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투자 외치더니…국민연금, 파산한 SVB 모회사에 수백억 투자

블룸버그 등 외신 "국민연금, 작년말 기준 304억원 보유" SVB 파산으로 거래정지…투자금 회수 가능성 '불투명'

2023-03-12     김호성 기자
전북 전주시 국민연금공단 전경. 출처=연합뉴스

국민연금이 실리콘밸리뱅크(SVB)의 모회사 SVB금융그룹(종목명: SIVB)의 주식을 지난해 말 기준 10만795주 보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나스닥에 상장된 SVB금융그룹의 주가는 지난해 12월 평균 주당 200달러를 웃돌았다. 작년 말 주가 기준으로 2300만달러(약 304억원) 정도의 가치였다.

자회사 SVB의 채권투자 손실에 따른 파산 사태로 지난 9일 기준 SVB금융그룹의 주가는 폭락했고 이후 거래정지되면서 회수 가능성에 회의적 시각이 제기된다. 투자 시점에 따라 투자 원금은 이보다 더 클 가능성도 있다.

12일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해 SVB금융그룹 주식을 2만7664주 추가 매입했다. 지난해 연말 특히 지난해 4분기에 1만9884를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가가 하락하는 국면에 ‘저가매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7월 586달러를 찍은 SVB 금융그룹 주가는 이후 하락세를 그리며 지난해 12월 주당 200달러를 겨우 웃돌았다. 이후 파산 여파로 지난 9일 106.04달러까지 급락했다. 

SVB가 파산하면서 국민연금이 SVB금융그룹 주식에 투자한 자금  회수는 불투명해 보인다.

미국 금융당국이 파산관재인으로 지정한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IDC)는 SVB가 보유한 채권 등 자산 매각을 통해 자금 회수에 들어갈 예정이지만 이는 예금자들에게 돌려줄 몫일 뿐이다. SVB금융그룹의 주식 거래 재개 가능성도 현재로서는 희박하다는 평가다.

이처럼 국민연금의 SVB금융그룹 주식 투자금 대부분이 손실 처리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그간 해외 투자 비중을 확대해 온 기금운용 방향에도 재점검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은 그간 투자 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을 계속 줄이는 대신 해외 주식 비중을 빠르게 확대해 왔다.

이와 관련한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과거 평균 기금운용 수익률을 비교할 경우 해외 자산의 수익률이 국내 자산 대비 2~3배 우위에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국민연금이 파산된 SVB의 모회사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해외 투자 정보력이 미흡하다는 지적과 함께 투자 안전성 문제가 도마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