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러시아산 대신 美가스 수입할까…韓 조선업 반사이익?
美 등 수입 시 LNG운반선 발주 늘어날 듯
[이코노믹리뷰=도다솔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조선업종이 수혜를 입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이번 서방의 고강도 제재에 대한 반발로 러시아가 또다시 천연가스를 무기화할 것에 대비해 유럽이 에너지 공급처의 다변화에 나설 경우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발주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배경에서다.
만약 유럽이 러시아산 천연가스 대신 대체 수입처로 미국과 천연가스 스와프(맞교환)를 추진할 경우 육로가 아닌 선박으로 운송하기 때문에 LNG선의 수요는 지금보다 훨씬 늘어나게 된다.
LNG선 강자인 한국 조선업은 나름의 이득을 얻을 수 있다. 이 같은 기대감은 최근 한국 조선주가 급등한 배경이기도 하다. 다만 이번 사태로 한국 조선업계가 끌어낼 수 있는 반사이익은 사태의 장기화 여부에 따라 기대보다 제한적일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서방의 경제 제재
25일 CNN 등 외신에 따르면 현지시간 24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와 독일을 직접 연결하는 가스관인 ‘노르트 스트림-2’의 건설 주관사 노르트 스트림-2 AG와 그 기업 임원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 노르트 스트림-2 AG는 스위스에 있으며 러시아 국영 가스기업 가즈프롬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같은 날 영국도 러시아 은행·기업·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측근 재벌 등을 겨냥해 자산을 동결하고 주요 은행들의 파운드화 시장 접근을 차단하는 등 역대 최대 규모의 추가 제재를 내놨다.
보리스 존슨 총리는 주요 7개국(G7) 화상 정상회의를 마친 뒤 “G7 회의에서 푸틴이 치를 대가를 최대화하기 위해 단합하기로 합의했다”며 “여기엔 유럽의 러시아 석유와 가스 집단 의존을 끝내는 것도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후다. 미국과 유럽 등이 노르트 스트림-2 건설 제재 등 강도 높은 대러시아 제재를 내놨지만 향후 러시아산 천연가스 등에 대한 추가적인 제재가 나올 수 있어 이미 오를 대로 오른 천연가스와 원유 가격이 앞으로 더 폭등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실제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소식에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며 이날 유럽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35%나 올랐다. 국제유(WTI)도 2014년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며 급등세를 보였다.
노르트 스트림2이 아직 가동이 시작되지 않은 만큼 당장 에너지 시장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없다. 하지만 2006년, 2009년, 2014년의 천연가스 분쟁 때처럼 러시아가 유럽행 가스관을 잠그는 방식으로 맞불 작전에 나설 경우 천연가스 가격 폭등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이에 유럽이 미국과 손잡고 천연가스 스와프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유럽은 이달 초 아시아 국가들과 스와프 형태의 장기 가스 계약이 가능할지 논의한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우크라 사태, 연료선 발주 견인에 도움”
증권가에선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로 한국 조선업계가 LNG선 수주 증가라는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용민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이 대러시아 제재로 감소할 수 있는 천연가스 물량을 상쇄하기 위해 미국 등 기타 국가로부터의 해상 LNG 수입을 확대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며 “이는 조선업종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고 연료 운반선의 발주 수요 견인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연구원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는 간접적으로 조선업종에 대한 리레이팅 효과를 가져왔다”면서 “향후 에너지 패권 경쟁이 지속될 경우 직접적 수혜가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현재 LNG선의 신조가도 견조한 상황이기 때문에 조선사의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1월 기준 17만4,000㎥급 LNG선의 신조가는 2억1,700만 달러 수준으로 2020년 평균가인 1억8,600만 달러보다 약 17% 상승했다.
다만 현재 정치적·지정학적 이슈가 얽힌 만큼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다. 국내 조선 3사는 이번 사태 방향이 예측 불가한 상황이기 때문에 당분간 사태를 예의주시하겠단 입장이다.
한 조선사 관계자는 “유럽이 해상 운송을 해야 하는 타국가로부터 가스 수입 계획을 내놓는다면 LNG운반선 발주가 늘어날 수 있으나 기존 수주량보다 배 이상 급증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라며 “장기적으로 LNG선 시장이 당초 예상보다 좀 더 길게 호황이 이어지겠다는 정도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