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주 희비…애경 ‘웃고’ LG생건·아모레 ‘울고’
온라인 주력 애경산업 주가, 3개월 전 대비 18%↑ 중국 의존 큰 LG생건·아모레퍼시픽 주가는 부진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수혜를 일제히 입을 것으로 기대됐던 화장품주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애경산업(018250)이 실적 개선과 함께 주가도 회복세를 보이는 반면 한때 화장품 대장주로 불렸던 LG생활건강(051900)과 아모레퍼시픽(090430) 주가는 바닥권을 맴도는 모습이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종가 기준 애경산업 주가는 2만2100원을 기록했다. 이는 3개월 전 1만8650원과 비교해 18% 상승한 수치다. 연초인 5개월 전 1만9300원에 비해서도 주가는 14% 올랐다.
LG생건과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LG생건 주가는 3월 초 67만원을 넘긴 이후 등락을 반복하다 50만원대 초반으로 내려앉았다. 이날 LG생건 주가는 53만9000원으로 장을 마무리했다.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3개월 전만 해도 14만원을 넘겼지만 현재 10만원 초반대(7일 기준 10만7200원)에 머물고 있다.
화장품 3사 간 실적이 엇갈리면서 주가 흐름도 교차하는 양상이다. 애경산업은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실적 부진을 거듭하다 지난해 3분기부터 영업이익이 3분기 연속 상승세를 나타냈다. 올해 1분기 애경산업의 영업이익은 154억원으로, 전년 동기 78억원 대비 97% 급증했다. 같은 기간 LG생건과 아모레퍼시픽의 영업이익이 각각 17%, 59% 줄어든 것과는 대조적이다.
애경산업은 실적 회복에 힘입어 주주친화 정책에도 무게를 싣고 있다. 앞서 이 회사는 2022년 사업연도 현금 배당을 주당 310원으로 100원 증액한 바 있다. 여기에 오는 8월까지 1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작업을 완료할 방침이다. 올 들어 임재영 대표이사를 비롯해 신규 임원들이 자사주 총 7000주를 매입하기도 했다.
LG생건과 아모레퍼시픽은 화장품 대장주의 명성을 좀처럼 되찾지 못하는 양상이다. LG생건은 2021년까지만 해도 1주당 가격이 176만원을 넘기는 등 최고가를 찍으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아모레퍼시픽도 당시 주가가 30만원선을 오르내렸다.
양사 주가가 기세를 펴지 못하는 이유는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 국면에 접어 들었지만 중국 화장품 소비 회복이 더뎌서다. 실제 LG생활건강은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편인데, 전체 화장품 사업 매출의 55% 가량이 면세 및 중국 현지 소비 수요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증권가는 추산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사업 재정비 일환으로 상반기 내 중국 이니스프리 오프라인 매장을 전부 철수할 계획이다.
애경산업은 온라인 채널을 중심으로 화장품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점이 빠른 반등의 비결로 꼽힌다. 이 회사는 별도의 오프라인 매장을 두지 않는 사업 특성상 중국에서도 티몰, 징둥닷컴, 콰이쇼우, 틱톡 등 디지털 채널을 주요 판로로 활용하고 있다. 이밖에도 미국 ‘아마존’, 동남아시아 온라인 커머스 플랫폼 ‘쇼피’ 등에 입점해 있다.
화장품 대장주가 기지개를 켜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김혜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 입장에서는 면세 채널 판매 회복이 중요하지만 중국에서 외교 문제를 이유로 한국은 물론 미국, 일본에는 단체 관광을 허용하지 않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여기에 내수 소비 회복 지연은 물론 화장품 소비의 무게 중심이 중국 자국 브랜드로 옮겨가는 등 여러 요소들이 혼재돼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