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대혁신’ 삼성전자, 미래 영점조정 끝냈다

인력, 조직, 사업부 개편까지 '10일'의 대 개혁 미래기술 영역 글로벌 '입지' 선점 위한 도전

2021-12-13     박정훈 기자
올해 1월 삼성 '글로벌기술센터(GTC)'를 방문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출처= 삼성전자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삼성전자(005930)가 최근 새로운 인사제도의 도입, 젊은 인력들의 전진배치 그리고 첨단기술 기반 ‘미래 산업’의 역량을 강화하는 등 과감한 변화들을 추진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의 중심을 잡고 ‘시스템의 삼성’을 하나씩 완성해 나가는 모양새다. 

12월 대혁신 

지난 12월 2일, 삼성전자는 2022년부터 적용되는 새 인사제도를 발표했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인 9일에는 새 인사제도를 적용한 2022년 인사를 단행해 30대에서 40대의 젊은 인력들을 요직의 임원으로 배치하는 과감함을 보여줬다. 여기에 삼성전자는 자사 주력 사업들의 정체성과 목표를 명확하게 하는 사업부문의 개편까지 진행하면서 ‘이전과 다른’ 변화에 대한 의지를 보여준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태블릿PC 등 모바일 디바이스와 통신 네트워크 사업을 담당한 ‘IM(IT & Mobile communications)’와 생활가전 영역을 담당한 ‘CE(Consumer Electronics)’의 경계를 없애고 이를 하나의 큰 범주로 엮은 ‘SET 사업’으로 통합시켰다.

삼성전자는 “소비재 가전이라는 공통분모가 있는 사업 간의 원활한 연계를 통한 시너지를 실현시키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SET 사업 내에서 모바일 디바이스 사업은 ‘MX(Mobile Experience)’ 사업부로 명칭이 변경돼 사업의 정체성을 더욱 명확하게 했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이전까지 정식 사업부가 아닌 ‘TF(태스크포스)’ 차원으로 운영됐던 로봇사업화 TF를 하나의 정식 사업부인 ‘로봇사업팀’으로 격상시켰다.

삼성전자가 이 모든 변화들을 진행시키는 데 걸린 기간은 지난 12월 2일부터 12일까지, 단 ‘열흘’이었다.   
  
‘4대 미래사업’의 밑그림  

12월에 진행된 삼성전자의 변화들은 다소 갑작스럽게 보이지만, 사실 이는 이재용 부회장을 통해 공식적으로 언급됐던 계획들의 실현으로 보는 것이 재계의 중론이다. 지난 8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시스템반도체·바이오·차세대통신네트워크·인공지능(AI)·로봇 등 5개 분야 전략/혁신사업의 역량 강화에 향후 3년간 약 24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중 바이오를 제외한 모든 사업의 삼성전자의 영역에 포함된다. 

현재 가장 빠르게 계획이 실행되고 있는 분야는 ‘시스템반도체’다. 삼성전자는 EUV(자외선) 노광장비의 적극 도입을 통한 초미세공정 반도체 생산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인프라 확대를 통한 시스템반도체 생산역량 강화로 TSMC·인텔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12월의 변화들은 2022년에는 시스템반도체 외의 다른 사업 영역의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삼성전자의 강한 의지로 해석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전자업계는 삼성전자가 일시적으로 관심을 보였다가 보류 중으로 돌려놓았던 ‘증강현실(AR)’을 다시 꺼내 들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7일(현지시간) 폰아레나 등 해외의 IT전문 미디어의 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3월 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하는 ‘AR 홀로렌즈 프로젝트’의 진행을 위한 태스크포스를 구성함과 더불어 MS로부터 관련 디바이스 제조의 승인을 받았다. 홀로렌즈란 가상의 홀로그램 영상을 구현하는 렌즈 혹은 디바이스를 의미한다.

외신들은 “삼성전자는 AR 스마트 글래스의 핵심인 ‘웨이브가이드(Waveguide, 빛이 통과하는 길을 통해 영상을 구현해 입체 영상을 만드는 기술)’를 보유한 기업인 디지렌즈(DigiLens)에 대한 추가 투자를 단행했다”라면서 “이는 곧 출시될 MS의 ‘홀로렌즈 3’ 개발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증강현실 기술은 차세대통신네트워크·인공지능(AI)·로봇 등 삼성의 주요 사업영역에 광범위하게 응용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그렇기에 외신들의 전망에는 더 힘이 실리고 있다.

15년 연속 글로벌 점유율 1위에 오른 삼성 TV. 출처= 삼성전자

미래를 향한 도전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들이 미래에 마주하게 될 환경에서 독보적 입지를 자리매김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고자 한다는 명확한 방향성이 있다.  

KB증권 김동원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4개 사업부(반도체·디스플레이·스마트폰·가전)의 운영으로 세트 사업의 전략과 부품사업의 개발프로세스 간 시너지를 충분하게 이뤄내지 못한 것으로 그간의 조직 운영을 평가한 것 같다”라면서 “주요 사업의 통합과 조직개편은 향후 인접 사업 간의 유연한 협업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게 한다”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특히 메타버스·클라우드·인공지능·로봇 등 미래 첨단기술 시장의 본격 활성화를 앞두고 있는 현 시점에서 세트 사업의 통합은 삼성전자의 미래 전략 수립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가 단행한 ‘12월 대혁신’이 다가올 2022년과 그 이후에 일궈 낼 성과들에 대해 국내와 더불어 글로벌 기업들의 관심까지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