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태산 칼럼] “K방역 희생양 자영업자, ‘위드 코로나’로 살려야”

2021-10-09     주태산 주필

美 뉴욕대 경영대학원 스콧 캘러웨이 교수가 쓴 <거대한 가속>을 보니, 코로나 시대에 성인이 된 ‘마이크로 세대’는 코로나 이후에도 마스크 착용, 거리 두기, 음식 테이크 아웃, 체온 확인, 손 씻기 등을 유지할 것이라고 한다.

미국의 기성 세대는 마스크 쓰는 것조차 자유 침해라며 거세게 반발했지만 새로운 세대는 그런 지침들이 평상시 건강 유지에 좋다고 여긴다는 것이다. 사실 한국의 일반 국민들도 지금의 불편함은 참을 만할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자영업자들이 2년 째 겪고 있는 것은 희생이지 불편함이 아니다. 이들은 집합금지, 영업시간 및 인원 수 제한 등 정부의 강제적 방역 지침을 따르느라 장기간 영업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그로 인해 생계와 생존에 직격탄을 맞았다. 문재인 정부가 세계에 자랑해온 K방역은 대부분 자영업자(소상공인 포함)의 희생 위에 세워진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영업자들의 참담한 상황은 통계에서 잘 드러난다. 거리두기 장기화로 자영업자의 91%가 매출 감소를 겪었다. 대부분이 장사가 안되고 있는 것이다.

자영업자 246만 명 가운데 고용원을 둔 것은 127만4000명 뿐이다. 30년 3개월 만에 가장 적다. 급여를 주지 못해 직원들을 모두 내보냈기 때문이다.

그냥 장사를 접으면 되지 않냐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폐업을 하려면 영업을 전제로 구한 대출금과 임차료, 거래처 외상매입금 등을 일시에 갚아야 한다. 그런 여력이 없으니 대다수가 날로 커지는 적자를 빚으로 틀어 막으며 버티는 중이다.

그래서 이들의 금융 부채가 1년 새 132조원이나 늘었다. 이 와중에 정부가 가계부채를 억제한다며 은행 대출까지 규제하는 통에 은행 부채는 1년 새 16% 증가한 반면 금리가 높은 2금융권 대출은 24%나 늘어났다.

소득이 급감하면 대출 원리금을 갚기 위해 또다시 대출을 얻어야 한다. 그때마다 신용등급이 떨어지면서 금리가 올라간다. 이미 자영업자 대출자 가운데 11%가 빚 갚을 가능성이 매우 낮은 취약 고객으로 분류돼 있다.

자영업자들이 3금융권인 대부업체에서 고금리로 빌린 대출이 1년 새 72%나 급증했다는 통계는 이런 처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야말로 ‘빚의 악순환’이다. 벼랑 끝에 몰려 자영업자 20여 명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그러나 정부의 피해 보상 노력은 매우 소극적이란 지적을 받는다. 미국과 독일. 일본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자영업 피해를 적극 보상하고 있다. 

한국은 세계 최장기 영업 제한 조치를 유지하면서도 지난 7월에서야 손실보상법을 만들었다.

그런데, 이 법으로는 공포일(7월 7일) 이전에 발생한 손실을 보상받을 수 없다. 소급 적용 조항을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미 피해가 발생한 대다수 자영업자들을 챙길 생각이 없던 것이 아니냐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를 4일부터 17일까지 2주 더 연장했다. 그 이후 단계적으로 거리 두기를 조정하고 11월 초 ‘단계적 일상 회복 체제’로 전환하겠다고 한다. 자영업자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7일 이른 새벽, 자영업자들이 서울 세종로공원에 농성용 천막을 쳤다. 흐리고 비가 흩날리는 날씨에, 정부의 방역지침 개선과 손실보상 확대를 촉구하는 무기한 농성 및 릴레이 1인 시위가 시작됐다.

델타변이 탓에 집단 면역을 통한 코로나 종식은 물 건너 갔다. 현재 접종 완료자들의 코로나 중증화율과 치명률은 독감 수준으로 떨어졌다.

무엇보다, 방역 편의주의로 더 이상 일부 계층에 희생을 강요해선 안된다. ‘위드(with) 코로나’로 가야 할 시점이다. 정부가 방역 정책의 근본부터 재검토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