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상제 개정] 분양가 인상 효과 미미...'공급한파' 예고

서울 올해 공급 물량 8,300가구 그쳐 예년 평균 3.5만 가구···2.7만 가구 '증발' 1.2만 가구 둔촌주공 사활 "매뉴얼 개정, 공급 활성화 효과 갸우뚱"

2021-11-08     이소현 기자

[이코노믹리뷰=이소현 기자] 서울 공급을 틀어막았던 재건축·재개발 규제가 다듬어졌다. 국토교통부는 분양가상한제 관련 매뉴얼을 개정했다고 8일 밝혔다. 당초 이번 개정 방안에는 공공뿐 아니라 민간 분양 활성화를 위한 내용도 담길 것으로 예상돼 업계의 기대를 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발표로 "공급 활성화는 어렵다"라고 입을 모았다. 분양가 산정의 예측 가능성이 커졌고 분양가 상승도 예상되지만, 사업성이 확보될 만큼의 규제 완화는 아니라는 것. 특히 서울은 아파트 고급화 경향이 있어 공급 가속도가 붙을지 미지수라는 평가다. 

상황이 이런 가운데, 서울은 공급 절벽은 장기화되고 있다. 지난 1월부터 현재까지 분양 실적은 1만 가구에 훨씬 못 미치는 8,000여 가구다. 올해가 아직 두 달 남짓 남아있지만, 지난 10년 동안의 연간 평균치와 비교하면 2만7,000여 가구가 증발한 수준이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국토교통부는 '분양가상한제 심사 매뉴얼'과 '추정 분양가 검증 매뉴얼' 을 제·개정했다고 밝혔다. 당초 업계에서 분양가 산정에 결정적인 택지비 기준이 모호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입지적 특성이 반영되지 않는 점도 문제시됐다. 실제 분양가의 기준이 되는 서울 아파트 표준지는 자치구당 평균 18개로, 일반 상업지역은 시 전체에서도 단 2곳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개정 매뉴얼에는 이를 반영해 개별입지 특성을 고려하고, 실비용이 적정 반영되도록 검토하는 내용이 담겼다. 용도지역, 이용상황, 교통여건, 단지 규모 등이 유사한 단지가 비교 사업지로 선정될 수 있도록 기준을 구체화하는 한편, 택지 조성에 드는 비용이 택지비로 과부족 반영되지 않도록 항목을 명확히 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예상 수준", 플랜대로 간다

이번 분양가상한제 손질에도 업계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산정 기준이 비교적 명확해진 것은 긍정적이라고 보면서도, 주택 공급 끌어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최근 아파트 고급화가 대세로 자리 잡았는데, 제도 구조상 이러한 요구는 반영되기 어려운 점이 지적된다. 분양가가 다소 인상되더라도, 조합측이 공급을 앞당길 만한 상승폭이 아니라는 것. 주요한 택지비 또한 적정성 검토 매뉴얼 또한 아직 나오지 않아 "지켜봐야 한다"라는 설명이다.

현재 서울에서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지역은 서울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를 포함해 18개 구다. 특히 강남권에 서울 재건축 대상 아파트 60% 가까이가 몰려 있는 등, 물량이 나오는 곳 대부분이 규제로 묶인 상태다. 사업 초기 단계인 여의도와 목동 재건축을 포함해 용산 등의 굵직한 재개발 사업지도 분상제 영향권 아래에 포함돼 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이러한 조치로 그동안에 분양을 미뤄왔던 둔촌동이나 재건축 사업 분양이 앞당겨질지는 미지수"라면서 "이 정도 개정은 현장에서 예상들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폭을 넘지 않았기 때문에 서둘러서 분양하겠다는 단지는 나오지 않을 듯하다. 신규로 청약하는 사전청약, 이런 단지들만 일부 힘을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기본형 건축비에 따라 지자체별로 ±10%의 조정권을 주는 것으로 정했는데, 이럴 경우 단지를 특화하려고 하는 단지들은 불만이 있을 수 있다. 너무 폭이 좁다"라면서 "원하는 목적에 맞게 아파트를 짓기 어려울 수 있다. 폭이 좀 더 확대돼야 한다"라고도 했다.

김효선 NH All100자문센터 부동산 수석위원 또한 "가장 중요한 택지비와 관련해서는 불명확했던 구성 항목 분류 기준을 명확화하겠다는 것인데, 그렇게 되면 오히려 비용이 적게 반영될 여지도 있다"면서 "11월 초 나올 택지비 적정성 검토 매뉴얼이 나와야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 공급, 역대 '최저' 경신하나

이처럼 정비사업 공급 활성화가 요원해진 가운데, 서울 분양 절벽은 심화되고 있다. 신규 택지가 희소하고 정비사업 비중이 높은 지역 특성상 규제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중이다. 앞서서도 2017년 초과이익환수제가 시행되면서 한 차례 제동이 걸린 가운데,  지난해 하반기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도입으로 대단지 공급은  자취를 감춘 상태다.

지난해부터 '대어급'으로 주목을 샀던 둔촌주공(1만2,032가구)은 내년 초 분양 가닥을 잡았다. 분양가 산정을 둘러싸고 촉발된 진통을 끝내 해소하지 못한 것. 일찍이 후분양을 검토했던 잠실진주(2,632)를 비롯해 핵심지 대단지 물량은 줄줄이 지연된 상황이다. 새로운 지침으로 분양가 재산정을 마치고 공급 일정을 확정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촉박한 점도 지적된다. 

그래픽=이코노믹리뷰(DB)

상황이 이렇게 되자 올해 서울 분양 물량이 역대 최저를 경신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토교통통계누리를 살펴보면, 지난 1~10월 분양 실적 및 예정 물량(조합원·일반분양·임대)은 총 8,356가구다. 지난 10년간 연평균 3만5,456가구가 공급된 것과 비교된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된 2007년 당시에도 2만4,129가구가 분양됐지만, 올해 들어 1만 가구를 채 넘기지 못한 것.

여경희 부동산114연구원은 "서울 같은 경우 올해 분양 물량이 아주 적다"라면서 "2~3년 후 입주할 때가 되면 상당히 입주 물량이 쪼그라들지 않을까 하는 부분이 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 사이 공공에서 적극적으로 물량이 확대될 경우, 타격이 상대적으로 적을 수 있지만, 현시점에서 봤을 때는 당장 내년, 내후년부터도 입주 물량이 많지 않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