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우號 2기 포스코, 개방형 혁신으로 수소사업 키운다

현대차·SK와 삼각동맹 꾸려 경쟁력 확보… 생태계 선점 효과 기대 “사업 협력 기회 지속 모색할 것”

2021-04-15     이가영 기자
출처=포스코

[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최정우 호(號) 2기가 수소 사업 육성에 본격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가운데 국내외 다양한 기업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개방형 혁신을 통해 수소산업 생태계의 게임 체인저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포스코, 현대차·SK 등과 손잡고 수소사업 출사표

1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포스코 임원들은 현대차 전주공장을 방문해 수소차 생산현장을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포스코 제철소 내 운영트럭 1,500여대의 수소차 전환을 위한 생산현장을 확인하기 위한 차원에서다. 

실제 이날 포스코 임원진은 수소전기트럭 생산라인을 둘러보며 생산시스템을 점검한 것으로 알려진다. 또한 시승용으로 준비된 수소전기버스를 타고 주행시험을 겸해 완주수소충전소 등을 둘러보며 운영시스템을 점검했다. 이 밖에 현대차 측으로부터 수소상용차 개발 현황과 향후 계획에 대한 설명도 청취했다. 

지난 2월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을 만나 수소사업 협력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한지 약 2개월만이다. 당시 양사는 수소전기차 1,500대 공급, 연료전지 발전사업 공동 추진, 수소 생산·이용 관련 기술 개발 등 수소 관련 사업 분야에서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 재계 2위, 6위 기업이 신사업을 위해 손을 잡았다는 점에서 업계 안팎의 시선이 집중됐다. 

양사의 협력이 처음은 아니었다. 그간 포스코는 현대차의 수소전기차 넥쏘에 무코팅 금속분리판 소재를 적용하는 등 협력을 이어왔다. 두 기업의 협력은 친환경적으로 생산한 수소를 대량으로 확보,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방안을 구축한다는 점에서 양사 모두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SK그룹과의 협력도 꾸준히 강화하고 있다. 지난 2019년 최정우 포스코 회장과 최태원 SK 회장의 첫 회동 이후 양사는 다양한 사업에서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관한 최고경영자들의 의지는 물론 친환경차와 수소사업을 성장 동력으로 육성한다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지난달 초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종합화학은 포스코와 손잡고 자동차 경량화 신소재를 개발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양사의 수소사업 협력도 곧 가시화 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SK그룹은 수소 유통과 공급에 강점이 있고 포스코는 7,000톤의 부생수소 생산 역량을 갖추고 있어 대량 생산 체제 구축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최근 현대자동차와 SK, 포스코 등이 2030년까지 수소산업에 43조원을 투자하겠다며 수소동맹을 결성한 점도 양사의 협력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3사는 최고경영자(CEO) 간 협의체인 가칭 한국판 수소위원회를 구성해 협력을 구체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차그룹과 포스코그룹이 지난 2월 포항 포스코에서 '수소 사업 협력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사진 오른쪽 두번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사진 왼쪽 두번째) 등 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출처=포스코

기업 간 연대로 경쟁력 확보·생태계 선점 기대

포스코의 수소사업 육성의 핵심은 개방형 혁신으로 설명된다. 실제 포스코는 지난해 12월 수소사업 진출을 공식 선언 한 후 국내외 기업들과 협력을 확대·강화해오고 있다. 철강업은 물론 에너지, 자동차 등 분야도 다양하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수소사업의 첫 행보로 호주 철광석 공급 업체이자 그린수소기업 FMG의 앤드류 포레스트 회장을 만나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그린수소 사업에서 상호 협력을 논의한 점만 봐도 그렇다. 

최 회장은 연임이 확정된 지난달 주총에서도 “차세대 성장사업인 수소사업과 관련 내부 생산능력을 점진적으로 확충하고 국내외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사업 기회를 발굴해나가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철강업이 아닌 새로운 도전에 나서면서 각자 도생을 통한 생존은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는 50여년간 철강업을 영위,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철강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급격한 변화가 잇따르는 최근의 비즈니스 환경에서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1인자가 되기란 쉽지 않다. 이에 이미 어느 정도 체력을 갖춘 기업들과 협력을 통해 혁신을 추진하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일례로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 2013년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차를 상용화한데다 수소트럭 세계 최초 양산이 가능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수소가 산소와 반응해 전기를 만들어내는 수소연료전지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갖고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포스코의 전략이 단순한 경쟁력 확보 차원을 넘어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방위적인 협력을 통해 수소 생태계의 퍼스트 무버로 자리매김 하려는 전략일 것이란 시각이다. 

현재 국내 수소사업은 이제 막 출발점에 서있다. 정부과 대기업 손을 잡고 생태계를 꾸려가기 위한 첫 발을 뗀 정도다. 이에 시작부터 참여하면 시장을 선점하기 용이하다. 보유한 현금으로 할 수 있는 사업도 무궁무진하다. 향후 생태계의 한축으로 거듭나는 그림도 어렵지 않게 그려볼 수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12월 수소경제를 견인하는 그린수소 선도기업이라는 비전 아래 2050년까지 수소 생산 500만톤 체제를 구축하고 수소 사업에서 매출 30조원을 달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장기적으로는 온실가스 배출 없이 쇳물을 생산하는 수소환원 제철을 위해서도 대량의 수소는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포스코가 수소사업에 뛰어들면서 분야를 막론하고 기업들과의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포스코가 인수합병(M&A)을 통한 경쟁력 확보는 물론이고 현대차그룹이나 SK그룹 외에도 다른 기업들과 사업 협력 기회를 지속적으로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