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로리 낮춰라’…헬시플레저가 식음료 뉴 트렌드[건강을 마신다 ‘ZERO 열풍’①]

제로열풍에 정체기 진입했던 탄산음료 시장 호황기 맞아

2023-04-22     이상훈 기자

정체기로 진입했다는 평가를 받던 국내 탄산음료 시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를 계기로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국내 대표 음료 회사인 롯데칠성음료가 대표 사례다. 롯데칠성음료의 지난해 탄산음료 매출은 8827억원으로 2021년 보다 18.29% 성장했다. 오랜기간 6000억원대 매출에 머물렀지만, 2021년을 기점으로 가파른 성장곡선을 그린 것이다. 

롯데칠성음료 탄산음료 매출이 크게 증가할 수 있었던 것은 ‘제로탄산’ 시장이 급성장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롯데칠성음료는 제로사이다, 제로탐스 등 5개의 제로탄산음료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롯데칠성음료는 제로탄산음료 매출을 별도 공개하고 있지 않다.

제로 탄산음료 시장 팽창은 팬데믹 기간 동안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시작됐다. 탄산음료를 비롯 ‘식음료 소비 트렌드’가 ‘건강과 다이어트’로 급격히 쏠리면서다. 건강한 식생활은, 일명 ‘헬스플레저’로 표현된다. 헬스플레저는 ‘건강관리가 즐거워진다’는 의미다.

위기 속 찾아온 기회…나랑드사이다의 재발견

롯데칠성음료 외에도 제로탄산음료 시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기업이 있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가장 먼저 제로탄산음료를 출시한 동아오츠카가 주인공이다. 동아오츠카는 롯데칠성음료가 주도하고 있는 국내 사이다 시장 후발주자다. 칠성사이다는 1950년, 동아오츠카의 나랑드사이다는 1977년 각각 출시됐다.

나랑드사이다는 출시 초기 센스있는 작명과 ‘갈매기의 꿈을 마셔요’라는 캐치프레이즈와 함께 국내 사이다 시장 2위 자리까지 오르는 등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1980년 판매부진으로 시장 철수라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하이트진로 제로슈거 소주가 편의점 매대에 진열돼 있다. 출처 : 하이트진로

이후 나랑드사이다는 2010년 제로 칼로리 음료로 리뉴얼 재출시됐다. 리뉴얼 재출시 배경은 ‘지금의 헬스플레저 트렌드’와 큰 차이가 없다. 탄산음료는 마시고 싶지만 칼로리가 걱정되는 소비자 니즈를 발 빠르게 파악해, 제로 칼로리 사이다 시장을 선점했다는 게 동아오츠카의 설명이다. 

재출시된 나랑드사이다는 제로칼로리에 색소, 설탕, 보존료 모두 첨가하지 않은 ‘4 Zero’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는 칼로리에 민감한 2030 여성과 헬스 및 피트니스 관련 소비자가 ‘찐 고객’이 된 계기가 됐다.

하지만 나랑드사이다를 비롯, 제로탄산음료 시장에는 좀처럼 '봄'이 찾아오지 않았다. 헬시플레저 열풍이 있기 전까지만 해도 ‘제로음료는 맛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대중화에는 실패했다. 나랑드사이다에 이어 제로제품을 내놓은 롯데칠성음료가 일찌감치 시장에서 철수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동아오츠카 관계자는 “타 사의 제로 칼로리 사이다가 시장에서 자취를 감출 때에도, ‘식음료기업으로서 국민 건강에 기여한다’는 기업 이념을 바탕으로 나랑드사이다에 대한 투자를 지속했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동아오츠카의 장기적 관점은 적중했다. 나랑드사이다는 건강과 다이어트를 위해 제로 칼로리 음료를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지며 꾸준히 판매가 늘어났다. 또 제로 칼로리 음료 맛에 대한 편견을 깬 산뜻한 맛과 톡 쏘는 청량감으로 소비자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동아오츠카 관계자는 “최근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SNS을 통해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공유하는 나랑드사이다 추천 콘텐츠가 많아졌다”며 “소비자 사이의 자연스러운 입소문이 매출에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밝혔다.

그 결과 나랑드사이다는 국내 대표 제로 칼로리 사이다로 자리매김했다는 게 동아오츠카 측 주장이다. 나랑드사이다 매출이 크게 늘어난 시점은 2020년부터다. 2020년 110%의 매출 증가율을 보이더니, 2021년과 2022년에도 각각 91%, 40%에 달하는 성장률을 나타냈다.

확대되는 제로음료 라인업, 그리고 新식음료 시대 개막

제로탄산음료의 성공은 국내 음료 시장 트렌드를 ‘제로’ 중심으로 바꿔놨다. 음료시장에서는 제로탄산 뿐아니라 커피, 이온음료, 비타민 등 제로제품이 쏟아지고 있는 추세다. 

롯데칠성음료는 2023년 음료사업 추진 주요 전략으로 ‘건강·헬스케어 포트폴리오 구축’을 잡았다. 그 가운데 하나가 ‘당류저감 및 제로 슈가’다. 롯데칠성음료는 2021년을 제로탄산 발매의 해로 규정하고 지난해부터 카테고리를 확대해 왔다.

2021년 칠성사이다와 펩시콜라로 한정됐던 제로 라인업은 지난해 탐스, 핫식스, 실론티로 확대됐다. 올해는 밀키스와 칸타타, 2% 아쿠아 등으로 제로 제품이 추가될 전망이다. 

여기에 롯데칠성음료는 기존 제로 제품의 후속작 출시도 예고했다. 탐스·펩시콜라·칠성사이다에 새로운 옷을 입혀 제로 트렌드를 강화하는 한편, 적극 대응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첫 시작은 펩시콜라와 밀키스가 끊었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 2월 ‘펩시제로 슈거 망고향’을 출시한데 이어 3월에는 ‘밀키스 제로’를 내놨다. 밀키스 제로는 1989년 출시된 밀키스 신제품으로 34년 만에 제로 칼로리 유성탄산음료를 선보이게 됐다. 

제로트렌드는 음료 시장 뿐아니라, 식품 시장에서도 제품 출시가 이어지고 있다. 제로트렌드가 과자류, 아이스크림, 소스류 등 단맛이 강한 제품군에 폭넓게 적용되고 있는 셈이다.

최근 롯데제과와 롯데푸드 통합 법인으로 출범한 롯데웰푸드는 이미 ‘설탕제로·당류제로’를 내건 제품을 다수 출시했다. 제로 초콜릿칩 쿠키, 제로 후르츠, 제로 아이스콜라, 제로 아이스 초코바 등이 대표적이다.

소스류는 팔도의 ‘팔도비빔장 저칼로리’, 동원홈푸드의 ‘저칼로리 데리야끼소스’와 ‘저당 굴소스’가 출시됐다. 기존의 맛은 유지하면서도 칼로리를 낮춘 게 이들 소스 제품의 특징이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저칼로리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즐거움에 초점을 둔 건강 관리방법인 헬시플레저 트렌드가 확산 됨에 따라 제로칼로리 탄산음료도 호황기를 맞게 됐다”면서 “향후에도 제로칼로리 탄산음료에 대한 소비자 니즈와 사랑은 지속 될 전망”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