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인사이드] 농협 손잡은 한진 택배, 농촌특화로 우체국 추월하나
‘편의성’·‘경제성’ 두마리 토끼 농협 택배 제휴 지역 농산물 판로 개척까지 물류 마케팅 활용
[이코노믹리뷰=김동일 기자] 한진(002320)이 공유가치창출(CSV, Creating Shared Value) 활동으로 지역 농가와 상생을 실현하고 있다. 물류 시스템을 활용한 ‘농협택배’부터 지역 농산물 마케팅까지 아우르며 폭 넓은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3일 한진택배에 따르면 ‘농협택배’의 최근 4년간 취급물량은 6,200만건을 돌파했다. 농협택배는 농가 택배 편의를 높이고자 2017년 7월 농협물류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선보인 서비스다. 운임비를 시중 단가보다 저렴하게 책정해 농가 소득을 증대시키고 지역 농·축협 특색에 맞는 물류 서비스를 제공한다. 농협물류는 전국 지역농협을 통한 접수 거점을 제공, 한진은 접수된 택배를 배송하는 역할을 한다.
서비스 개시 후 꾸준히 성장했던 농협택배는 지난해부터는 더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농산물 온라인 판매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실제 서비스를 개시한 2017년부터 2018년까지 900만건이던 취급물량은 지난해에는 2,200만건을 넘어섰다.
올해 역시 9월 기준 1,700만건을 돌파, 이 추세대로라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매년 50% 성장률을 보인 농협택배는 한진의 전체 택배물량이 매년 10~15% 정도 증가한다는 점과 비교하면 이 같은 상승세가 더욱 눈에 띈다는 게 업계 시선이다.
농가 특성 고려한 '농협택배' 활용도 '好好'
한진의 이 같은 행보는 물류업계에서 농가와 경제적 상생 관계를 맺은 유일한 기업이라는 데서 더욱 돋보이고 있다. 농협택배는 농가가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 시 겪는 어려움을 상생을 통해 해결하고자 시작됐다. 쉽게 이용할 수 있는 택배업체가 한정돼있다는 것과 물류비 부담이 크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었다.
상생 결과는 윈-윈(win-win)이었다. 지난해 한진 택배 부문 매출 1조160억원 중 농협택배가 차지하는 매출액은 단순계산시 최소 880억원에 달했다. 이는 한진 전체 택배 매출의 8.6%에 해당하는 수치로 농산물 온라인 판매가 증가함에 따라 그 비중은 더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농민들이 농협택배를 찾는 이유는 두 가지로 분석된다. 농가들은 주로 우체국택배를 이용하는데 지역마다 접수처가 있어 다른 택배사들보다 방문이 용이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한진은 이같은 농촌지역 특성에 주목, 농협택배 서비스가 지역농협에서도 가능하도록 했다. 우체국택배를 고집할 이유가 사라지도록 만든 것이다.
또 다른 배경은 저렴한 운임비가 꼽힌다. 우체국택배 운임비는 20kg 미만, 박스규격(세 변의 합) 120cm 미만 기준 방문 택배가 최대 1만원, 접수처 택배가 최대 8,000원이다. 반면, 농협택배는 20kg 미만, 규격 160cm 미만 기준 방문 택배 5,000원, 접수처 택배 4,000원이다. 농협택배가 우체국택배보다 2배 정도 저렴한 셈이다. 더군다나 우체국택배는 무게가 가벼울수록 운임비도 줄어들지만, 농산물 특성상 대부분 부피가 크고 무게가 많이 나가 운임비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
한진은 택배뿐 아니라 마케팅을 통해서도 지역 농가와 CSV를 실천하고 있다. 지난해 함안군, 농협 등과 손잡고 시작한 함안수박 공동마케팅이 대표적이다. 함안수박 전용 친환경 디자인 택배박스를 개발하고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해 SNS 등을 통해 배포했다. 지난 6월에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함안수박 입점을 도우면서 판매와 홍보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다. 함안수박 기프트카드 1000장을 출시해 완판을 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에는 ‘내지갑속과일’ 기프트카드를 출시해 소비자와 산지농가를 직접 연결하고 있다. 기프트카드는 이마트24와 공식 온라인 자체 판매처에서 3만원에 구매하거나 선물할 수 있다. 사용기한은 5년이며 계절별로 엄선된 제철과일을 구매할 수 있다. 현재는 제주 황금향, 상주 샤인머스켓, 문경 홍로사과가 구매 가능하다. 기프트카드로 구매한 제철과일은 농협택배를 통해 소비자에게 배송된다.
일각에서는 한진의 적극적인 CSV 활동의 배경으로 조현민 한진 부사장을 지목하고 있다. 조 부사장이 전무 시절부터 CSV 및 신사업 프로젝트에 주력해왔기 때문이다. 함안수박 공동마케팅, 원클릭 플랫폼 서비스, 선불카드와 배송을 결합한 기프트 카드, 친환경 날개박스 공동구매 플랫폼, 친환경 택배전기차 개조사압, 랜선 월드 맛집투어 등 모두 그의 작품이다.
올해 초 단행한 조직개편에서도 CSV 강화에 방점을 두기도 했다. 미래성장전략실을 신설하고, 마케팅총괄부를 마케팅실로 확대 개편했다. 마케팅실은 기존 마케팅팀, CSV팀에 홍보팀을 이관해 전사적 CSV 및 전략적 마케팅·홍보 활동을 강화했다.
한진 관계자는 “앞으로도 물류 네트워크와 마케팅 역량을 활용해 차별화된 CSV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