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의 핵심 'ESG'②] 건설사 ESG ='생존'

[2021 머니엑스포 | 건설부동산] 환경에 민감한 건설사...ESG강화로 수주 경쟁력 높여

2021-08-28     이소현 기자

[이코노믹리뷰=이소현 기자] ESG가 세계적인 추세로 자리잡으면서, 국내 건설업 또한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대형 프로젝트 수주뿐 아니라 금융조달 면에서도 지속가능경영이 키워드로 떠오르면서, 시장 환경은 시시각각 변화는 중이다. 특히 환경 이슈가 있는 건설업 특성상 ESG 강화는 생존 전략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도 "ESG 강화가 경쟁력"

지속가능성의 개념에서 출발한 ESG는 2006년 UN책임투자원칙(PRI)를 통해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협력적 관계(Governance)로 구체화됐다. 오래된 개념이지만 최근 기후 변화가 가속화되고 글로벌인 인식이 변화하면서 산업 차원에서의 관심도가 높아지는 추세다.

건설업 또한 ESG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환경면이 주목된다. 건설업은 특성상 연관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실제 세계건축 및 건설연맹(GlobalABC)의 2020년 보고서에 따르면 건물 운영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0GtCO₂에 육박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 세계 총 에너지 배출량의 약 28%로, 건물 건설의 배출량을 포함하면 비율은 38%까지 증가한다. 한 건설 관계자는 "건설사를 포함해 전체적인 추세가 ESG로 가고 있고, 건설은 특히 환경면에서 민감한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건설업의 ESG 부문의 중요성이 떠오르면서, 전문가들은 ESG가 필수요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주 환경에서도 마찬가지다. 일례로 국내 건설사들이 진출해 있는 싱가포르의 경우 건설청 차원에서 친환경 등급을 부여하고, 등급별로 수주 상한선을 두고 있다. 국내 건설사 중에서는 GS건설이 상한 제한이 없는 Star등급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물산도 지난해 ISO 14001(환경경영 국제인증) 인증 범위에 신재생에너지를 추가했고, 사우디 법인에서 신재생에너지 분야가 추가된 현지 인증을 별도로 취득했다. 해당 기업은 태양광∙에너지저장설비(ESS) 중심으로 글로벌 신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유위성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ESG는 세계적 추세다. 이미 발주국에서  ESG에 대한 등급 승인 인증 등 관련 기준을 만족한 기업들만 입찰에 참여할 것을 요구하고 있고, 그런 요건들이 하나씩 나오기 시작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예컨대 자재의 경우 탄수 배출량이 적은 제조 공장에서 생산된 상품을 쓸 수 도 있고, 전통적인 자재를 쓸 수도 있는데 입찰 때부터 이런 것을 요구할 것"이라며 "이는 원자재 비용과도 연동되는 부문"이라고 했다.

유 연구위원은 결과적으로 "국내 기업들이 건설하는 기술이나 노하우들이 고도화되고 ESG를 만족시키는 방향으로 가지 않으면 결국 경쟁에서 밀릴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건설사들도 친환경 이미지를 구축을 위해  수주 방향을 틀고 있다. 올해 5월 사명을 SK에코플랜트로 변경한 SK건설은 일찍이 탈석탄을 추진하면서, 지난달을 마지막으로 석탄발전소 사업이 모두 준공 완료돼 종결된 것으로 전해진다. 시공능력평가 1, 2순위를 다투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도 각각 지난해와 올해 탈석탄 선언을 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강릉이 해외에서는 베트남 부왕2가 마지막"이라면서 "공사 기간은 변수가 있지만, 앞으로 5년래 정리될 듯하다"고 전했다.

금융부문도 달라진다...ESG 채권 흥행

대규모 프로젝트가 많은 건설업 특성상 금융조달 부문도 핵심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례로 민간의 기업 평가 차원에서 ESG 방식이 도입되는 중이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6월 ESG 평가 방법론을 공개했고, 다른 신평사들도 ESG 인증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금융기관과의 연계성이 강화되고 있다. 빈재익 건산연 연구위원은 이달 동향브리핑을 통해 "건설기업들은 고부가가치 창출을 위해 설계·엔지니어링-구매-시공 중심에서 기획·마케팅·금융조달 등의 비중을 높이는 사업구조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면서 "건설업과 금융의 상호의존성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금융의 지속가능 금융으로의 진화는 건설기업도 ESG 이슈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런 가운데 건설사들은 회사채 발행을 통해 ESG와의 연계성을 강화하고 나섰다. SK에코플랜트의 지난달 진행된 회사채 수요예측에는 1조1,200억원이 몰렸다. 당초 계획했던 모집금액은 1,500억원 수준이다. 이 가운데  만기 3년물 2,000억원이 ESG 채권에 해당한다. SK에코플랜트는 올해 2월에도 첫 녹색채권을 발행하면서, 수요예측에 1조2,100억원이 몰린 바 있다. 이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태양광, 연료전지, 친환경 건축물 등 신규 프로젝트에 활용될 계획이다.

DL이앤씨 또한 지난 6월 진행된 ESG 채권 흥행에 성공했다. 분할 이후 제1회 회사채 발행에서 7,250억원의 자금이 몰리면서다. 이는 2015년 옛 대림산업 시절 공모채 시장에 진입한 이후 최대 금액이다. 이 가운데 만기 5년물은 ESG채권으로 500억원 규모로 진행됐는데, 수요가 몰리면서 950억원으로 발행 규모가 확대됐다. 해당 채권은 발행에 앞서 한국기업평가를 통해 사전 인증평가를 진행했고, 지속가능부문 최고 등급인 'ST1'을 부여받았다. 

포스코건설 또한 코로나가 확산되던 올해 3월 1,400억원 규모의 ESG 채권을 발행했다. 해당 채권은 환경(Green)과 사회(Social)부문이 결합된 것으로, 수요예측에서 약 6,300억원의 투자 수요가 몰렸다. 포스코건설이 5년물회사채를 내보인 것은 2014년 이후 7년 만인데, 수요 흥행에 성공하면서 ESG 채권 규모를 당초 800억원에서 대폭 확대한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