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델링 ‘大戰’+∝를 찾아라③] 건설사, 전담팀 꾸리고 인력풀 가동
수요커진 만큼 대형사도 적극 뛰어들어 리모델링 활성화 위한 제도적 개선 절실
[이코노믹리뷰=금교영 기자]재개발·재건축 관련 규제가 강화되면서 틈새시장으로 여겨졌던 ‘리모델링’ 시장이 떠오르고 있다. 무엇보다 일산·분당·평촌 등 지어진지 30년 이상 된 1기 신도시 중층 노후 아파트를 중심으로 리모델링 수요가 증가하면서 대형건설사들도 수주전에 적극 뛰어드는 추세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재건축에 비해 규제가 덜하고 사업기간이 짧다는 장점 등이 있어 최근 신축 아파트와의 시세 차이가 큰 지역을 중심으로 리모델링을 하겠다는 수요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며 “다만 리모델링의 경우 조합원 분담금이 커 부담스러울 수 있는데 그럼에도 신도시 위주로 수요가 증가하는 것은 서울 접근성이 매우 양호하고 교통, 생활 인프라가 이미 갖춰져 있는 지역들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전담 조직 꾸려 리모델링 시장 공략 나선 대형 건설사
리모델링 시장이 꿈틀대는 것은 재건축 사업에 적용되는 각종 규제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리모델링 사업은 초과이익 환수제, 임대아파트 의무건설, 도로·공원 등 기부채납 의무 등 재건축 사업에 적용되는 규제를 받지 않는다. 또 준공 이후 30년 이후에나 가능한 재건축에 비해 리모델링은 15년 이후면 추진할 수 있어 허용 연한이 짧고, 사업 추진기간과 공사기간 역시 짧다.
안전진단에서도 재건축은 D등급 이하를 받아야 하지만 리모델링은 수직증축은 B등급, 수평증축은 C등급을 받으면 가능하다. 여기에 최근 정부가 공동주택 리모델링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면서 관련 시장은 더욱 활성화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올해를 기점으로 리모델링 전담팀을 꾸린 대형사만 해도 여러 곳이다. 그동안 리모델링 사업은 대형건설사보다는 중소·중견 건설사에 치중돼 있었으나 수요가 커지는 만큼 대형사에서도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다.
시공능력평가 1위인 삼성물산은 지난 6월 리모델링사업소를 신설하고 본격적인 영업활동을 시작했다. 리모델링사업소는 6명의 전문인력으로 꾸려졌으며, 바로 다음달인 지난 7월 3,475억원 규모의 서울 강동구 고덕동 아남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의 시공권을 따내며 7년 만에 리모델링 시장에 복귀했다. 금호벽산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에도 현대건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단독 입찰했으며, 다수의 리모델링 프로젝트에 입찰을 준비하고 있다.
GS건설도 지난달 도시정비사업그룹의 조직개편을 통해 도시정비2담당 산하에 리모델링팀을 신설했다. 리모델링팀은 사전 기술영업을 통한 리모델링 사업 발굴 및 수주, 수주 단지의 사업 관리 등을 담당한다. GS건설은 리모델링 기술 확보와 사업수행 역량 등을 쌓아 수도권 및 지방까지 사업을 확대하는 등 관련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해 가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DL이앤씨의 경우 따로 리모델링 전담조직을 꾸리지는 않았지만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며 올해 이미 리모델링 수주액만 1조원을 넘기는 등 두각을 보이고 있다. DL이앤씨 관계자는 “리모델링 사업 부분에 역점을 두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만 리모델링 팀이 따로 있지는 않다”며 “도시정비사업 담당 팀이 크게 있어 재건축·재개발처럼 해당 사업을 수주하면 이를 담당하는 지역별 부서 등에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12월 주택사업본부 내 리모델링 전담조직을 구성했으며 올해 초에는 주택 설계와 수주 영업 파트 경력직원을 채용해 인력을 강화하기도 했다. 현대건설은 2008년 이후 12년 만에 리모델링 시장에 돌아왔으며 경기 용인 수지 신정마을9단지 리모델링 사업을 단독 수주하는 성과를 냈다.
대우건설도 지난 3월 주택건축사업본부 내 도시정비사업실에 ‘리모델링사업팀’을 신설하고 리모델링 사업 진출을 위한 채비를 마쳤다. 리모델링사업팀은 ▲사업파트 ▲기술·견적파트 ▲설계·상품파트 등 3개 파트, 17명의 각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됐다. 설계·기술·공법·견적 등 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 기준을 마련하는 한편, 관련 법규 및 정책 검토부터 신상품 개발까지 리모델링 사업 전반에 걸친 원스톱 관리를 목표로 한다. 연간 리모델링 사업 수주 목표는 3,000~5,000억원 규모이며, 시장 상황에 따라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과거 리모델링 아파트 준공 경험이 있는 몇 안되는 회사로 관련 기술과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며 “리모델링 전담 조직 신설로 사업 비중을 점차 확대해 나가고 시공 기술, 연구개발 부분에 대한 투자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모델링 강자 중 한 곳으로 꼽히고 있는 포스코건설 역시, 지난 2012년부터 리모델링 전문 인력 충원과 기술력 개발을 앞세워 적극적으로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특히, 리모델링의 경우 내력벽을 남긴 채, 철거를 하고 구조를 개선하는 방식으로 공사가 이뤄지기 때문에 이에 관련한 기술확보가 가장 중요하다. 이에 포스코건설은 리모델링 전담팀을 꾸려 영업 및 설계 준비 및 기술 경쟁력 확보에 매진해 왔다.
리모델링 활성화 “제도 개선 뒷받침돼야”
대형건설사들도 수주전에 참여하면서 리모델링 사업에 대한 관심과 규모가 확대되는 가운데 시장이 더욱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제도 개선 등 정책적인 부분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가구수를 늘릴 수 있어 사업성이 높다고 여겨지는 수직증축의 경우 안전성 문제 등으로 사실상 추진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박용석 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치가 기술을 지배하는 경향이 있다”며 “기술적인 부분은 기술자들이 검토해 결론을 내야하는데 행정적인 것들이 기술을 좌지우지 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파트 리모델링 시 수직증축은 가능한데 허가가 안나 수직증축한 사례가 없다. 유일한 사례는 다른 경우”라며 “건설업계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하는데 허가기관에서는 허가를 내주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형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20여년 전 리모델링 붐이 한창 불었다 흐름을 타지 못하고 확 사라진 적이 있다”며 “당시 금융위기 등의 영향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힘을 못받은 가장 큰 이유는 관련한 정책 등의 재정비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불고있는 리모델링 붐은 그때와는 다르게 대상되는 사업장도 굉장히 많이 늘어났고 이를 적극적으로 원하는 조합원들도 많다는 것이 특징이며 이는 향후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리모델링을 좀 더 활성화 시킬 수 있는 규정 변화가 있어야 한다. 규제가 시대 흐름을 못 따라가면 좋은 기회는 또 뒤쳐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건설은 대표적인 규제산업으로 규정이 시대 흐름에 맞춰 빠르게 바뀌지 않으면 산업, 특히 리모델링과 같은 틈새시장의 경우 더 이상 커지지 못하고 또다시 사장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이번이 아니더라도 관련 규정의 정비가 이뤄져야 향후 다시 시장 흐름이 돌아왔을 때에도 좀 더 빠르게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반면, 아직 관련 경험이 많이 쌓이지 않은 만큼 기술 검증에 좀 더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구조기술사는 “리모델링 사업추진 기한이 15년 정도로 재건축에 비해 빠른 만큼 30년 기한이 도래한 1기 신도시 위주로 리모델링 추진이 이뤄지고 있는데 당시 건축 기술을 믿을 수가 없다”며 “이런 이유로 지자체에서 수직증축(2층 이상)에 대한 허가를 내주지 않는다고 본다. 현재 기술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지만 아직은 무리수가 많다”고 말했다.
신민수 포스코건설 부장은 “공법이나 보강하는 방법에 대해 신기술 인정, 기술 검증이 우선되지 않으면 인허가를 진행하기 어렵다는 입장이고, 이를 검증 받는 것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리모델링은 아파트를 증축하고 지하를 추가 확보, 또는 위에 수직증축이나 별동 증축을 하는 것이다 보니 제일 중요한 것은 기초나 지반에 대한 보강, 흙막이 이런 부분”이라며 “경험치가 없으면 시행착오를 겪을 확률이 높고 그 경우 비용증가, 공사중단 우려가 있다. 우리나라 건설사들은 기술력이 있기 때문에 경험치가 쌓이면 충분히 가능하겠지만 아직은 초기이기 때문에 과하게 검증하는 부분이 있는 것으로 본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