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촌주공 계약률 70%.....예상보다 선방

역대급 부동산 규제완화에 힘입은 듯 1400채 미계약. 예비당첨 땐 90% 예상 향후 부동산 시장 전망은 여전히 안갯속

2023-01-18     김동환 기자
17일 마감한 둔촌주공 계약 결과 일반분양 계약률이 70% 안팎으로 나타났다.  출처= 연합뉴스 

침체기에 빠진 부동산 시장의 향방을 가를 시금석으로 여겨졌던 둔촌주공 재건축(올림픽파크 포레온) 계약 마감 결과 일반분양에서 결국 약 1400채가 미계약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분양 물량 4768채의 계약률은 70% 안팎인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최대 규모(총 1만2032가구) 재건축 단지로 블룸버그 통신까지 ‘완판’ 여부에 관심을 가질 정도였던 둔촌주공의 미계약 사태는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다. 집값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데다 금리 인상도 아직 끝나지 않아 계약포기가 속출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둔촌주공 계약 결과에 나라 안팎의 관심이 집중된 것은 둔촌주공이 증권업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의 시험대 격이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은 당초 17일까지 진행되는 일반분양 계약금을 받아 사업비를 상환해야 했는데 초기 계약률이 77%는 돼야 일시 상환이 가능한 것으로 예상됐다. 만약 이에 못미칠 경우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충격이 PF 시장은 물론 금융시장 전체에 발생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돌았다.

둔촌주공은 지난해 12월 청약 최종 경쟁률이 평균 5.5 대 1에 그치고 최저 당첨 가점도 20점으로 만점(84점)에 비하면 상당히 낮아 미분양이 대거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당시 둔촌주공 계약률이 40%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까지 했다.

정부가 1월3일 발표한 부동산규제완화 정책을 일각에서 ‘둔촌주공 구하기’라고 부르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계약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당근’을 제시한 셈이었다. 특히 재건축 조합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대출 보증으로 국내 은행 5곳으로부터 7500억원의 사업비를 조달할 수 있게 한 것은 혹시 모를 금융시장 대혼란을 사전에 막기 위한 정부의 고육책이었다. 둔촌주공은 계약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통상 3~4일인 계약 기간을 이달 3일부터 17일까지 2주로 늘렸고 마감일인 17일도 당초 오후 6시 마감을 넘겨 저녁 늦게까지 추가로 접수를 받았다.

17일 마감 결과를 두고는 “그래도 예상보다는 선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관계자는 “예비당첨자 계약까지 마칠 경우 최종 계약률은 90%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둔촌주공 계약률이 당초 예상보다 오르기는 했지만, 대대적인 분양 규제 완화에도 1000채 이상 미계약 물량이 나온 것은 그만큼 고금리로 인한 대출이자 부담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제 업계의 관심사는 둔촌주공의 이번 계약 결과가 향후 부동산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이다. 둔촌주공 계약 결과는 올해 3만2000여 채가 예정된 서울 분양시장에 바로미터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3월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이문아이파크자이(일반분양 1641채), 6월 서울 서초구 방배동 래미안원페를라(일반분양 497채) 등이 청약을 앞두고 있다.

분양가가 좀 낮으면 그나마 부동산 침체기에 계약률을 높일 수 있겠지만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원자재 가격도 급등한 상황에서 이것도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한편 두 달전 5만8천 가구를 기록했던 전국 미분양 아파트는 현재 6만 가구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는 전월 대비 6.47% 떨어지며 17년만에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