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아파트 거래 '쑥', 금리인상까지...애꿎은 실수요만 '피해'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 예외…투자 수요↑
[이코노믹리뷰=금교영 기자]최근 공시가격 1억원 미만 아파트 거래량이 늘고 있다. 해당 아파트는 다주택자에 대한 취득세 중과 예외 대상에 속해 단기 차익을 노린 투자가 이뤄진 결과로 풀이된다. 각종 부동산 규제 속에서 이를 피한 투자 수요가 높아지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풍선효과 등으로 실수요자 피해가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매수세 몰린 안성 1억 미만 아파트…가격도 상승
28일 부동산 빅데이터를 제공하는 아실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역별로 가장 많이 거래된 아파트에는 공시가격 1억원 미만 저가 아파트가 이름을 올렸다.
경기도에서는 안성시 공도읍 진사리 ‘주은청설’ 아파트가 지난 27일 기준 40건이 거래돼 거래량 순위 상위권(3위)에 올랐다. 1위 가평자이(45건)와 2위 e편한세상가평퍼스트원(42건)의 경우 이달 들어 6개월 전매제한이 풀리며 거래가 활발해진 것으로 공시가 1억 미만 아파트를 기준으로 하면 주은청설의 거래량이 가장 많았다.
이 아파트 중에서도 전용면적 39㎡의 거래가 가장 활발했다. 8월에만 34건이 매매됐으며 가격은 1억3,000만원 수준이다. 전용 49㎡는 4건, 전용 59㎡는 2건이 각각 거래됐다. 공시지가는 최고가 기준 ▲전용 39㎡ 5,170만원 ▲49㎡ 6,370만원 ▲59㎡ 8,040만원 등이다.
인근 공도읍 용두리 ‘주은풍림’ 아파트도 이달 거래건수 36건으로 주은청설에 이어 순위에 올랐다. 이 단지는 전용 49㎡ 거래가 18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매매가격은 1억6,000만원 선에서 형성됐다. 공시가격은 5,000만원대다.
최근 3개월로 기간을 넓혀보면 주은청설과 주은풍림의 거래량은 독보적이다. 지난 6월1일부터 이날까지 각각 194건, 165건의 거래가 이뤄졌다. 실제 이들 아파트가 있는 경기도 안성은 경기도 내에서도 공시가 1억원 미만 아파트 거래가 활발한 곳으로 꼽힌다. 매매가는 낮은 반면 전세가율은 높아 둘 사이에 차이가 크지 않은 만큼 갭투자에 용이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다만 매수세가 몰리며 가격에도 영향을 미쳤다. 주은청설아파트의 올해 1월 전용 39㎡ 평균 매매가격은 7,900만원 선이었으나 8월에는 1억3,000만원으로 약 5,000만원 가량 올랐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아파트 가격동향 조사 결과 8월3주 기준 안성시 아파트는 전주 대비 0.83%의 가격 상승률을 보이며 경기도는 물론 전국에서 가장 높은 상승폭을 기록하기도 했다.
지방에서도 인기…‘풍선효과’에 실수요자 피해 우려
지방에서도 공시가 1억원 미만 아파트는 인기다. 부산 강서구 지사동 지사금강펜테리움은 이달 들어 40건이 거래돼 거래량 1위를 차지했다. 전용면적 59㎡가 1억5,000만원 대에서 매매됐으며 공시가격은 8,000만원 안팎이다. 대구에서는 28건이 매매된 북구 관음동 성창 아파트가 거래량 1위에 올랐다.
강원도는 원주시 단계동 세경 3차 아파트가 48건의 거래로 최다였다. 이 아파트는 매매가격도 채 1억원이 되지 않았다. 2위에 오른 원주시 관설동 청솔8차 아파트(46건)의 경우도 1억원 초반에서 매매됐다. 모두 공시가격은 1억원 미만이다.
이 같은 현상은 현행법상 공시가격 1억원 미만 아파트는 다주택자의 취득세율 중과 예외 대상이기 때문에 투자에 용이하다는 점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지난해 7.10 부동산 대책을 통해 기존 보유 주택수에 따라 최대 12%까지 취득세율을 높였다. 그러나 공시가격 1억원 미만의 경우 주택수 산정에서 제외하고 기본 취득세율은 1.1%에 그친다. 이에 차익을 노린 투기 세력이 늘면서 해당 조건에 속하는 아파트의 거래량도 증가세다.
다만 투기세력으로 인해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볼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강한 매수세가 가격상승으로 이어지면서다. 특히 최근 금리인상으로 서민들의 부담이 가중될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는 “1억원 미만 아파트의 거래 증가는 취득세 중과 면제 영향”이라며 “각종 규제를 하게되면 또 다른 풍선효과로 인해 시장에 부작용이 일어난다. 투기세력이 모이고 가격이 오르면 피해를 보는 것은 저소득층”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최근 금리인상으로 실수요자들의 부담도 커질 수 있다”며 “대출규제 등에 금리인상으로 싼 주택들을 찾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선 NH All100자문센터 부동산수석위원 역시 “1억원 미만 저가 아파트 매입이 많았던 것을 취득세 중과 예외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금리 인상에 따른 실수요자의 영향과 관련해서는 “현재도 서울을 제외하면 9억원 미만 아파트 거래 비중이 월등히 높은데 전체적인 거래 총량은 감소하겠지만 그 안에서 중저가 비중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