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줄 막힌 서울, 급매만 거래...내년 3월까지 관망세 지속

서울 강북구(-0.02%), 도봉구(-0.01%) 하락 거래 소강 상태 속, 급매 거래되며 시세 ↓

2021-12-30     이소현 기자

[이코노믹리뷰=이소현 기자] 서울 집값 하락세가 확대되고 있다. 강북구와 도봉구의  집값은 2020년 5월 이후 줄곧 오르다가 1년 7개월 만에 내렸다. 지난 9월부터 대출 옥죄기가 시작된 데 이어 내년 1월 DSR 차주단위 규제가 임박한 상황이다. 자금줄이 쪼그라들면서 매수세는 위축되고 거래량은 급감했다.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관망세가 대선 국면이 마무리되고 절세 매물이 나오는 내년 3월까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30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살펴보면, 서울 노원구 중계동의 '라이프청구신동아' 전용면적 115㎡은 지난달 25일 14억5,000만원(13층)에 팔렸다. 두달 전인 9월 15억9,000만원(6층)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1억원 이상 내린 가격이다. 강북구 미아동의 '꿈의숲효성해링턴플레이스'(3,830가구)는 전용 84㎡는 최근 10억8,000만원(1층)에 매매계약이 체결됐다. 지난 8월 11억,3000만원(1층)으로 최고가를 경신한 뒤 가격이 내렸다.

경기 시흥시 배곧동의 'C1호반써밋플레이스' 전용 84㎡ 아파트는 지난달 3일 7억4,000만원(14층)에 매매계약이 체결됐다. 지난 7월  순식간에 2억원 상당 오르며 10억원(19층)에 팔렸지만, 이후에는 하락 거래가 이뤄지며 수 억원 내린 모습이다. 광명시의 '광명역 푸르지오' 같은 면적형 아파트 또한 지난달 12억5,000만원(4층)에 거래됐다. 직전 최고가는 14억7,000만원(26층)이다. 

부동산 분위기가 가라앉자 꼭 집을 팔아야 하는 집주인들은 마음이 급해지고 있다. 대출 규제로 전반적인 거래량이 급감한 데다, 급매 위주로 거래되면서 상승 불씨는 꺼지고 있다.  미아동의 한 중개업자는 "집주인이 1월자로 다른 곳에 집을 사둔 경우"라면서 "다른 집과 달리 날짜가 정해져 있는데, 요즘 주춤하자 가격을  확 내린 것"이라고 전했다. 

수도권광역급행열차(GTX) 호재와 2030대 매수세에 힘입어, 호가가 수억씩 올랐던 경기 외곽지역 또한 호가가 수억원 급락하고 있다. 특히 그간 대출이 전면 금지됐던 15억원 이상의 고가 아파트와 비교해, 급등세가 나타났던 외곽 지역부터 가격이 조정되는 중이다. 배곧동의 한 중개업자는 "너무 저렴한 매물들이 호가를 완전히 망쳐놨다"라면서 "지금처럼 거래가 없으면 가격은 더욱 떨어질 수 있다"라고 전했다.

수도권 아파트값 시세가 하락하는 곳도 늘어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을 살펴보면, 12월4주 서울 강북구(-0.02%)와 도봉구(-0.01%)는 하락전환했다. 경기에서는 시흥시(-0.04%)와 경기 광명(-0.01%) 등 마이너스 상승률을 기록한 곳이 4곳 더 늘어났다. 

"다주택자, 내년 3월까지 여유"

이처럼 수도권 곳곳에서 아파트값 조정의 흐름이 나타나고 있지만, 업계는 변곡점은 아직 이르다고 보고 있다. 시장은 계절적인 비수기로 접어든 시점에서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이라는 하락 요인이 작용하는 중이다. 반면 입주 물량 부족이 해소되지 않고 있고, 내년 3월 대선이 임박하면서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매도자와 매수자의 팽팽한 줄다리기보다 '모두가 관망하는 시장'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특히 다주택자들은 이런 상황에서 내년 3월까지 지켜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최대 변수인 대선이 내년 3월 마무리되는데, 종합부동산세를 포함한 각종 세금 기준일이 내년 6월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굉장히 자금줄을 쪼여 놓은 상태로, 신규 소비자들이 유입되기가 어려운 실정"이라면서 "매수를 하고 싶어도 돈을 구할 데가 없으니 들어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 정도로 이해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 와중에 팔고 싶은 사람은 급하게 팔려고 하니, 이를 위주로 일부 거래가 이뤄지면서 가격이 빠지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내년 대선 직전까지 자금 동원 관련 다른 조치들이 취해지지 않는다면, 시장은 현재 수준에서 유지될 것으로 본다"라면서 "(다주택자들은) 재산세와 종부세 산정이 결국에는 6월 1일이 기준이되기 때문에, 내년 3월까지는 지켜볼 여유가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