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건너온 임대차3법...제주 '전세' 9억 시대

공급 축소·임대차 법 영향, 전세·연세 등 임대료 상승 가속

2021-06-12     우주성 기자

[이코노믹리뷰=우주성 기자] 제주도 임대차 시장의 불안이 심화되고 있다. 도내 주택 수요는 늘어난 반면, 착공 연기와 임대 매물이 줄어들며, 공급은 감소한 상황이다. 임대차 3법도 제주 임대차 시장의 상승세를 더욱 부채질 할 요소 중 하나로 꼽힌다. 이런 3중고로 일반 채권적 전세가격 뿐만 아니라 제주에 특화된 소위 “깔세” 등의 연세(年貰) 가격도 상승하고 있다.

깔세도 껑충...“1년간 20%는 올랐다”

지난 2014년 입주한 제주도 제주시 노형동 ‘노형 2차 아이파크’의 전용면적 115㎡ 전세가격은 현재 약 9억원을 호가하고 있다. 84㎡ 매물의 전세 보증금도 6억5,000여만원으로 상승한 실정이다. 해당 단지 인근의 한 중개업자는 “연동지구 일대 등 제주 아파트의 전세가격이 최근 1년 만에 20% 이상은 상승했다. 전세뿐만 아니라 잘 오르지 않던 연세(월세를 1년 단위로 모아서 계약시 선납)도 최근 상승했다. 84㎡ 기준 보증금 3,000만원에 연세는 2,200~2400여만원”이라고 말했다.

노형아이파크2차아파트. 출처=네이버 거리뷰

서귀포시 강정동 ‘제주강정유승한내들퍼스트오션’ 전용면적 84㎡의 경우 지난 4월 2억5,000만원에서 2억8,300만원 사이에서 실거래 됐지만, 이달에는 같은 면적의 전세가격이 3억8,000만원을 기록했다. 서귀포시에 위치한 A 공인중개소 대표 역시 “전세는 올해 들어 보다는 확실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6월 기준 5억원 수준의 전세 매물이 현재는 6억원으로도 구하기 힘들다”면서 “연세 자체는 제주 전체 평균으로는 아직 저렴해 월 110~120만원으로, 평균적으로 1,500만원 전후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초등학교 인근 등의 경우 물건이 귀해 더 연세가 상승하는 매물도 점차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귀포시 제주영어도시 내의 한 부동산 업자는 “제주 영어교육도시처럼 교육 목적 등 주거 수요가 꼭 필요한 경우, 임차인이 차라리 매매가격과 비슷하게라도 전세를 구하려고 하는 경우도 많다”면서 “임차 수요가 가장 많았던 교육도시 등의 경우 현재 전월세가 아예 사라져, (전세 매물이 없다보니) 아예 매수 수요로 돌아서는 경우도 있다”고 언급했다.

제주도의 전·월세 가격 상승은 각종 통계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을 보면, 제주특별자치도의 아파트 전세 가격은 지난 31일 기준 0.54%의 변동률을 기록했다.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의 주간 주택시장 동향에 따르면 제주·서귀포의 전세가격 변동률은 지난달 24일 0.19%에서 31일에는 0.4%, 이달 7일에는 1.22%로 급등했다.

제주 일대의 업자들은 “공급보다는 수요가 많아 남은 물량이 거의 없다”고 입을 모아 지적한다. 제주 일대의 주택 매수 심리가 커진 점이 전세 매물 감소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제주시 노형동의 한 중개업자는 “지난해 침체에 빠진 제주 부동산 시장이 10월부터 저점을 찍고 반등을 시작한 상황이다. 이 점이 오히려 임대 매물 공급에 악영향을 줬다”고 지적했다. 시장이 크지 않다보니 매입 수요가 전세 매물을 흡수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는 “과거 제주 아파트 분양 시 미분양으로 인한 자금 압박을 우려해 시행사에서 일부 분양 물량을 전세나 연세로 돌렸지만, 최근엔 매수 수요가 살아나면서 분양 물량 전부를 매매 물량으로 돌리고 있어 전월세 물건이 더 귀해졌다”고 답했다.

실제 ‘아파트 실거래가’(아실) 데이터에 따르면 제주 지역 아파트의 매매지수는 지난해 11월 저점 이후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전세 지수 역시 11월을 저점으로 반등 중이다. 특히 전세 지수가 매매지수를 상회하는 상황이라, 임대수요가 매매수요로 전환되고 있는 상황이다.

주택 공급이 아직 활성화되지 않았다는 점도 임대차 시장의 불안을 가중시키는 요소로 지적된다. 제주시의 한 중개업자는 “지난 수년간 제주 건설경기가 어렵다보니, 제주 전체의 건축 소요 기간이 상당히 길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타 지역의 경우 일반적으로 건축허가 이후 2년 안에 착공이 들어가지만, 제주는 2018년 무렵부터 허가 후 5년 안에만 준공하면 무방하도록 하고 있다”면서 “따라서 신규 착공 현장도 줄고 허가도 감소했다. 올해부터 착공에 들어가는 현장이 나오고는 있지만 수요를 감당할 물량은 아니다”라고 이야기했다.

아실에 따르면 11일 기준 제주의 전·월세 매물은 일주일 전보다 5% 가량 줄어, 매물 감소세가 유지되고 있다.

이달 1일 전월세신고제로 완성된 임대차 3법(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신고제) 역시 시장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 서귀포시의 한 업자는 “전세를 내놓는 집주인의 경우, 임차인인 갱신청구권을 행사하면 임대인으로 할 수 있는 건 추후 5%를 인상하는 방법밖에 없다. 제주 내 임대인들도 그걸 최대한 행사하려고 하기 때문에 추가 상승 여지가 크다”고 답했다.

그는 “연세 등도 전월세 신고제 적용 대상이다. 1년 정도의 유예기간이 있고, 정부는 과세 자료로 반영하지 않겠다고 하지만, 결국 데이터가 만들어지는 것”이라면서 “그렇기 때문에 나중에 임차인에게 추가적인 전가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는 관계자들이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