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가 세 모녀 주식담보로 4조 대출…이유는 상속세

대기업 사주 일가 7조6558억원 주식담보로 대출 받아

2023-08-09     박응서 기자
삼성가 세 모녀가 상속세를 내려고 주식을 담보로 4조원 넘게 대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사진=이코노믹리뷰 자료사진

삼성가 세 모녀가 상속세를 내려고 주식을 담보로 4조원 넘게 대출하는 등 국내 대기업 사주 일가가 계열사 주식을 담보로 대출받은 돈이 7조원이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만 2조원 넘게 대출했는데, 주로 상속세와 증여세를 납부하려고 대출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9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이달 4일 기준 82개 대기업집단 중 총수가 있는 72개 그룹 사주 일가의 주식담보 현황을 조사했더니 36개 그룹에서 136명이 보유 주식을 담보로 대출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자신들이 보유한 계열사 주식 중 37%를 담보로 제공하고 7조6558억원을 대출받았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41%인 2조2362억원이 늘었다.

사주 일가가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대출에 나서는 이유는 보통 경영자금이나 승계자금 또는 사업을 확정하려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속세와 증여세처럼 물려받은 재산에 대한 세금을 내려는 경우도 많다.

주식은 재산권을 담보로 설정해 대출하면 의결권을 인정받을 수 있어 경영권을 이전과 동일하게 행사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편리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셈이다. 다만 주가가 담보로 설정한 금액 아래로 내려가면 반대매매로 주가가 하락해 소액 주주가 피해를 보거나 경영권까지 위협받을 수 있는 단점도 있다.

올해 대기업별 주식담보대출 변화. 표=리더스인덱스

최근 1년 동안 가장 많이 대출한 대기업 사주 일가는 삼성이다. 삼성가 세 모녀는 계열사 보유지분의 40%를 담보로 제공하고 4조781억원을 대출받았다. 1년 전에 주식담보 비중 20%로 1조8871억원를 대출했던 것과 비교하면 담보 비중과 대출 금액 모두 2배 이상으로 늘었다.

구체적으로 보면 고(故) 이건희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은 삼성전자 보유지분의 51%를 담보로 2조2500억원을 대출받았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주식을 담보로 1조1670억원을,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은 삼성물산과 삼성SDS, 삼성전자 주식을 담보로 6611억원을 대출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상속세를 납부하기 위해 대출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재용 회장은 주식담보 대출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음으로 주식담보 대출이 많이 늘어난 대기업 사주 일가는 LG다. LG그룹 사주 일가 5명의 주식담보 대출은 지난해 1288억원에서 올해 1459억원이 늘어 2747억원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올해 2월에 230억원, 6월에 1180억원을 추가로 대출하면서 대출금액이 1770억원이 됐다. 구 회장도 상속세를 내기 위해 대출이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주식담보 대출금액은 지난해 950억원에서 900억원으로 50억원 감소했다.

SK그룹은 지난해 사주 일가 10명이 SK와 SK디스커버리 주식의 52%를 담보로 5575억원을 대출을 했는데, 올해 608억원 늘었다. 최태원 SK회장은 올해 250억원을 추가로 대출해 대출금액이 4315억원이 됐다.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장이 올해 178억원이 늘어 367억원을,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이 올해 15억원 늘어 155억원을 대출 중이다.

다음으로 주식담보 대출금액 늘어난 대기업은 한솔이다. 한솔 사주 일가 5명의 주식담보 대출은 지난해 170억원에서 433억원 늘어 603억원이 됐다. 조동혁 한솔케미칼 회장은 지난해 90억원을 대출했으나 올해 392억원을 추가로 대출받아 482억원을 대출하고 있다. 조 회장은 증여세 납부를 위해 공탁 중인데 이를 위해 대출한 것으로 추정된다.

농심그룹도 지난해 대비 주식담보 대출이 200억원 넘게 늘었다. 신동윤 율촌화학 회장이 올해 142억원을 추가로 대출했는데, 상속세 납부를 위해서로 확인됐다.

대기업 사주 일가 중 개인별 담보대출 금액. 표=리더스인덱스

 

한편 보유지분 전부(100%)를 주식담보로 제공한 대기업 사주 일가에 박준경 금호석유화학 사장, 최신원 전 SK네트웍스 회장, 정몽진 KCC 회장의 장녀인 정재림 KCC 상무, 장남 정명선씨,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의 아들 최민근씨, 허연수 GS리테일 사장의 장녀인 허성윤씨 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도 대부분 증여세 납부를 위해 대출에 나선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