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인사이드] ‘로지테인먼트’ 미는 한진의 속사정
조현민 부사장 특기 살린 신사업 업계는 '실효성 부족' 비판도
[이코노믹리뷰=김동일 기자] 한진(002320)이 물류에 오락을 접목한 이른바 ‘로지테인먼트’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브랜드 이미지를 굿즈, 모바일 게임, 메신저 이모티콘 등 오락거리에 입히는 소비자 대상 마케팅으로 조현민 한진 부사장이 주도하는 신사업이다. 물류업계 일각에서 ‘조현민표 신사업’ 실효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조 부사장 이사회 진입을 위한 ‘성과 만들기’ 아니냐는 지적이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진은 지난 3일 물류업계 최초로 브랜드 굿즈를 출시했다. 초콜릿 기프트 세트, 블록 완구 2종, 차량 방향제, 연필 케이스 세트 등이다. 일상 속에서 흔히 사용하는 제품에 택배차량이나 한진택배 박스, 기업 로고 등을 접목했다.
이번 브랜드 굿즈 제작은 ‘로지테인먼트’ 일환이다. 로지테인먼트는 마케팅 총괄을 맡고 있는 조 부사장이 이끄는 대표 신사업 중 하나로, 물류를 뜻하는 ‘로지스틱스(Logistics)’와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 합성어다.
한진은 2020년 9월 조 부사장(당시 전무)이 합류하면서부터 로지테인먼트 사업을 비롯한 각종 신사업 및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5월 택배 전과정을 담은 모바일 게임 ‘택배왕 아일랜드’를 내놨고, 8월에는 택배게임 속 캐릭터를 활용한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출시하기도 했다.
조 부사장은 신사업 발굴에도 지속 나서고 있다. 지난해 카카오모빌리티와 업무협약을 맺고 자율주행 기반 택배차량 인프라 개발, AI 활용 운송관리 시스템 구축 등을 협력하기로 했다. 첫 협력 사업으로 '카카오T' 플랫폼 기반 개인택배 서비스를 도입했다. 집 앞에 배송할 택배를 두고 카카오T 앱에서 서비스를 신청하면 택배기사가 수거해 원하는 곳에 배송해주는 서비스다.
실효성 낮은 마케팅 사업...조현민 성과 만들기?
하지만 조 부사장이 추진하는 신사업에 대한 업계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신사업이 주로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에 치우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택배업은 사업 특성상 C2C(소비자 간 거래) 비중이 극히 적어 개인고객에 대한 마케팅이나 프로모션에 소극적인 게 일반적이다. 택배업계에 따르면 개인택배는 전체 물동량 중 1% 미만에 불과하다. 그나마 있던 수요마저 편의점 택배로 이동하는 추세다. 편의점 택배는 편의점과 택배사(택배 대리점)가 계약을 맺는 기업택배로 분류된다.
그럼에도 한진이 ‘조현민표 신사업’을 지속하자 일각에서는 조 부사장 이사회 진입을 위한 ‘성과 만들기’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사내이사 선임과 한진家 승계작업을 위한 명분 쌓기라는 시각이다. 지난해 3월 열렸던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2대주주인 HYK파트너스가 주주행동에 나선 영향으로 조 부사장 사내이사 선임이 불발된 바 있다.
당시 HYK파트너스는 조 부사장이 2020년 9월 전무로 합류한 후 4개월만에 부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하자 투명한 경영방식을 도입해 오너일가 경영에 대한 감독을 주문했다. 이를 위해 사외이사(감사위원) 후보와 기타비상무이사 후보를 추천하기도 했지만 표대결에서 패배하며 무산됐다.
‘조현민표 신사업’ 성과와는 별개로 업계에서는 올해 조 부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을 점치고 있다. 지난 1년간 조 부사장은 경영관리를 총괄하는 류경표 대표, 사업 부문을 총괄하는 노삼석 대표과 함께 '3인 총괄 체제'를 구성하며 입지를 다졌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조 부사장이 스마트 메가 허브터미널 투자 등으로 물류업을 강화하고 ESG 지표를 대폭 개선한 점도 사내이사 선임에 무게가 실린다.
업계 관계자는 “조 부사장의 주 전공인 마케팅을 살린 신사업 성과는 아직까지 미미하다”면서도 “ESG 경영 성과를 비롯해 본업인 물류업에서도 경영 능력을 입증한다면 승계작업은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