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락거지' 될라...정책 불신에 청약불장 계속?
공급·매물 부족 리스크 해소먼저 신경써야
[이코노믹리뷰=권일구 기자]정부가 부동산 가격 거품과 금리인상 등을 들어, 집을 사지 말라 경고하고 있지만, 정작 청약 시장은 연일 최고 경쟁률을 경신하며 내집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공급부족과 매물부족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이 같은 청약 불장은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4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국민께 드리는 말씀’ 합동 브리핑을 통해 “시장수급과 별개로 불확실성 등을 토대로 막연한 상승기대심리가 형성됐다. 변동성이 과거에 비해 현저히 커진 만큼 과도한 수익 기대심리를 제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과거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서울아파트 등 주택가격은 –9~-18% 하락한 경험이 있고, 현재 아파트의 실질 가격이나 주택구입 부담지수, 소득대비 주택가격 비율 등 주택가격 수준·적정성을 측정하는 지표들이 최고 수준에 근접했거나 이미 넘어섰다고 우려했다. 이에 홍 부총리는 향후 시장의 상황과 유동성, 전문가 의견 등을 통해 진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즉 주택 구입에 있어서 신중해야한다는 신호를 준 것이다.
이 같은 정부의 강력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청약시장은 정 반대로 움직였다. 일부 지역에서는 역대 최고 경쟁률을 보였고 세 자리수 경쟁률은 기본, 말 그대로 불장이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을 살펴보면, 지난 3일 1순위 청약을 받은 ‘강릉 롯데캐슬 시그니처’ 아파트는 평균 경쟁률 46.88대 1로, 강원도 역대 최고 경쟁률을 달성했다. 총 760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3만5,625명이 접수한 것이다. 주택형 별로는 전용면적 140㎡가 4가구에 330명이 몰리며 82.50대 1로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고, 94㎡ 67.83대 1, 93㎡A 61.42대 1, 84㎡A 58.21대 1, 185㎡A 46.50대 1 등 강원도 지역에서는 찾아보기 드문 경쟁률을 보였다.
인천 계양에서도 1순위 청약에서 전 주택형 모두 주인을 찾았다. 현대건설·GS건설 컨소시엄의 계양1구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인 ‘힐스테이트 자이 계양’가 그 주인공이다. 같은 날 1순위 해당지역 청약접수를 받은 결과, 총 408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2만36건이 접수됐고, 평균 49.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것이다. 최고 경쟁률은 전용면적 59㎡A 타입으로 7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1,239건이 접수되며 177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물론 두 지역 모두 입지가 우수하고 단지 인근으로 편리한 생활인프라와 교통, 인근 단지 대비 저렴한 분양가도 청약 경쟁률을 높이는데 한 몫 했지만, 공급부족 속에 내집마련을 위한 마지막 끈을 놓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양지영 양지영R&C 소장은 “집값 고점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상승하고 청약경쟁률 경신이 이어지는 것은 공급 부족에 따른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과 청약은 시세보다 저렴한 분양가에 내집 마련 할 수 있다는 마지막 기대감의 끈이다”라며 “공급부족, 매물 부족에 대한 리스크가 해결되지 않으면 집값 상승, 청약경쟁률 경신은 계속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한, 정부의 현실성 없는 규제가 오히려 내집마련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문상동 구도D&C 대표는 “이번에도 집을 사지말라는 정부의 말을 믿는 국민들이 있을까 의구심이 든다. 정부의 말만 믿었다가 벼락거지가 됐다”며 “기존에 발표한 정책을 일관성 없이 규제를 반복하거나 현실성이 떨어지는 내용으로 국민들의 눈속임을 하고 있다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문 대표는 “현 정권에서 그간 26차례 크고 작은 부동산 정책을 쏟아냈음에도 집값을 잡는 데 실패했다. 이젠 정부가 최근 집값 상승의 원인을 국민들의 막연한 기대심리와 투기수요, 부정거래를 말하며 국민만 옥죄고 있다”며 “집값 급등에 대한 사과도 구체적인 정책 대안도 없는 정부가 부동산 시장 불안의 책임을 왜 국민에게 떠넘기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어 “7.28 부동산 국민담화, 현실성 떨어지는 장밋빛 공급대책으로 점점 더 현 정권의 부동산 대책을 신뢰하지 않고 지금 당장이라도 부동산을 사야 한다는 심리가 더 높아지는 것 같다”며 현재의 청약 시장을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