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 손잡은 '말랑말랑' 시스코, 클라우드 속으로

"시스코만 할 수 있는 것"

2022-05-31     최진홍 기자

시스코 시스템즈가 31일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 호텔에서 시스코 커넥트 코리아 2022 미디어 라운드테이블을 진행한 가운데 공격적인 클라우드 전략을 발표했다.

시스코는 원래 네트워크 하드웨어 제품으로 성장했으나 클라우드 시장이 열리던 당시 트랜스포메이션의 타이밍을 놓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행히 2015년 척 로빈스 CEO 취임 후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빠른 체질개선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2015년 당시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부문 매출이 40%였던 시스코는 회계연도 2020년부터 소프트웨어 매출이 전체의 50% 이상 차지하고 회계연도 2021년에는 53%를 달성했으며, 소프트웨어 매출 중에서도 구독 라이선스 부문 매출은 79%를 기록했다. 한국도 비슷한 분위기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다만 시스코는 "하드웨어를 파는 것이 내부적으로 가장 간단했지만 소프트웨어로 체질 개선을 위해 내부 인식을 바꾸는 것이 중요했다"면서 "소프트웨어 영업을 위해 CX라는 조직을 만들어 본사는 물론 세계 각 지의 조직 분위기를 쇄신하는 한편 구독형 소프트웨어 판매 확대를 도입했다"고 말했다.

그 연장선에서 새로운 가능성 타진을 위한 방향성을 '클라우드 시대에 반드시 필요한 네트워크의 시스코'로 잡은 분위기다. 나아가 시스코 코리아가 K-배터리 및 전자업계와 함께 글로벌 시장 개척을 돕는 중요한 파트너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도 확인됐다.

사진=최진홍 기자

 "K-배터리의 친구, 시스코"

조범구 시스코코리아 대표는 시스코의 존재이유와 비전을 담담하게 공개했다. 그는 "시스코의 존재이유와 비전은 엄청난 기술로 혁신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모든 사람을 포용하고 차별을 거부하는 것이 존재이유며 2025년까지 10억명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우리의 비전"이라고 말했다.

초연결을 지향하는 네트워크의 강자다운 존재이유와 비전이다.

그 연장선에서 시스코는 탄탄한 기초체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조 대표는 "시스코는 연간 약 65억달러(한화 약 8조원)를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으며 적극적으로 인수 및 합병을 이어오고 있다"면서 "미래를 위한 투자가 전체 매출의 20% 이상"이라고 말했다.

▲클라우드 환경 지원, ▲소프트웨어 기업으로의 전환 가속화 ▲K-배터리 및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 ▲운영기술(OT)/사물인터넷(IoT)이라는 화두도 공개했다. 

조 대표는 특히 K-배터리 측면에서 시스코는 한국의 배터리 3사가 펼치는 글로벌 전략에 힘을 더하고 있으며, 그 연장선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 외 삼성전자 및 네이버클라우드 등과 함께 글로벌 전략을 도모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조 대표는 "이들 기업들의 글로벌 사업은 시스코 코리아가 책임진다"면서 "삼성전자와 차세대 와이파이 및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등에서도 협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클라우드 시대, 시스코는 어디로?

한편 진강훈 엔지니어 총괄 부사장은 클라우드 시대를 맞아 시스코의 방향성을 보여줬다. 

현재 클라우드 시장은, 특히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를 중심으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소프트웨어 서비스 전문기업 플렉세라(Flexera)가 발표한 ‘2022년 클라우드 현황’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0%가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를 사용하고 있으며, 한국 정부 역시, 공공 및 산업 전 분야에 걸쳐 디지털 혁신을 가속화하고 국내 클라우드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공공부문의 민간 클라우드 우선 이용 추진에 나서고 있다. 

시스코는 달라진 클라우드 시장에서 잘 적응하고 있을까. 사실 초기 클라우드 시장에서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제는 클라우드를 '상수'에 두고 관련 로드맵을 구축하는 중이다. ▲안전하고 민첩한 네트워크, ▲하이브리드 근무, ▲최적화된 애플리케이션 경험, ▲엔드-투-엔드 보안 전략, ▲미래의 인터넷(Internet for the Future) 등 다섯 가지 전략을 바탕으로 클라우드 시장에 적응한 시스코의 비전을 가다듬는다는 각오다.

진 부사장은 "시스코는 클라우드를 제공하는 기업이 아니지만, 연결에 특화된 기업"이라며 "팬데믹 이후 클라우드는 비즈니스의 핵심이 되었기 때문에 연결의 시스코가 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나아가 "네트워크의 강자인 시스코는 모니터링, 추적 등 클라우드 시대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면서 "특히 재택근무가 일상화된 상황에서 시스코 운신의 폭은 넓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클라우드 기반 위에서 협업 플랫폼 및 모바일 업무 환경 구축 및 강력한 보안을 제공하는 곳은 AWS나 구글, MS처럼 퍼블릭 클라우드 사업자들이 아니다. 네크워크를 가진 시스코라는 것이 진 부사장의 주장이다. 그는 "구름(클라우드)가 깔린 세상 너머에는 무엇이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면서도 "안전한 연결, AI 기반 분석 자동화의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시스코의 다양한 라인업이 지나치게 파편화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다만 진 부사장은 "모든 비즈니스의 핵심은 IP"라며 "시스코라는 회사는 IP에서 시작됐고, 이를 통해 새로운 솔루션을 만들어내는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