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하락률, 새 아파트가 오래된 아파트보다 훨씬 크다

10년 넘은 아파트값 5.62% 하락할 때 신축은 7.47%↓ 상승기에 많이 오른 신축이 하락기 맞아 하락 폭도 더 커 구축 아파트가 접근성· 입지 등에서 유리한 경우도 많아

2023-11-09     이혜진 기자

지은 지 5년도 안 된 새 아파트 값이 준공한 지 10년이 넘은 아파트보다 훨씬 더 가격이 내려간 것으로 나타났다. 신축일수록 주택 경기 호황기 때 집값 상승 폭이 컸던 곳이 많아  요즘 같은 부동산 침체기엔 그만큼 가격도 큰 폭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9일 부동산R114에서 입수한 입주연차별 전국 아파트의 최근 1년 간(2022년10월28일 대비 2023년10월27일) 매맷값 하락률을 보면 10년 이상 단지가 5.62%을 기록, 5년 이하 새 아파트(7.47%)보다 낮았다.

경기도 김포의 한 아파트 단지. 사진=이혜진 기자

지역별로 서울은 전체 아파트값 하락률이 4.96%인데 ▲10년 이상 4.93% ▲1~5년 6.58%로 차이를 보였다. 경기도도 전체 아파트값 하락률(6.60%)에 비해 10년 이상된 단지가 내림폭(6.58%)이 더 작았다. 1~5년 아파트의 하락률은 8.82%로 가장 높았다.

전국에서 같은 기간 아파트값 하락률(8.04%)이 가장 큰 인천도 신축일수록 내림폭이 컸다. 10년 이상된 아파트의 가격이 8.09% 떨어지는 동안 1~5년 된 단지는 8.31% 하락했다.

지방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특히 대구가 지방에서 전체 아파트값 하락률(7.96%)이 가장 컸던 데는 1~5년된 단지가 전국에서 유일하게 두 자릿수 하락률(12.99%)을 보인 영향이 크다. 6~10년된 아파트(7.96%)와 10년 이상 단지(7.77%) 하락률도 인천에 이어 가장 높았지만 준공연수가 길수록 하락률이 낮았다.

대전은 신축 단지의 아파트값 하락률이 더 큰 지역 가운데 하나다. 전체 아파트값 하락률(4.91%)만 놓고 보면 전국 평균(5.68%)을 하회하지만 1~5년된 단지의 내림폭(8.18%)이 전국 평균(7.47%)보다 컸다. 준공한 지 10년 이상된 아파트(4.87%)는 세종(7.70%)과 부산(6.24%) 등 다른 지역들보다 낙폭이 작았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의 한 구축 단지 앞에 재건축 사업에 대한 내용이 담긴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이혜진 기자

신축 아파트와 구축 단지 사이의 하락률 차이가 가장 큰 지역은 경북이다. 10년 이상 단지의 아파트값이 0.98%만 떨어져 강원(0.29%) 다음으로 하락률이 낮았지만 1~5년 단지(4.46%)에서 상대적으로 내림폭이 컸다.

경북에 이어 10년 이상 아파트와 1~5년 단지 간 집값의 격차가 크게 벌어진 곳은 경남이다. 10년 이상 단지에서 가격이 2.34% 떨어지는 사이 1~5년 단지에선 9.39% 하락해 전체 하락률(3.93%)을 견인했다. 다음으로 전북의 10년 이상 아파트(1.60%)와 1~5년 단지(5.71%) 간 집값의 격차가 컸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보통 (집값) 상승기에 많이 올랐던 주택이 하락기에 가격 조정폭이 큰 편”이라며 “몸값이 비싼 신축이 고금리에 따른 영향을 크게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기업 본사나 주요 공장 등과의 접근성이 우수한 구축 단지일수록 재정비 사업에 대한 기대감까지 더해져 최근 입주한 아파트보다 집값이 더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다른 부동산 정보 업체 관계자는 “연식이 오래된 아파트의 경우 재건축, 리모델링 등 정비사업 호재로 집값이 올라가기도 한다”며 “무엇보다도 대기업의 존재가 지역의 대표성을 강화해 접근성이 용이한 단지일수록 지역 부동산 시장의 구축 단지에서 전반적인 인지도와 이미지 등에 영향을 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 본사가 있는 수원 삼성디지털시티와 인접한 영통구 매탄동에서는 매탄주공5단지(1985년 12월 입주)의 전용면적 83㎡가 지난 9월 9억5000만원에 거래된 바가 있다. 인근 힐스테이트 푸르지오 수원(2022년 8월 입주)의 6월 전용 84㎡ 매맷값(9억3000만원)과 수원성 중흥S-클래스(2026년 1월 입주 예정)의 지난달 84㎡ 매맷값(6억7700만원)보다 높다. 두 단지는 삼성디지털시티와 약 4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자동차와 현대제철이 있는 울산도 사뭇 다르지 않다. 양사와 가까운 남구 삼산동 아데라움(2005년 2월 입주)은 85㎡가 지난달 5억500만원에 팔렸다. 인근 울산에일린의뜰1차(2013년 10월 입주) 84㎡의 매맷값(4억9800만원)을 웃돈다.

부동산 정보 업체 관계자는 “이 단지가 있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과 접근성이 용이하다는 이점이 작용한 것”이라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