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는 K-해운… HMM, 신용등급 상향 가능성은?
등급소멸 후 지난해 말 5년만에 BB등급 수여 시황 호조세에 해운업 신용등급 개선 기미
[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상반기 내내 해운업의 호황이 점쳐지는 가운데 HMM(011200)의 신용등급 상향 가능성에 시선이 쏠린다. 특히 최근 한국기업평가가 시황 개선 등을 이유로 팬오션의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상향 조정함에 따라 HMM의 신용등급 상향에 대한 기대감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해운업, 시황 호조세에 신용등급 개선 기미
2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팬오션의 신용등급을 A-로 유지하는 대신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그간 이어온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함께 시황이 개선되면서 당분간 이익규모가 증가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신평사들은 팬오션이 탄력적 선대 운용으로 리스크를 적절하게 통제한 점, 우량화주와의 신규 계약으로 장기 계약 기반의 사업 안정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 등을 전망 상향 조정의 이유로 꼽았다.
특히 두 곳의 신평사들은 공통적으로 해운시황의 호조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 팬오션의 이익 창출력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벌크선(건화물선)의 경우 수요 회복세와 낮은 선복증가율로 수급여건이 개선돼 전년 대비 높은 운임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실제 지난해 1분기 평균 발틱운임지수(BDI)는 592에 그쳤지만 올해 1분기 평균 BDI는 1,739로 3배 가까이 상승했다. 컨테이너선 시황 또한 당분간 우호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제한적인 선복공급과 물동량 증가에 따른 영향이다.
컨테이너 운송 15개 항로의 운임을 종합한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 또한 지난해 1분기 평균 931에 그쳤지만 올해 1분기는 3배 가량 증가한 2,780을 기록했다. 지난 16일에는 2,833까지 치솟았다.
금의환향이다. 팬오션은 2011년까지 신용등급 A 상태를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하지만 업황 악화와 대규모 투자, STX그룹 부실화 등으로 2013년에는 회생절차에 돌입했고 신용등급은 채무불이행 상태를 뜻하는 D까지 추락했다. 등급 전망이 상향되면서 팬오션은 10년 만에 역대 최고 신용등급(A) 회복을 눈앞에 두게 됐다.
분위기 좋은 HMM, 신용등급 오를까?
팬오션의 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내 대표선사인 HMM의 신용등급도 상향될지 시장의 시선이 쏠린다. 현재 HMM은 BB(긍정적) 등급을 유지중이다.
HMM은 지난해 약 1조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올렸다. 10년 만의 흑자전환이다. 2019년 영업손실이 2,997억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1조가 넘게 손익을 개선한 셈이다. 코로나19로 막혀있던 전 세계 수출입 물량이 풀리며 해상운임이 크게 뛰어오른 영향이 컸다. 여기에 2만4,000TEU 급의 초대형 선박 12척을 신규 투입해 규모의 경제도 실현했다. 디 얼라이언스 해운동맹에 신규 가입하며 비용을 줄였고 이 밖에 내부 비용 절감 등 노력을 통해 창사 44년 만에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그 결과 HMM은 지난해 말 BB등급을 새로 부여받아 2,400억원 규모의 무보증 전환사채(CB) 발행에 성공했다. 신용등급 소멸 후 5년 만이었다. 특히 청약에만 10조원에 육박하는 뭉칫돈이 몰렸고 경쟁률은 39.73대 1을 기록했다. 신용도는 BB(긍정적)으로 투기 등급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적 개선 기대감이 커지면서 대규모 투자 수요가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이어 이달 초에는 지난해 발행한 CB를 전액 조기 상환하는데도 성공했다. 주식전환청구권 행사로 2,337억원이 행사돼 발행금액 2,400억원의 대부분이 소화됐다는 평가다. 만기가 5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주자가 고공행진 하면서 중도상환이 이뤄진 것이다. CB발행 당시 HMM은 발행 한 달 이후 보통주 종가가 15거래일 연속 전환가액 1만2,850원의 150%를 넘으면 중도상환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중도상환청구권을 포함했다. 실제 최근 HMM주가는 지속 우상향 곡선을 띄고 있다. 21일 종가기준 3만2,900원으로 1년 새 9.5배 이상 올랐다.
노력에 힘입어 HMM의 재무지표는 지속 개선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HMM의 부채총계는 7조6,848억원, 자본총계는 1조6,885억원으로 부채비율은 455%다. 전년 556.7% 대비 101.6%포인트(p) 줄어든 수준이다. 여기에 CB 조기 상환으로 부채는 2,377억원 줄고 자본은 2,377억원 늘어 부채비율은 386.6%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약 68.4%p 낮아진 수준이다. 차입금 의존도도 감소 중이다. 지난해 말 기준 차입금 의존도는 65.2%로 전년 73.6% 보다 8.4% p 줄었다.
향후 전망도 나쁘지 않다. 시장에서는 컨테이너선 시황 호조로 HMM이 올해 1분기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여전히 해상운임이 높게 유지되고 있고 1만6,000TEU급 컨테이너선 8척을 순차적으로 도입해 규모의 경제를 강화한다는 점이 힘을 보탠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재 HMM의 부채비율이나 유동비율 등을 따져볼 때 재무건전성이 우수한 편은 아니지만 업황 호조에 따른 흑자가 올해도 전망되는 상황”이라며 “코로나19와 유가 등의 변수가 있긴 하나 올해가 홀로서기의 토대를 다지는 시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