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델링 ‘大戰’+∝를 찾아라②] 도시급 '대수선' 시장, 건설사들 진격

20년 만에 다시 부는 리모델링 바람 "그때와는 다르다" 1기 신도시發 노후 아파트 급증, 도시급 '대수선' 부상

2021-08-16     이소현 기자

[이코노믹리뷰=이소현 기자]  대형 건설사들의 아파트 리모델링 시장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에 규제가 집중된 가운데, 리모델링은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에 힘입어 시장이 열리고 있다. 1990년대생 아파트를 중심으로 수요가 증가하면서, 대규모 사업장도 늘어나는 추세다. 당초 낮은 수익성으로 소수 건설사들이 독주하는 형태였지만, 최근에는 대형사들이 진출하면서 수주 실적의 비중도 높아지는 추세다.

리모델링 바람, 20년 만에 다시 분다

올해 새 출발한 DL이앤씨는 리모델링 수주액 1조원을 돌파했다. 주목할 점은 리모델링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올 상반기 도시정비사업의 수주액 1조7,935억원 가운데 57.63%(1조335억원)은 리모델링 사업이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경기 군포의 산본우록을 올해 5월 수주한 뒤, 6월 수원 영통 신성신안쌍용진흥과 산본 율곡아파트 사업에 시공사로 선정된 것. 업계에서는 5년 만의 복귀전을 성공적으로 마쳤다는 평가다.

DL이앤씨가 리모델링 시장에 진출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2000년대초 옛 대림사업 시절 국내 첫 공동주택 사업인 마포용강 아파트(강변그린)의 시공사로 선정, 준공까지 마친 바 있다. 다만 2016년 4월 서울 강남구 대치2단지를 마지막으로 한동안 손을 뗐다. 대신 재건축·재개발 부문에 집중하면서, 도시정비사업에서 2019년 제외 연간 1조원의 수주고를 올려왔다. 그럼에도 다시금 리모델링 시장 진출에 공격적으로 나서며 방향 전환에 힘쓰는 모습이다.

그간 리모델링 시장은 재건축·재개발 시장보다 업계의 주목도가 낮았다. 리모델링 대상이 되는 노후 아파트가 많지 않았고, 건설사 입장에서도 수익성이 일반 정비사업보다 떨어진다는 평가였다. 오래전 건설된 단지의 자재부터 설계까지 파악할 필요가 있어 사업이 까다롭다는 점도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했다. 소유주 또한 재건축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했고, 서울을 제외한 지역에서는 준공 사례도 찾기도 어려워 인식이 낮았다.

하지만 최근 대형사 여럿이 뛰어들면서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간 대형사의 도정비 사업을 책임지던 서울 재건축 사업이 규제 포화 상태에 이른 것이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오세훈 서울 시장이 민간사업 완화를 내세우며 당선됐지만, 몇년간 지속된 규제로 사업 일정은 복잡하게 얽힌 상태다. 재건축은 당장 대규모 물량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반면, 리모델링 시장은 제도적 정비와 지원이 추진되고 있다.

1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노후 아파트가 증가하는 가운데, 소유주들의 관심도가 높아진 점도 주목된다. 1990년대 준공된 아파트는 용적률이 높아 재건축 가능성이 낮고, 고밀개발 규제도 강화돼 일반 정비사업은 오히려 세대수가 줄어들 수도 있다. 그런데 리모델링은 수선이 가능할뿐 아니라, '힐스테이트, 자이, 래미안'과 같은 시공사의 새 브랜드명도 도입할 수 있다.

박용선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20년 전엔은) 실체 없는 붐만 있었다. 한 번 나오면 큰 공사를 할 수 있어 각 건설사와 언론에서도 아파트 리모델링에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그러다 말았다"면서 "그런데 지금은 전과는 달리 상당 부분 활성화로 갈 계연성이 매우 높다. 절박함 단계로 갔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어 "20년 전에는 노후 아파트 비중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면서 "지금은 1기 신도시 아파트들이 30년차에 들어섰다. 조치를 취할 시점이 된 것"이라고도 했다. 

발주 규모도 UP, 시장도 UP

대규모 사업장의 출현도 주목된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리모델링이 준공이 완료된 단지는 수도권 총 14곳, 2,301가구로, 대부분이 500가구 이하의 중소규모 단지다. 하지만 최근에는 최근에는 업계가 주목할 만한 1,000가구 이상의 대단지가 등장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역대 최대 규모의 사업장도 나왔다. 쌍용건설 컨소시엄(쌍용건설·포스코건설·현대엔지니어링·대우건설)은 공사비 8,000억원 규모의 서울 송파구 '가락쌍용1차' 리모델링 공사를 수주했다. 1997년 건설된 해당 단지는 지하3층~지상24층, 14개동, 2,064가구 규모다. 이번 사업을 통해 309가구 늘려 2,373가구, 지하주차장은 1,568대 증가시켜 3,590가구로 확보할 예정이다.

쌍용건설은 2000년부터 업계 첫 리모델링 전담팀을 출범한 전통강자다. 오랜 노하우를 바탕으로 대형사와 손잡고 대단지들을 잇따라 선점하고 있다. 지난 3월에도 현대엔지니어링과 컨소시엄을 맺고 4,600억원 규모의 광명 철산한신 아파트를 수주했다. 1992년 준공된 해당 단지는 수평증축과 1개동 신축을 통해 250여 가구 증가, 총 1,803가구로 거듭날 예정이다.

롯데건설 또한 공사비 5,000억원 수준의 대형 사업을 확보했다. 서울 양천구 목동 신정동 일대 지어진 목동2차 우성아파트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 2월 시공사를 선정한 이 단지는 ,2000년 3월 준공돼 21년차를 맞았다. 총 1140가구 규모, 공사비만 4,944억원으로, 기존 세대수를 15% 이내에서 증축하는 방식으로 건설된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시공사 입찰을 앞둔 단지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경기 산본개나리13단지(1788가구) 또한 이달 6일 시공사 입찰을 시작했다. 내달 9일 입찰이 마감되는 가운데, 쌍용건설이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이어 조합설립을 완료하고, 시공사 선정 전 단계로 진입한 단지로는 ▲ 서울 강동구 선사현대(2,938가구), 경기 분당 매화마을5단지(1,185가구), 수원 신나무실주공 5단지(1,504가구) 등이 있다. 

예비 단계인 추진위원회는 ▲서울 노원구 학여울청구(1,476가구), 동작구 신동아리버파크(1,696가구), 경기 부천 한라마을3단지(1,201가구), 부산 남구 LG메트로시티(7,374가구), 해운대 상록아파트(1,000가구) 등 수도권과 광역시를 중심으로 활발히 설립되는 중이다.

재건축 막히고, 1조 클럽 넘을 길은

상황이 이런 가운데, 후발주자들의 약진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 첫 리모델링 시장에 진출한 현대엔지니어링은 벌써 총 3곳에서 수주고를 올렸다. 액수로 보면 5,934억원으로 도정비 전체 수주액의 절반 수준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부터 리모델링 부문 역령 강화에 힘쓴 가운데 리모델링 사업이 도정비 수주액 1조 달성에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다.

대우건설 또한 리모델링 부문 강화를 통해 1조 클럽에 재진입했다. 이달 현재 수주 실적은 가락쌍용1차와 용인 수지현대아파트 2곳, 총 5,617억원 규모다. 이는 도정비 수주액(1조8,925억원)의 26.6%에 해당한다. 지난해 대우건설은 도정비 부문에서 8,728억원을 수주하는 등 2018년 이후 3년 연속으로 수주액이 1조원을 밑돈 바 있다. 하지만 올해 리모델링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다시금 허들을 뛰어넘었다.

다른 주택 강자들도 시장의 문을 두들기는 중이다. 아파트 브랜드 '자이'를 보유한 GS건설는 지난 7월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GS건설은 지난 2018년 서울 청담건영아파트(269가구) 사업을 시작으로 수주해 왔고, 올해 4월과 5월 문정건영과 밤섬현대 시공사로 선정되며 3,140억원의 수주고를 올렸다. 서울 지역의 신도림우성1차, 신도림우성2차, 서강GS아파트 등 3곳에는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상태다.

시공능력평가 1, 2위의 삼성물산과 현대건설도 대세 흐름에 참여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지난 7월 서울 고덕아남아파트의 시공사로 선정됐다. 현대건설은 올해 마수걸이로 경기 용인 수지신정마을9단지를 수주했다. 두 사업의 각각 공사비는 2,280억원, 공사비는 3,475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