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모바일 혁명의 서막(序幕) ‘온 디바이스 AI’

모바일 디바이스와 AI 기술의 일체화

2023-11-13     박정훈 기자
온디바이스 AI는 센서와 컨텍스트 데이터를 활용해 이전보다 확대된 개인 모바일 경험을 실현한다. 출처= 퀄컴 코리아 블로그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모바일 디바이스의 진화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실현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기술이 선보여졌다”면서 그 한계를 이야기한다. 그러나 최근 전자·IT 업계에는 모바일 디바이스의 새로운 진화를 이끌 수 있는 기술이 제안되면서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바로 온 디바이스 생성형 AI(On-Device Generative AI), 통칭 ‘온 디바이스 AI’다. 

생성형AI의 단점 보완

OpenAI社의 Chat GPT는 전 세계에 ‘생성형 AI(Generative AI)’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사용자가 입력한 특정 키워드 조건에 맞춰 텍스트·이미지·오디오·비디오·프로그래밍 코드 등 다양한 콘텐츠를 생성해 주는 생성형 AI는 기계와 통신을 기반으로 하는 첨단 기술과 기업 사무업무의 진화를 이끌 수 있는 요소로 여겨졌다.

그러나 생성형AI에는 고도화된 광역 데이터 센터의 운영과 초고속 통신 기술 구현이라는 전제 조건이 있었다.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막대한 운영비용이 투입된다는 점에서 이는 생성형AI의 광역 상용화 확산에 있어 결정적 한계로 작용했다. 아울러 대형 데이터 센터의 정보들을 완벽하게 지킬 수 있는 보안 기술의 실현도 아직은 완벽하지 않다는 것 역시 생성형AI의 단점이다.  

이와 같은 생성형 AI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른 기술이 ‘온 디바이스 AI’다.온 디바이스 AI는 대형 데이터 센터에서 AI 기술 실현을 위해 처리해야 하는 작업의 일부를 스마트폰·태블릿PC·차량·XR(확장현실) 헤드셋 등 기기로 분산시키는 작업을 기반으로 한다. 이를 통해 데이터 센터의 운영비용을 절감하면서, 조금 더 개인화된 AI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것이 온 디바이스 AI의 가장 큰 장점이다. 개별 디바이스에 대한 보안은 그 기술의 구현이 어렵지 않다는 점 역시 온 디바이스 AI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  

최근 다양한 뉴스를 통해 부각이 되고 있지만, 사실 온 디바이스 AI는 최근 등장한 신기술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 퀄컴(Qualcomm)의 경우, AI를 활용한 사용자 경험 개선을 실현하는 방법론으로 10년 이상 온 디바이스 AI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무선 주파수 신호 처리, 배터리 관리, 오디오 처리, 비디오 품질 향상 등은 온 디바이스기술의 활용 사례다. 

모바일 디바이스와 만나다 

온 디바이스AI는 기술적 진보의 한계를 마주한 스마트폰과 모바일 반도체 가능성을 확장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올랐다. 디바이스 측면에서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는 기업은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지난 9일 “자체 개발한 온 디바이스 AI 기술의 스마트폰 도입으로 실현하는 종합적인 모바일 AI 경험 ‘갤럭시AI’를 2024년 초부터 선보이겠다”라고 밝혔다.

갤럭시AI를 통해 실현하는 첫 번째 변화로 삼성전자는 ‘AI Live Translate Call(실시간 통역 통화)’ 기능을 소개했다. 이름 그대로 전화 통화 내용을 AI가 자동으로 통역해 상호간에 전달하는 기능이다. 

삼성전자가 온 디바이스 AI를 통해 구현할 'AI Live Translate Call(실시간 통역 통화)' 기능 예시. 출처= 삼성전자

삼성전자의 소개에 따르면, 갤럭시 AI가 탑재된 디바이스의 사용자는 상대방이 갤럭시AI가 적용된 기기를 사용하지 않아도, 별도의 외부 앱을 설치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통화하듯 말하면 갤럭시 AI가 이를 실시간으로 통역해 상대방의 언어로 전달해 준다. 통역된 대화는 텍스트 형식으로 스마트폰에 표시돼 눈으로 확인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MX사업부 개발실장 최원준 부사장은 “이제 모바일 온 디바이스 AI기술과 갤럭시는 스마트폰의 역할을 재정의할 것”이라면서 “실시간 통역 통화는 갤럭시가 그리는 미래의 일부이자 앞으로 선보일 변화의 ‘맛보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도체 시장의 새로운 기회 

온 디바이스 AI는 반도체 산업에도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있다. 온 디바이스 AI가 모바일 기기를 통해 실현하는 다양한 기술을 지원할 수 있는 전용 반도체의 수요 증가가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모바일 온 디바이스에 최적화된 D램을 선보였다. 13일 SK하이닉스는 초당 9.6Gb(기가비트)의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현존 최고속 모바일용 D램 ‘LPDDR5T(Low Power Double Data Rate 5 Turbo)’ 16GB 패키지를 글로벌 고객사에 공급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 제품은 1초에 77GB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고성능 모바일 D램이다.

SK하이닉스가 개발한 현존 최고속 모바일 D램 LPDDR5T. 출처=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는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인 비보(vivo)에 LPDDR5T를 납품하기 시작했다. 비보는 자사의 최신 스마트폰인 X100, X100 Pro에 SK하이닉스의 최신 메모리 패키지를 탑재했다고 발표했다.

LPDDR5T에 대해 SK하이닉스 박명수 부사장은 “AI 시대의 도래로, 스마트폰은 온디바이스 AI가 구현되는 필수 기기로 부상하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고성능, 고용량 모바일 D램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며, 당사는 이러한 시장 변화를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적 스마트폰과 모바일 반도체는 온 디바이스 AI에서 수요 창출의 가능성을 기대하기 시작했다.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기반으로 한 폼팩터(하드웨어)의 변화 이상으로 좀처럼 진전되지 않고 있는 모바일 디바이스의 혁신은 온 디바이스 AI를 통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