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G see&talk] 권선준 평화ENG 대표 “기술이 지속 성장의 지름길”

터키 차나칼레·필리핀 바탄∼카비테 등 초대형 교량 설계 환경 특허·신기술 확보 주력…설계 적용·상용화 추진 410억 목표한 해외선 벌써 100억 수주… 지사 적극 활용할 것

2022-02-21     최남영 기자

[이코노믹리뷰=최남영 기자] 건설사업의 ‘A’부터 ‘Z’까지 책임지는 엔지니어링은 지식기반산업이자 고부가가치산업이다. 때문에 엔지니어링의 가치를 더 끌어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위상에 걸맞는 대우는커녕 낮은 사업대가와 고령화 등으로 신음하고 있다. 그래서 “올해는 더 힘들 것 같다”는 엔지니어링사들의 토로가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건설엔지니어링사 CEO(최고경영자)들은 미래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산업이 한 발 더 성장할 수 있는 해법에 대해서는 어떻게 고민하고 있을까? <이코노믹리뷰>가 주요 건설엔지니어링사 CEO들을 만나봤다.

권선준 평화엔지니어링 대표이사 사장. 사진=평화엔지니어링

평화엔지니어링(이하 평화)은 다음달 개통 예정인 ‘터키 차나칼레 대교’의 숨은 공로자로 꼽힌다. 차나칼레 대교(연장 3.6㎞)는 ‘세계 최장 현수교’라는 명성을 지니고 있으며, 대한민국 건설기술로 제 모습을 갖추고 있다. 실제 DL이앤씨·SK에코플랜트 컨소시엄이 시공을 담당하고 있으며, 이 팀이 운영까지 맡을 예정이다.

대한민국 건설기술의 산물이라는 평가에는 평화도 포함돼 있다. 평화는 차나칼레 대교의 기본ㆍ실시설계를 수행했으며, 관련 예비타당성조사와 타당성조사도 담당했다. 총 24개 컨소시엄이 경쟁을 벌인 입찰에서 우리 기업을 1등으로 이끈 사업제안서도 평화의 작품이다.

평화의 권선준 대표이사 사장은 “‘기술이 곧 경쟁력’이라는 이념을 바탕으로 꾸준히 기술 개발에 집중한 결과”라며 “평화는 장기 성장의 승부도 독자기술 확보에 걸 것”이라고 강조했다.

탄생 직후 기업부설연구소를 설립(지난 1996년)했다는 점만 봐도 평화의 경영이념을 쉽게 읽을 수 있다. 기업부설연구소는 신기술 개발과 연구개발(R&D) 등을 도맡는 평화의 ‘싱크탱크(Think Tank)’다.

각종 건설신기술과 산업재산권 등을 갖고 있으며, 현재 국가 R&D 과제로 ‘도로 미세먼지 저감기술 개발 및 실증연구’와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국토도시공간 계획 및 관리기술 개발’ 등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실현을 위해 환경분야 특허ㆍ신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보유한 환경분야 특허가 50건에 육박하며, 지난해에는 도로변 미세먼지 저감시스템과 대기오염 측정 시스템 등을 출원했다.

권선준 대표는 “산업계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 ‘탄소중립’에 발을 맞춰 최근에는 온실가스 배출 저감 기술 확보와 이산화탄소 포집 공정 개발 등에 집중하고 있다”라며 “개발을 완료한 기술에 대해서는 설계 적용, 더 나아가 상용화도 시도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권선준 대표는 지난해 1월 평화엔지니어링의 신임 수장으로 취임했다. 사진=평화엔지니어링

이처럼 장기 성장을 도모하는 동시에 ‘건설엔지니어링 명가(名家) 재건’에도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그 첫걸음으로 평화는 올해 1,250억원을 수주 곳간에 쌓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2018년 이후 4년만에 다시 수주액 1,000억원 돌파를 노리고 있다.

해외 수주액이 꾸준한 가운데 국내 수주액이 상승 흐름을 타고 있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게 권선준 대표의 포부다. 2019년 360억원에 그쳤던 국내 수주액은 2020년 411억원, 2021년 701억원으로 성장했다. 강점을 지닌 도로ㆍ수자원ㆍ구조 관련 분야와 건설사업관리에서 저력을 발휘한다면 국내 시장에서 840억원 달성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각오다.

410억원을 목표한 해외 수주 동향도 매끄러운 편이다. 20일 기준 파푸아뉴기니 도로 및 항만 설계 등 약 900만달러(약 108억원)를 쌓아 순항하고 있다. 벌써 1/4가량을 확보했다. 페루와 베트남 등 해외 12개 지사를 적극 활용해 교량ㆍ도로 엔지니어링 및 PMC(Project Management Consultancyㆍ통합사업관리)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이 밖에 평화는 산업의 미래를 위해 고등ㆍ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일학습병행제와 장기현장실습 등을 실시하고 있다. 평촌경영고ㆍ경희대ㆍ한국교통대 등에 다니는 학생들이 참여했다.

 

[기업소개] 평화엔지니어링

1995년 평화엔지니어링종합건축사사무소라는 이름으로 건설시장에 첫발을 내디뎠다. 사명에 쓴 평화는 ‘인프라 개발ㆍ확충을 선도해 국민 복지와 평화 증진에 기여하겠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같은 방침에 따라 책임ㆍ성실과 함께 사회공헌이 경영이념이다.

 

2001년 사명을 평화엔지니어링으로 바꾸고 인프라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그 결과로 국내 SOC(사회기반시설) 엔지니어링시장에서 높은 인지도를 자랑하고 있다.

 

해외시장에서 쌓은 명성도 높은 편이다. 미국 건설ㆍ엔지니어링 전문주간지 ENR(Engineering News Record)가 매년 발표하는 ‘세계 225대 설계회사’에 지난 2015년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꾸준한 실적이 바탕이 돼 순위가 2015년 216위에서 지난해 152위로 껑충 뛰었다. 전업 엔지니어링사 중에서는 도화엔지니어링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순위다.

 

각종 실적도 높은 명성을 잘 설명한다. 지난 2012년 국내 엔지니어링사 가운데 사실상 최초로 해외 PMC 사업(브루나이 PMB 해상교량 건설사업)을 수주했다. 이어 ‘터키 차나칼레 대교’를 설계했으며, 현재 초대형 해상교량인 ‘필리핀 바탄∼카비테 교량’ 설계 등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평화엔지니어링을 이끌고 있는 권선준 대표는 지난해 초 취임했다. 연세대에서 토목공학을 수학했으며, 미국에서 같은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졸업 후 영국계 엔지니어링ㆍ컨설팅 기업인 ‘에이럽(Arup Group)’에서 근무했다. 이 경험을 살려 평화엔지니어링을 글로벌 기업으로 키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