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철의 데이터占집] 제19화. 개과천선 마케팅
개과천선이 가능한 일일까? 잘 모르겠지만 만약 그게 가능하다면 이왕 하는 길에 개과천선 후 신분세탁으로 마무리 하고 싶다. 그리고 아는 사람 한 명 없는 곳에서 내 반쪽이랑 살고 싶다. 문제는 그 방법을 모르겠다는 거다. 그런데 방법이 아주 없는 건 아니었다. 적어도 직장에서는 말이다. 소생이 생각하는 개과천선의 시작과 끝은 나를 버리는 것이다. 지금의 나도 버리고 예전의 나도 버려야 한다. 과거의 내가 쌓여서 지금의 내가 되었기 때문이다. 확실한 리셋이 필요한 이유다. 일도 그렇다. 과거에 하던 일을 계속하다 보면 말이 많아지고 안좋은 성격이 나온다. 내가 해봐서 안다고 온 몸과 정신으로 믿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누가 내 이야기를 받아주지 않는 것은, 내 경험에 대한 모욕이란 생각까지 하게 된다. 소생도 그랬다. 그래서 감히 말씀드린다. 지금 하는 일이 반복적이라고 느껴진다면, 이제 옆을 한번 보시라고 말이다. 혹시 아는가 지금까지 기계적으로 하던 그 일 안에, 나 자신을 확장시킬 새로운 어떤 요소가, 나를 보고 웃음짓고 있을지.
현재의 나를 확장 하는 것, 마케팅에서는 이걸 ‘제품 확장’ 이라고 한다. 이 전략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컨셉을 갖고 제품 카테고리를 이동하는 ‘범주 확장’ 이고, 또 다른 하나는 동일 제품을 세분화 하는 ‘라인 확장’ 이다. 가성비 스마트폰 브랜드가 가성비를 중심으로 가정용 가전이나 전기차로 브랜드를 확장하는 것이 범주 확장이다. 동일한 가성비 컨셉을 중심으로 확장하기에 소비자 거부감 없이 가능하다. 라인 확장은 동일 제품을 기반으로 약간 다른 신제품을 내는 것이다. 코카콜라 클래식이 코카콜라 제로, 코카콜라 체리 이렇게 확장하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어떤 확장이 필요한가. 사람은 물리적 라인 확장이 불가능하므로, 컨셉 중심인 범주 확장을 해야 한다. 방법은 이렇다. 그대가 광고마케팅 기획을 해왔다면 그 업무를 요소별로 자세히 세분화 하고 그 중 가장 잘했던 것 하나를 컨셉으로 다른 범주로 확장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소생은 기획 업무를 구성하는 여러 요소 중 상황분석을 통한 소비자와 시장의 기회요인 추출을 잘했고 좋아했다. 그래서 지금은 광고마케팅 기획 업무가 아닌 시장, 제품, 소비자를 분석하고 그곳에서 기회를 찾아내는 데이터 분석을 업으로 하고 있다. 기획 업무에서 잘 했던 ‘분석’이라는 컨셉을 갖고 데이터라는 약간 다른 영역으로의 ‘범주 확장’을 한 것이다. 물론 25년 넘게 했던 기획 역량이 데이터 해석에 큰 도움이 되고 있는 것은 덤이다.
컨셉 중심 ‘범주 확장’이 개과천선과 신분 세탁에 효과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새로운 일에 대한 경험이 적다 보니 타인 의견 경청 능력이 배가 된다. 실전 경험이 적으니 당연하다. 둘째, 알아야 할게 많다 보니 겸손해 진다. 꼰대가 될 여력이, 능력이 없다. 주변에 민폐 끼치지 않으면서 일 배우고 공부하기 바쁘다. 세째, 사원. 대리들과 잘 지내게 된다. 해당 영역에서의 경력이 비슷하다 보니, 나이 많다고 뭐라 할 말도 없을 뿐더러, 같이 배우고 고민하고 일하는 처지라, 동료감이 더 생긴다. 그러다 보면 예전의 나는 잊혀지고 새로운 내가 만들어진다. 정말 좋은 것은 주변 사람들이 예전에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관심도 없고, 모른다는 것이다. 완벽한 개과천선, 신분 세탁이다. 물론 약간의 기존 인간관계 리뉴얼이 필요하다는 단점도 있지만, 그래도 분석 영역에서 마케팅, 소비자 지향적 데이터 해석으로 나만의 차별화가 가능하다는 장점은 단점을 헷징할 만 하다.
컨셉을 연계한 범주 확장이 가능한 일을 찾은 건 행운이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묻는다. 네 자리에서 끝까지 가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 아니냐고. 물론 맞다. 회사 대표까지 해보는 것. 그것도 좋은 선택이다. 그런데 그전에 분석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나 자신이다. 내가 회사 대표를 할 능력이 있는가에 대해 고민해 보아야 한다. 직원에게 월급 줘야 하는 회사 대표는 아무나 하는게 아니다. 소생은 세상에 대표감과 참모감이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 모태는 아니고 살아가면서 둘 중 한 분야의 스펙에 전문적이 된다는 것이다. 그럼 대표와 참모, 그 특성 차이는 무엇인가. 일단 제 경우부터 보겠다. 소생은 결정 장애가 있다. 선택하는게 세상에서 제일 힘들다. 선택할 때 무엇을 기준으로 삼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게 너무 피곤하다. 선택에 영향을 주는 모든 요소에 가중치를 두고 계산하는 것도 복잡하고 어렵다. 생각해 보면 어릴 적에도 난 내가 알아서 뭔가 결정해 본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큰 결정은 대부분 부모님이나 선생님들 아니면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서 했다. 결정을 내리는 것이 어려운 이유다. 그런데 그러다 보니 일단 결정된 사항을 추진하고 효율을 내는 ‘프로젝트 매니징’ 에는 선수가 되었다. 이건 정말 잘한다. 그런데 저와는 반대로 어떤 분은 결정은 잘 하지만 그 결정을 끝까지 효율성 있게 끌고 나가는 일을 잘 못하는 분들도 계시다. 예전 우리 사장님처럼 말이다. 그래서 큰 결정 잘하는 성향을 가진 사람은 회사 대표를 하고, 소생처럼 프로젝트 매니징 잘하는 사람은 참모가 맞는 거다. 수업료 많이 내고, 경험으로 내린 결론이다. 못 믿겠는가. 확인해 보자 회사대표와 참모의 차이점을.
‘회사대표’를 키워드로 크롤링 해보니 책임, 성장, 주주 등이 키워드로 나온다. 대표가 해야 할 일에 대한 언급으로 볼 수 있겠다. 책임은 경영이나 성장에 대한 책임으로 나온다. 매출이라는 키워드도 나온다. 회사대표의 가장 큰 책임일 것이다. 그 외 자산, 이익, 판매등 성장과 관계된 언어들도 많이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 TPO(시간, 장소, 상황) 순위에서 O(상황) 부분만 보았더니 진행, 결정, 개발등이 나오는데 ‘진행’의 2차 연관어를 보니까 사업, 프로그램, 사과, 조사 등이 나온다. 사과는 대표이사 전담 역할인 것 같다. ‘결정’에서는 주주, 이익, 주가, 책임등 선택 이후에 대한 책임에 대한 연관어들이라고 보여진다. 결국 회사대표는 책임을 지는 역할인것이다.
반면에 ‘참모’ 를 키워드로 크롤링 해보니 군대와 대선 연관어가 너무 많아 대선 뉴스가 별로 없는 21년 1월부터 3개월 동안의 버즈를 살펴 보았다. 핵심, 조직, 수석, 조언 등의 연관어가 속성 카테고리에서 보였다. 우두머리를 주변에서 보좌한다는 의미를 가진 연관어들이 많았다. 결국 회사대표는 책임을 그리고 참모는 조언을 하는 핵심인력 이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어 제 경험과 별반 다르지 않음을 볼 수 있었다. 그래서 오늘도 전략을 조언하는 참모로서 데이터를 열심히 파고 있다.
어떻게 보셨는가. 개과천선, 신분 세탁을 통해 과거의 내가 아닌 새로운 사람으로 살고 싶은 생각을 하고 계시다면, 여러분도 일단 본인이 하던 업무의 본질이 뭔지 파악하시라. 기획이면 기획 중 어떤 요소인지. 상황분석인지, 구도인지, 아이디어인지 그것도 아니면 아이디어를 파는 프레젠테이션인지 살펴야 한다. 잘 하는 영역을 찾았으면 그 영역에 대한 범주를 확장하는 차원에서 이직이던 창업이든 결정하시라. 그게 후회와 손실을 줄여주는 일이 될 것이다. 인생은 길다. 여러 캐릭터로 살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오늘 이 이야기가 변화를 꿈꾸시는 여러분의 첫 걸음을 떼는데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면서 호랑이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 큰절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