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통' 이영종 신한라이프 사장, 'BI전략' 실적으로 확인[CEO파일]
이익 성장·정도 경영 '두마리토끼' 잡는다
신한라이프가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 17) 도입에 대비한 보험손익 관리와 유가증권 처분·평가익 등을 바탕으로 올 상반기 3117억 원의 당기순익을 거뒀다.
이영종 사장(대표이사)은 올해 1월 공식 취임한 이후 전년 동기 대비 32% 늘어난 순익 달성이라는 반기 성적표로 그의 경영 능력을 입증했다. 아울러 통합 법인 출범 2주년을 맞은 신한라이프가 쾌속 질주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이같은 호실적에 대해 이 사장이 올 초 발표한 ‘업계 톱2 프로젝트’ 추진 계획이 성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화려한 상반기 성적표..."BI 전략 통했다"
이 사장은 업계 1위 삼성생명과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목표를 위해 지난 4월 영업 강화 전략인 비즈니스 이노베이션(사업 혁신, BI)을 주창했다. 본업 경쟁력인 영업력을 극대화하겠다는게 BI의 골자다.
영업 강화를 위해 신한라이프는 TM(텔레마케팅) 조직을 본사 소속에서 자회사 법인보험대리점(GA)인 신한금융플러스로 이관하는 부분 제판분리를 시행함과 동시에 정규직이던 보험영업 지점장을 계약직으로 변경해 사업가형 지점장 제도를 도입하는 강수를 뒀다.
신한라이프의 상반기 성적표는 단지 이익 규모만 커진게 아니다. 향후 수익성 평가 지표도 크게 개선됐다.
상반기 연납화보험료(APE)는 4천377억 원으로 전년 대비 32.4% 증가했다. 지속가능한 신계약 가치 관리를 강화하면서 보장성 보험의 판매가 증가함에 따라 보장성 APE가 전년 대비 1257억 원(41.8%) 증가한 점이 주효했다.
APE는 보험사가 수취한 보험료를 1년 기준으로 환산해 구한 값으로, 보험사의 향후 수익성을 평가할 수 있는 주요 지표로 꼽힌다. 신한라이프가 올해 초부터 추진하고 있는 비즈니스 이노베이션(BI) 전략이 수익성 개선이라는 긍정적 결과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다.
보험계약 시 미래에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익의 현재 가치를 뜻하는 계약서비스마진(CSM) 평가액은 6월말 기준 7조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말 기준 신한라이프의 CSM 평가액 6조7469억원보다 2500억원 이상 더 커진 규모로, 미래 발생 이익 가치면에서도 생보사 상위권 대열에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했다.
앞서 신한라이프는 지난해 기준 CMS 평가액에 있어 삼성생명(10조3745억원), 한화생명(9조5587억원)에 이어 생보업계 3위를 차지했다.
이처럼 미래 발생 이익 가치가 더 커진 이유는 올해부터 적용되는 IFRS17 제도에 대비해 보장성 보험 중심의 판매 전략 등 가치 중심 경영을 지속한 결과다. 이외에도 건전성 지표인 신지급여력비율(K-ICS·킥스)의 잠정치는 219%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했다.
순익, 미래 이익 가치, 건전성 등 어느 것 하나 손색 없는 성적을 낸 것이다.
사실 이 사장은 생명보험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CEO의 바통을 넘겨받았다.
신한금융지주내 세대교체 바람이 불며 신한라이프의 차기 수장으로 이 사장이 낙점된 지난해 12월은 코로나 시절 인하했던 금리를 다시 급격히 올리며 금융시장이 불안정했고 이에더해 레고랜드 사태마저 터지며 채권 시장이 요동을 치던 때였다. 장기 채권 가격이 불안정해지면서 생보사에게는 더욱 악조건인 사업 환경이었다.
이 사장은 금리 상승과 금융자산시장 불황 등 경영적 불확실성에서도 수익성과 건전성 개선을 이뤄내야하는 중책을 맡은 것이다.
내부 통합 문제 역시 큰산을 넘어야 하는 숙제처럼 남아 있었다. 2021년 신한라이프는 옛 '신한생명-오렌지라이프'간 물리적 통합을 완료했지만, 이후 화학적 통합 과정에서 노조와의 갈등이 거셌다. 특히 오렌지라이프와 신한생명 사이 인사직급 체계가 상이해 이를 조율하는데 시간이 걸렸을 뿐 아니라 두 보험사 노조가 통합되지 않고 각각 남아 있어 최고 경영자로서 이들과 소통하는 방식에도 상당한 감각이 필요했다.
이 사장은 신한금융이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할 당시부터 지주 전략기획팀 본부장으로 인수 과정을 지원했다. 자회사 편입 이후에는 오렌지라이프 전무(뉴라이프추진실)를 거쳐 2021년 1월부터 6월까지 대표이사 부사장을 맡았다.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완벽한 통합을 이뤄낼 준비된 CEO로 단연 이 사장이 꼽혔다.
'전통 신한맨' 가운에서도 대표적인 '전략통'으로 꼽히는 이 사장에 대한 그룹 안팎의 기대감도 크다.
1966년생인 이 사장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93년 신한은행에 입행한 이후 대외협력실, 미래전략부, 전략기획팀 등 지주와 은행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화학적 통합을 숙제로 둔 신한라이프의 CEO로 낙점한 이유에 대해 당시 신한지주 측은 “이 내정자는 법적 통합을 비롯해 양사 통합의 세부 과정을 지원하며 쌍방향 소통과 협업 마인드로 구성원들의 신뢰가 높았던 만큼, 내부 결집과 단합을 통해 톱(Top) 생보사로의 도약을 꾀하는 신한라이프 CEO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실적에서 그치지 않는다...'정도경영'에서도 톱 되겠다"
이 사장은 올해 1월 취임식 격으로 열린 ‘Team LIFE 2023 발대식’에서 올해 회사를 생보업계 톱2로 만들겠다고 선포하면서 이를 위한 핵심 경영방향으로 ▲흔들림 없는 비즈니스 이노베이션(Business Innovation·이하 BI) 전략 추진 ▲지속가능한 성과 도모 ▲미래 성장동력을 위한 선제적 대응 ▲신뢰와 소통의 조직문화 구축 등을 제시했다.
신한라이프는 이를 토대로 본원적 영업력 제고를 통한 신계약 계약서비스마진 확보에 적극 나서는 한편 비용절감을 통해 발생한 재원은 또다시 영업에 재투입하는 효율화를 강하게 추진했다.
‘Team LIFE 2023 발대식’에서 이 사장은 “BI는 보험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해 톱2 생보사로 도약하기 위해 추진하는 핵심 전략”이라며 “BI 전략 일환으로 영업채널 뿐만 아니라 전사에 걸쳐 각종 비효율을 제거하고, 절감된 비용은 영업을 위해 재투자하는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신한라이프의 상반기 당기순이익 3117억은 지난해 전체 연간 순익 4636억원과 비교해 불과 1500억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같은 빠른 성장세를 유지할 경우 신한라이프가 생보 업계 2위로 올라서는게 아주 먼 이야기는 아닐 것이란 기대감도 생긴다.
그러나 이같은 실적 호조 이외에도 이 사장이 더 챙겨야 할 게 사실 남았다. 불완전판매비율을 낮추고 고객과의 신뢰를 제고하는 등 정도경영을 강화하는 것이다.
최근 이 대표는 임직원들과 갖는 정기·수시회의에서 "자산 2위를 넘어 정도경영이라는 가치 부문에서도 2위를 달성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 상반기에는 실적 부문에서 교보생명과 한화생명을 넘어 생명보험업계 2위에 올라서는 것을 강조했다면 하반기엔 불완전판매 비율을 줄이는 등 고객 신뢰도와 관련한 부문에서 상위권에 안착해야 한다는 것을 목표로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 대표는 고객 신뢰도 회복이 결국은 중장기적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이 대표의 메시지는 최근 신한라이프 판매자회사인 신한금융플러스의 사세가 확장하고 있는 가운데 민원건수·불완전판매 비율 등을 낮춰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이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 1분기 신한라이프 민원 환산건수(보유계약 10만건당)는 11.17건으로 삼성생명(7.25건), 한화생명(5.74건), 교보생명(5.05건)보다 높다.
신한라이프의 지난해 하반기 불완전판매비율은 0.09%로 한화생명(0.05%)보다 높고 삼성생명(0.11%), 교보생명(0.1%)보다 낮다. 신한라이프 상품 판매를 전담하고 있는 신한금융플러스의 수입보험료는 2021년 1280억5382만원에서 2022년 1443억5857만원으로 12.7% 증가했다.
아울러 공격경영을 앞세우며 뒤쫒아오는 경쟁사들의 추격을 따돌리는 것도 만만치 않은 숙제다.
특히 KB금융지주의 통합 생보사 ‘KB라이프생명’은 순익면에서 무서운 속도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푸르덴셜생명과 KB생명의 통합작업을 성공적으로 마친 KB라이프생명은 상반기 개별기준으로 213.1%나 급증한 2157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규모면에서는 신한라이프와 비교할 수준이 아니지만, 성장 속도는 가히 위협적이다.
'전략통' 이 사장이 이처럼 안팎의 여러 과제를 해결하며 '수치적', '가치적' 고속 성장을 이뤄내고 생보 업계 상위권 위치를 더욱 공고히 할지 기대감이 자못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