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파일] 박경일 SK에코플랜트 대표, 친환경·신에너지 사업 ‘광폭 행보’

지난 10월 취임…2개월여 만에 투자·조직개편 단행 오는 2023년까지 친환경 신사업에 3조원 투자 계획

2021-12-13     금교영 기자

[이코노믹리뷰=금교영 기자] 박경일 SK에코플랜트 대표이사 사장이 친환경·신에너지 사업을 통한 환경기업으로의 성장 속도를 높이고 있다. 세계적인 연료전지 제작사에 투자, 해상풍력 기업의 경영권 확보, 관련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 및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 선도를 위한 조직개편 등을 단행하면서다. 이 모든 것은 대표이사 취임 불과 2개월여만에 이뤄진 것들이다.

박경일 SK에코플랜트 사장 사진=SK에코플랜트

 

투자전략·M&A 전문가…폐기물 소각기업 6곳 인수

박경일 사장은 지난 10월 1일 SK에코플랜트의 새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그는 SK그룹에서 투자전략과 인수합병(M&A)를 담당한 전문가로 SK텔레콤 경영기획팀장·전략기획실장, SK주식회사 PM전략실장·SV추진담당·행복디자인센터장 등을 역임하고 올해 1월 SK에코플랜트 사업운영총괄로 자리를 옮겼다.

이사회는 “박경일 대표이사는 현재 SK에코플랜트의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앞으로 국내 대표 환경기업으로서 사업 영역을 확장시킬 것으로 기대한다”고 선임 이유를 밝혔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 5월 SK건설에서 사명을 바꾸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선도하는 ‘아시아 대표 환경기업’이 되겠다는 출사표를 던졌다. 기업 경영의 새로운 핵심가치로 ‘ESG’를 설정하고 친환경·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이다. 이에 오는 2023년까지 총 3조원을 투자해 친환경 신사업 개발과 기술혁신기업과의 M&A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박 사장은 대표이사로 선임되기 전부터 친환경 M&A를 주도해왔다. 지난해 인수한 환경시설관리(옛 EMC홀딩스)를 활용한 볼트온(Bolt-on, 유사기업과의 인수합병) 전략을 직접 진두지휘하며 폐기물 소각기업 6곳을 인수, 기업 성장을 일궈낼 적임자로 꼽혔다.

실제 SK에코플랜트는 6월과 7월 각각 3곳의 폐기물 소각기업을 인수하며 아시아 대표 환경기업에 한걸음 다가섰다. 6월에는 약 2,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해 대원그린에너지, 새한환경, 디디에스(DDS) 등 3개 기업의 주식 전량(지분율 100%)를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7월에도 같은 방식으로 도시환경, 이메디원, 그린환경기술 등 3개 기업을 인수했다. 이들 기업 인수로 SK에코플랜트는 하루 968톤(의료폐기물 제외)의 사업장폐기물 소각용량을 보유한 국내 1위 사업자 지위를 공고히 다졌다. 의료폐기물 소각 용량 역시 하루 139톤으로 국내 시장점유율 2위를 기록했다.

SK에코플랜트는 향후 국내 대표 환경기업으로 인수한 기업들의 노하우와 함께 친환경 신기술을 적극 도입해 폐기물 처리시장의 고도화·선진화에 기여할 계획이다. 또 지역사회와 함께 상생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다양한 협력 모델 구축에도 힘쓸 예정이다.

해상풍력·연료전지 신재생 부문 투자·협력 강화

대표이사 취임 전 폐기물 소각기업 인수에 공을 들였다면, 취임 이후에는 신재생 에너지 분야 투자 및 협력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박경일 사장은 대표이사로 취임한지 한 달도 지나지 않은 10월24일, 세계적인 연료전지 제작사 미국 블룸에너지와 전략적 협력 강화를 위해 상업적 협력 계약(Commercial Collaboration Agreement)을 포함한 총 5건의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에는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lid Oxide Fuel Cell, 이하 SOFC) 국내 독점 공급권 연장 및 합작투자계약(JVA) 개정을 통해 SOFC 국산화를 앞당길 수 있는 내용 등이 담겼다.

SK에코플랜트는 약 3,000억원의 자금도 투자했다. 투자금은 차세대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lid Oxide Fuel Cell, SOFC)와 수전해설비(Solid Oxide Electrolyzer Cell, SOEC) 기술 개발 및 생산공장 신설에 사용될 예정이다.

이번 계약을 통해 SK에코플랜트는 블룸에너지와 전략적 협력 관계를 한층 강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차세대 기술개발을 통한 국내외 연료전지 시장 주도권 확보와 글로벌 수소 시장 진출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박경일 SK에코플랜트 사장(오른쪽)이 삼강엠앤티 경영권 확보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후 송무석 삼강엠앤티 회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출처=SK에코플랜트

친환경 재생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는 해상풍력 발전시장 선점에도 나섰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달 4,600억원을 들여 해상풍력터빈 하부구조물 제작기업인 ‘삼강엠앤티’의 경영권을 확보했다.

SK에코플랜트는 삼강엠앤티의 경영권 확보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맺었다. 약 3,426억원의 자금을 투입해 삼강엠앤티의 지분 31.83%(1,629만6,413주)를 인수하고, 삼강엠앤티가 발행하는 전환사채(CB)에도 1,169억여원(전환가능주식수 537만253주)을 투자하기로 했다.

삼강엠앤티는 1996년 설립된 해상풍력터빈 하부구조물 제작기업으로 1996년 후육강관 및 조선, 플랜트 구조물들을 만드는 코스닥 상장사다.

하부구조물은 풍력터빈을 지탱하는 해상풍력 발전의 핵심 기자재다. 해상의 극한 환경 조건을 20년 이상 견뎌야하기 때문에 높은 기술력과 안정성이 요구된다. 

삼강엠앤티는 국내 독보적 규모의 야드·접안부두 등의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원자재인 후육강관의 제조역량까지 보유해 하부구조물 제작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현재 대만을 주력 수출시장으로 글로벌 1위 해상풍력 개발사인 덴마크 오스테드(Orsted)를 비롯해 벨기에 얀데눌(Jan De Nul), 싱가폴 케펠(Keppel) 등 글로벌 고객사를 확보해 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삼강엠앤티 경영권 확보로 해상풍력 발전의 핵심인 하부구조물 제작역량을 갖추고 늘어나는 동북아시아 수요에 대비해 생산량을 증설할 계획이다.

그간 추진해온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사업과의 시너지도 기대하고 있다. 현재 해저지반에 기초를 세우는 고정식 대신 앞으로는 먼 바다에 풍력터빈을 부표처럼 띄우는 부유식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 2018년 울산 동남해안 해상풍력 발전사업(136MW)을 통해 발전허가를 취득해 해상풍력 발전시장에 첫 발을 내딛었다. 지난해부터는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사업의 성장성에 주목하고 본격적인 준비에 돌입했다. 작년 11월 그린인베스트먼트그룹(GIG)과 토탈(Total) 등 글로벌 개발사와 업무협약을 체결했으며, 국내외 15개 해상풍력 설계·제작·시공사들과도 사업 초기부터 종합적인 개발 및 수행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올해는 4월 포스코와 ‘부유식 해상풍력 부유체 개발을 위한 기술협력’ 업무협약을 맺고, 국내 부유식 해상풍력의 기술 독립과 경쟁력 있는 공급망 완성을 위해 긴밀한 협력도 약속했다.

박경일 사장은 “삼강엠앤티의 경영권 확보를 통해 친환경 재생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는 해상풍력 발전시장을 선점해 나가는 계기를 마련했다”며 “더 나아가 향후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사업을 주도할 수 있도록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투자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ESG경영 강화 위한 ‘조직개편’

성공적인 사업 목표 달성을 위해 내부조직도 가다듬었다.  박 사장은 SK에코플랜트 대표이사로 취임한지 두 달여 만인 지난 2일 첫 조직개편 및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조직개편은 환경·에너지 솔루션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ESG 경영을 강화하는 ‘파이낸셜 스토리’의 조기 달성을 위해 전사차원의 역량을 결집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SK에코플랜트의 조직은 핵심 전략에 맞춰 총 11개의 BU(Business Unit)와 센터 체제로 전환했다.

특히 환경사업은 ▲에코비즈Dev.(Development) BU ▲에코플랫폼 BU ▲에코랩 센터로 확대 재편했다. 에코비즈Dev. BU는 국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글로벌 시장 진출 추진을 모색하며 에코플랫폼 BU는 인수한 환경 자회사 간 시너지를 강화, 신기술 도입을 통한 환경산업 고도화에 집중할 예정이다. 에코랩 센터의 경우 혁신기술을 발굴, 개발, 육성하는 환경 생태계 플랫폼을 조성하고, 인공지능(AI)과 디지털 전환(DT) 기반 환경 솔루션 개발에 주력할 계획이다.

또 Corp.(Corporate) Strategy 센터를 신설하고 기존 사업부문은 ▲에코에너지 BU ▲에코스페이스 BU ▲에코솔루션 BU ▲에코엔지니어링 BU 등으로 핵심 전략에 맞춰 변경했다. 조직개편과 함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중심으로 40대 젊은 인재와 여성을 대거 발탁했으며,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통해 기업 가치를 극대화하고 2023년 기업공개(IPO)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박 사장은 “이번 조직개편과 임원인사를 단행하며 성공적인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 및 IPO 추진을 위한 핵심 역량을 결집했다”며 “앞으로 ESG경영을 선도하고 파이낸셜 스토리를 조기에 완성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투자와 지원에 나설 계획”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