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부동산 '空約' 폭탄되어 돌아온다

2021-08-07     권일구 기자

[이코노믹리뷰=권일구 기자]여권 대선 주자들의 부동산 공약이 하나씩 베일을 벗고 있다. 특히 지난 4월 보궐시장 선거에서 야당에 모두 자리를 빼앗긴 여당이 패전의 원인을 부동산 정책의 실패로 꼭 집어 지목한 만큼, 여야를 막론하고 대선 주자들의 향후 부동산 공약에 시선이 몰리는 것은 당연지사다.

그리고 그 만큼 기대가 컸다.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자는 ‘기본주택 공급 및 부동산 안정화 실현’이라는 명분아래 토지공개념의 실질적 구현을 통해 부동산 투기문제를 해결하고, 기본주택을 공급해 국민 주거권을 실현하며, 고위공직자 부동산에 백지신탁제 도입과 부동산감독기구 신설을 통한 부동산 정책 신뢰성 제고, 토지주택매입공사 운영을 통한 정부의 부동산 시장 안정자 역할 및 비필수 부동산 금융 회수라는 부동산 공약을 야심차게 내놨다. 기본주택 공급과 관련해서는 100만호를 포함해 임기 내 250만호 이상 주택 공급을 약속한 것이다.

이낙연 후보자 역시, 지역까지 거론하며 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서울공항 부지에 3만호 규모의 '스마트 신도시' 조성과 함께, 임기 중에 임대주택 100만호와 반값 이하 공공분양 아파트 30만호 등의 장밋빛 공급 방안을 내놨다. 여기에 더해 반백살인 50년 모기지, 20~30년 장기전세를 통한 청년과 신혼부부 전용단지 개발, 40대 무주택자를 위한 중형 면적의 아파트 공급도 공약했다. 정세균 후보자는 임기 중에 280만호라는 ‘공급폭탄’을 또 다시 강조했다. 김두관 후보자는 무주택가구에 원가 분양 공급과 부동산 과세에 1가구 1주택 원칙을 반영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추미애 후보자는 토지공개념을 통해 토지를 통한 불로소득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이들의 공약은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보다 더한 실망감만 안긴 것은 왜 일까. 대선 주자들의 가장 큰 공통점은 바로 공급물량에 있다. 최대 280만호가 넘는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한 것인데 과연 현실성 있는 물량인지 의심치 않을 수 없다. 일례로 서울과 수도권에 공공재건축 및 재개발을 통해 집값을 낮춰보겠다는 정부의 공급정책 역시 토지보상 문제와 지역주민의 크고 작은 반대에 부딪히며 난항을 겪고 있다. 3기 신도시는 어떠한가? 충분한 검토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LH의 땅 투기까지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며 토지소유주들과의 합의도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기자에게 실제 공급까지 10년이 걸릴지 이 보다 더 걸릴지 알 수 없는 모호한 공약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부동산 투기를 원천 봉쇄해 집값 상승을 억제하고 그로 인한 불로소득 자체도 차단하겠다는 공약은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보다도 더 센 정책이라는 점에서 기대보다는 우려가 남는다. 이미 지난 4.7보궐선거에서의 참패 원인이 부동산 관련 강력한 규제 정책 때문이라고 인정한 만큼, 적어도 규제 완화 등을 통한 부동산 시장의 안정을 기대해서 일지도 모르겠다. 투기를 봉쇄하겠다는 정부와 이 기조를 따라 가겠다는 여권 대선 주자들의 뜻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실수요자를 위한 구제방안, 그리고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성 있는 공급대책 등의 공약이 없었다는 점은 크게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 민간보다 공공임대 위주의 공급에 공약이 맞춰져 있는 점은 더욱 그러하다.

‘부자를 위해 말하고, 가난한 사람을 위한 일을 한다’고 공언했던 중국의 경제학자 마오위스의 사례가 있다. “저렴한 임대주택에는 개별화장실을 없애고 공동화장실을 만들어야 한다”는 그의 말 한 마디에 중국 인터넷은 들끓었다. 개별화장실을 없앤 만큼 넓어진 면적에 임대주택을 더 만들 수 있다는 뜻에서 한 말이겠지만, "가난한 사람은 공동화장실만 써야하냐"는 비난에 곤욕을 치뤄야했다. 

물론 위 사례와 단순 비교할 순 없지만 차기 대선 주자들의 공급 공약이 대부분 임대주택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런 비난을 피할 수 있을 지 의문이 든다. 더구나 다들 내집마련을 꿈꾸는 추세를 반영하지 못한 임대주택은 자칫 텅 빈 주택으로 전락해 빈집 폭탄만 남길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