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회장’ 연내 취임 전망…격동전야 삼성전자

8월 특별 사면, 경영 활동 규제 해제 2023년 인사에서 취임 확정될 것으로 전망 사업확장부터 조직개편까지 삼성전자 대대적 변화 예상

2022-08-17     박정훈 기자
출처=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연내 회장 승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광복절 특별 사면으로 경영활동에 대한 법적 규제에서 벗어나면서다. 이러한 가운데 ‘이재용 중심’의 체제가 완벽하게 구축될 삼성전자에는 많은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지난 2020년 10월 25일 故이건희 회장이 타계한 후 삼성전자 회장의 자리는 현재까지 공석으로 남아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2014년 5월 급성 이건희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입원한 후부터  사실상 삼성전자의 총수 역할을 해 왔다.

그러나 이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이 생존해 있는 동안 삼성전자 및 전체 계열사에 미쳤던 영향력을 끝까지 완벽하게 이어받지 않은 채로 남겨뒀다. 이건희 회장이 타계한 후 약 2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이재용 부회장은 완벽한 삼성전자의 총수로서 나서야 할 시기를 맞이했다.

이건희 회장은 창업주이자 선대 총수인 이병철 회장이 타계한 1987년 11월 19일로부터 12일 후인 1987년 12월 1일 삼성의 회장에 취임했다. 전례를 따랐다면, 이재용 부회장은 2020년 10월 삼성전자 회장에 취임했어야 했다. 삼성전자가 회장직을 1년 이상 공석으로 남겨 둔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여기에는 2020년 당시 여러 가지 법적 리스크와 엮여 있었던 이재용 부회장의 입지가 일부분 고려된 것으로 보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의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사업장 방문에 대한 환영사를 전하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 출처= 연합뉴스

현재는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활동에 대한 제약이 없어진 만큼, 삼성전자는 총수 중심의 안정적 경영을 위해 회장직의 공백 기간을 최소화 할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삼성전자는 현재보다 권한이 확대된 이재용 ‘회장’의 적극적 경영 활동을 필요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 공백으로 추진되지 못한 사업의 확장과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의 입지, 지배구조 및 조직개편 등 많은 당면 과제들을 마주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회장 취임 이후 혹은 그를 전제로 한 적극 행보를 보여준다면 일련의 문제들은 빠르게 조율된다.

가장 빠르게 결론이 날 것으로 예상되는 사안은 삼성전자의 사업 확장이다. 2016년 미국의 전장기업 하만(HARMAN)의 인수 이후 삼성전자의 인수합병은 단 한 차례도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나 시스템반도체 영역의 역량 강화가 절실한 지금의 삼성전자는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차량용 반도체 등 취약점의 보완이 필요하다. 가장 빠른 해결방법은 인수합병이다. 올해 1월 CES2022에서 삼성전자 DX부문장 한종희 부회장은 “인수합병이 준비되고 있다”라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만약 이 부회장의 회장 취임 이전까지 사안이 진척되지 않는다면, 취임 이후 시점에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해외 반도체 생산 인프라 확장도 더욱 구체화될 수 있다. TSMC·인텔 등 경쟁 기업들의 공격적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확장은 삼성전자를 압박하고 있다. 미국 텍사스 주 테일러 시의 제2 파운드리 건립은 확정됐으나 경쟁사들의 행보를 감안하면,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최근 삼성전자는 미국 내 반도체 인프라의 확장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측은 “장기적 관점의 검토일 뿐 확정된 사안은 없다”라고 밝혔다. 이재용 부회장의 회장 취임 이후 그 방향성이 확실해 질 가능성이 높다.

2020년 5월 중국 시안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을 방문해 현장을 점검하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 출처= 삼성전자

미국과 중국의 격한 대립 속에서 삼성전자는 두 나라 모두를 중요한 반도체 수요처이자 핵심 생산거점으로 두고 있다. 최악의 경우 양쪽 모두에게서 견제를 당할 수도 있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산업과 외교 관계가 엮인 문제에 있어서는 늘 직접 나서 조율하는 적극성을 보여줬다. 회장 취임 이후 이 부회장은 해당 문제의 해결을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사업 외 영역에서 이재용 부회장은 회장 취임 후 삼성전자의 지배구조 및 조직개편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2022년 인사에서 삼성전자는 사업부문장의 전면교체, 주요 사업부문의 통합, 전무 직급의 폐지 그리고 성과 중심의 인사평가 제도 도입 등 파격적인 변화를 실행에 옮겼다. 이 부회장이 회장이 되면 준법경영에 근거한 경영 투명성 제고와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조직개편 등 이전보다 더 파격적 변화들이 실행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재용 부회장의 회장 취임 시기에 대해 재계는 삼성전자의 매년 인사가 시작되는 12월 이후로 예상하고 있다.

대내외적으로 많은 당면과제들을 마주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명실상부한 총수가 될 이재용 부회장의 어깨는 무겁다. 광복절 특별사면에 대한 소감에서 이재용 부회장은 “지속적 투자와 청년 일자리 창출로 경제에 힘을 보태고, 국민 여러분의 기대와 정부의 배려에 보답하며 아울러 우리 사회와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라고 약속했다.

이재용 ‘회장’을 통해 실현될 삼성전자의 대대적인 변화와 그로 인한 파급효과에 재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