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家도 주목한 ADC 시장...국내기업, 플랫폼 기술 확보 사활
삼성바이오로직스, ‘ADC 기술 보유' 아라리스에 투자 레고켐바이오, ADC 후보 'LCB14' 中 3상 돌입
국내 기업들이 항체·약물접합체(ADC) 기술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ADC는 항체에 암세포를 죽이는 약물을 붙여 다른 세포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암세포만 표적하는 차세대 항암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15일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 연구센터에 따르면 2019~2022년 8개의 ADC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90% 증가한 57개의 새로운 ADC가 임상 1상에 진입했다.
또 ADC를 평가하기 위한 249개의 임상시험이 지난해 새롭게 시작되는 등 ADC 연구개발(R&D)이 폭발적인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마켓에 따르면 글로벌 ADC 시장은 지난 2022년 약 59억달러(약 8조원) 규모에서 연평균 22% 성장해 2026년 약 130억달러(19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일본 다이이찌산쿄와 영국 아스트라제네카가 공동으로 개발한 ADC 기반의 유방암 치료제 ‘엔허투’는 지난 2019년 미국 FDA로부터 허가를 받았다. 지난해 글로벌 매출이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에 달하는 제품이다.
ADC 기반 치료제의 상업적 가치가 높아지며 국내외 기업들의 ADC 약물 임상 및 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존슨앤존슨과 GSK, 암젠, 머크 등 빅파마들이 ADC 관련 기술을 도입하는 것은 물론 신약 파이프라인을 사들이기도 했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ADC 연구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는 전략적 투자를 통해 ADC 시장 공략에 나섰다.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물산과 함께 구성한 1500억원 규모 펀드를 통해 스위스 바이오 기업 ‘아라리스 바이오텍’에 투자했다.
아라리스는 ADC 기술 개발 기업으로 ADC를 구성하는 링커에서 독보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투자금은 아라리스의 ADC 후보물질 추가개발 등을 지원하는데 사용될 예정이다.
앞서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올해 초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ADC 등 차세대 치료제로의 영역 확장 방향을 공개한 바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자체적으로 ADC 위탁개발생산(CDMO)에 나서며, 내년 초 생산에 돌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삼성물산과 조성한 라이프사이언스 펀드를 통해 이번 아라리스 바이오텍에 투자했다”며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개념에서 이번 투자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기술이전 및 기술도입 등을 통해 ADC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기업들도 있다.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141080)는 지난해 12월 글로벌 제약사 암젠과 1조6000억원 규모의 ADC 플랫폼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최근 중국 파트너사인 포순제약에 기술 이전한 ADC 후보물질 ‘LCB14’이 임상 3상에 진입하면서 마일스톤(기술료) 350만달러(약 46억원)를 받았다.
셀트리온(068270)은 국내 기업 피노바이오에 투자하며 ADC 후보물질 발굴에 속도를 내고 있다. ADC 링커-페이로드 플랫폼 기술실시 옵션 도입에 대한 계약을 체결했다. 셀트리온은 피노바이오가 보유한 ADC 링커-페이로드 플랫폼인 ‘피놋-ADC’를 활용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
종근당(185750)은 지난 2월 네덜란드 ADC 개발 전문 바이오기업 시나픽스와 ADC 플랫폼 기술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종근당은 시나픽스가 보유한 ADC 플랫폼 기술 3종의 사용권리를 확보해 ADC 항암제 후보물질을 발굴 중이다. 삼진제약(005500)도 항체 신약개발 기업 노벨티노빌리티와 ADC 신약개발을 위한 공동연구 협약을 체결했다.
권해순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ADC는 신규 모달리티 약물 중 가장 개발이 활발한 분야로, 기존 표준요법 항암제들에 보이는 내성의 대안 치료를 넘어서 표준요법 치료제로 자리 잡기 위한 ADC 약물들의 임상 및 개발이 활발히 진행 중”이라며 “ADC 산업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