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발전자회사 에너지 전환에 기후대응기금 적극 활용해야"
"전기요금만으로 에너지 전환 재원 확보는 무리" 발전자회사의 취약한 재무구조…사업전개 부담 가중 탄소중립 진행 중인 만큼 기금 활용 자격 충분
기후대응기금을 한국전력공사 5개 발전자회사가 에너지전환을 하는데 적극적으로 사용, 관련 비용을 덜어줘야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5개 발전자회사는 한국중부발전, 한국남동발전, 한국서부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동서발전 등이다.
대한전기협회가 지난 11일 ‘발전공기업의 합리적인 탄소중립 전략’을 주제로 개최한 2023년 제7차 전력정책포럼에서는 우리 에너지 공기업이 화석에너지에서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점에 대한 논의가 다각도에서 진행됐다. 특히 이날 에너지전환 기금마련을 위한 한국전력공사의 입장이 눈길을 끌었다.
발전공기업, 취약한 재무상황
이날 권정주 한국전력공사 탄소중립전략처 처장은 “에너지전환 재원 확보를 전기요금으로 (모두) 부담하게 하는 방식은 수용성 측면에서 쉽지 않다고 본다”며 “다양한 기금을 활용하거나 보상하는 방안이 선행 또는 병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후대응기금이 약 2조5000억원, 전력산업기반기금이 약 4조7000억원 등으로 이 중 6000억원 정도를 전기사용자 또는 전기사업자들이 부담하고 있다”면서도 “한국전력공사나 발전공기업은 직접적으로 사업에 기후대응기금을 지원받은 경우가 현재까지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는 에너지 공기업이 관련 기금을 사용할 당위성이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기후대응기금 사용은 두가지 측면에서 이익이다. 먼저 전기요금 인상요인을 줄여 국민수용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또 한국전력공사와 발전자회사 등이 취약한 재무상황에서 부담을 줄이며 에너지 전환을 시도할 수 있다.
현재 에너지 공기업은 빚에 의존해 굴러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이스신용평가 분석에 따르면 올해 2분기말 기준 한국전력공사의 순차입금의존도는 55.4%에 달한다. 순차입금의존도는 총 자산에서 빌린 돈을 뜻하는 순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율을 뜻한다. 통상 30%를 넘으면 위험수준으로 평가한다.
발전자회사들도 위험수준은 매한가지다. 순차입금의존도는 ▲한국중부발전 55.9% ▲한국서부발전 47.8% ▲한국남부발전 45.8% ▲한국남동발전 36.3% ▲한국동서발전 32.7% 순으로 나타났다. 한국중부발전의 순차입금의존도가 50%를 넘긴 점이 눈에 띄나, 다른 발전자회사들도 모두 위험수준인 30%를 초과했다는 점에서 오십보백보다.
기후대응기금, 발전자회사도 충분히 사용 가능
기후대응기금 자체를 에너지 공기업이 충분히 사용 가능하다는 점도 기대감을 높이는 이유다. 기후대응기금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목적으로 관련사업과 R&D 투자재원 확보를 위해 설치된 기금이다. 우리나라는 2020년 10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주요 용도는 ▲온실가스 감축 기반 조성과 운영에 필요한 비용 ▲산업과 노동 및 경제가 탄소중립 사회로 전환하는데 드는 비용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사업비용 ▲기후대응 취약계층을 위한 일자리 전환과 창출비용 등이 있다. 발전자회사의 에너지 전환 사업 내용과 큰 흐름이 일치한다.
발전공기업이 탄소중립을 위해 할 일은 크게 ‘석탄발전소 폐쇄’와 ‘재생에너지 발전 도입’ 등 두가지로 구분된다. 석탄발전소는 대개 탄소를 저감하는 액화천연가스(LNG) 복합발전소로 변경하는데 이때 1기가와트(GW)당 발전소 인력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현재 폐지‧전환 예정인 국내 석탄발전기는 28기(14.1GW)로 약 2800개의 일자리 감소가 예상된다. 정비관련 협력사 인력 등 연관산업까지 고려하면 이 규모는 2배 이상이 될 전망이다. 일자리를 잃는 종사자들에게 새 삶을 찾아주기 위한 상당한 재취업 지원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인력 외에 발전소 대체로 인한 비용도 만만치 않다. 구윤모 서울대학교 교수가 28기 석탄발전소의 좌초자산 규모를 분석한 결과 2036년까지 누적 금액이 약 3조9000억원이며 현재 수준 3조2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 경우 발전용으로 이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현금창출원으로 기능하지 못하고, 탄소저감을 위한 신규 시설 설치 등으로 또 다른 비용이 투입된다.
주목할 점은 발전공기업이 탄소중립을 위해 실시해야 하는 모든 일이 기후대응기금의 주요 용도에 포함된다는 점이다. 에너지공기업은 기후대응기금을 사용할 명분을 충분히 갖춘 셈이다.
이와 관련 권 처장은 “적극적으로 노력해 현재 몇개 아이템을 (기후대응기금용으로) 올려놨으나 내년 사업에 반영 될지는 미지수”라며 “기후 대응 기구도 에너지 공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