의당 의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강성희 진보당 원내대표, 양정숙 무소속 의원 등 야당 의원 총 55명이 동참했다.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올해 은행권에서만 약 1조9000억원의 횡재세가 걷힐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횡재세 도입을 사실상 당론으로 추진하고 나섰지만, 정부와 여당의 반대는 물론 당내에서도 의견이 갈려 연내 국회 상임위 통과도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달 28일 열린 국회 정무위 법안소위에서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횡재세 도입에 관해 “은행의 사회적 기여 강화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법률로 강제하는 것은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라며 “이중과세나 소급입법 등 위헌 논란도 있고 지나치게 경직적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여당 의원들도 과거 동반성장위원회가 추진했던 초과이익공유제가 업계 반대로 폐기된 사례를 언급하면서 금융 안정성 문제와 해외 자금 이탈 문제, 은행 주가 폭락, 은행 시스템 안정 등의 문제를 지적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지난 10일 ‘횡재세 주요 쟁점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국회에 발의된 개정안은 ‘과잉금지 원칙’, ‘명확성 원칙’ 위반에 따른 재산권 침해, 이중과세 금지 위반, 평등권 침해 등의 법적 리스크를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해당 개정안이 헌법상 재산권을 법률로 제한할 때 준수해야 하는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지 등과 관련, 법적 불확실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재산권 제한은 법률에 따라 명확한 요건에 의해야 하는데 초과 이익 산정 방법, 기여금 납부 방법·절차, 미납 시 조치 사항, 불복절차, 감면 방법 등 필요한 사항을 대통령으로 위임하고 있어 명확성 원칙 위반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미 법인세를 부과한 상황에서 초과 이익 부분에 대해 추가로 과세한다면 이중과세 금지 원칙 위반 가능성이 있다. “금융회사에 대한 횡재세 부과는 여타 산업과의 불평등한 취급이라는 주장도 있다”고 덧붙였다.
기존 횡재세 사례와 우리나라 은행 상황은 다르다는 점도 언급했다. 보고서는 “유럽중앙은행(ECB) 정책금리 인상을 반영해 대출금리가 상승해 이자 이익이 많이 증가하자 스페인 및 이탈리아 등에서 정치권 주도로 은행에 대한 횡재세가 도입됐다”며 “중앙은행 통화정책 및 사회공헌활동 등에 있어 한국은 유럽과 상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8일 법안심사 소위에서는 횡재세 법안을 대표 발의한 김 의원을 제외하고 야당 의원들의 지원 발언 없이 여야의 입장 차이만 확인하는 선에서 논의가 끝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 회의가 열린 지난 5일, 횡재세법은 안건으로도 상정되지 못했다. 여야 견해차가 큰 상황에서 민주당 측도 부담을 느낀 것으로 전해졌다. 오는 12일 정무위를 앞두고 횡재세 법안이 추가로 논의될지 금융권의 관심이 모인다.
11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해당 법안이 정무위에서 다시 논의될지 모르겠다”며 “지난달 법안소위에서도 김 의원 혼자만 입법 필요성을 주장했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지난달 정무위에서 말했듯 해당 법안은 초과이익공유제처럼 문제점이 많고 실제로 운영하기 어려운 제도”라고 했다.
그는 김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 시행될 경우 발생할 문제점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금융사가 직전 5년 평균 순이자수익의 120%를 넘는 초과이익을 낼 경우 횡재세를 걷는다면, 은행은 (초과이익을) 120%를 넘기지 않으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윤 의원은 “금융사의 초과이익을 환수하는 법안을 만든다면 이를 우회할 방법을 만드는 등 여러 부작용이 예상된다”며 “은행이 120% 넘게 벌 때 추가로 세금을 걷는다면 이자 수익이 80%일 때는 정부가 손실을 보상해 줄 건가”라고 반문했다.
윤 의원은 “횡재세 도입 논의는 설익었다”며 “사회적 합의가 된 후 제도화가 돼야 하는데 말 나오기 무섭게 법안부터 만들자고 하면 설득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법적 논의가 아니라 입안 가능성에 대해 본질적 논의부터 하면 좋겠다”며 “입법을 주장하기 전 세미나, 정책 포럼, 공청회, 연구 용역 등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