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혜택 다 받고선, 납세는 “나 몰라”...54명 세무조사
국적 등 신분세탁, 부의 편법증식, 국외 소득 은닉 등 3가지 유형
[이코노믹리뷰=권일구 기자]
#가족과 국내에 거주하면서 국외에서 수백원의 외환을 반입해 사용하고, 국내 의료 혜택을 받으면서 생활한 A씨. 외국국적자임을 이용해 체류 일수를 조작해 비거주자로 위장하고 국외소득 신고를 누락했다.
#가족과 국내에 거주하면서 100억대에 이르는 국내 부동산을 취득·임대하는 B씨는 이중 국적자로 행세하며 국외소득을 고의적으로 누락했다.
국세청은 세무검증 과정에서 위와 같은 국적 등 신분을 세탁하거나 정교하고 복잡한 국제거래를 이용한 지능적 역외탈세 혐의자 54명을 확인해, 탈루된 세금의 추징을 위해 즉각적인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번 조사와 관련해 국세청은 “국가적 위기를 틈타 지능적으로 조세를 회피하는 불공정 탈세 근절을 위해 실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탈세유형은 ▲국적 등 신분세탁 ▲부의 편법증식 ▲국외 소득 은닉 등 3가지다.
우선 ‘국적 등 신분세탁’과 관련해 납세의무가 없는 비거주자로 위장해 소득과 재산은 해외에 은닉하고 코로나 방역·의료 등 국가의 복지와 편의만 향유하는 이중국적자 등 14명이다.
또 기업형태를 외부감사를 받지 않는 유한(책임)회사로 설립·변경한 후 은밀한 내부자 거래를 통해 소득을 해외로 부당 이전한 외국계기업(6개)도 대상 명단에 올랐다.
‘부의 편법증식’과 과련해서는 재산을 더욱 증식하기 위해 우월한 경제적 지위와 배경을 이용해 복잡한 국제거래 구조를 기획하고, 이를 통해 정당한 대가 없이 부를 증가시킨 자산가 등 16명이 조사 대상이다.
‘국외소득 은닉’의 경우, 중계무역·해외투자 증 정상거래로 위장해 소득을 해외로 이전하고 역외 비밀계좌 개설 등을 통해 국외 은닉한 지능적 역외탈세 혐의자 18명도 포함됐다.
국세청은 이들 54명에 대한 조사 착수 전 혐의자의 출입국 내역, 국내 사회․경제활동, 가족 및 자산 현황 등을 철저히 검증하고 국내외 수집정보, 국가간 정보교환자료, 해외금융계좌 신고자료 등 과세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해 탈루혐의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9년 이후 세 차례에 걸쳐 역외탈세 및 다국적기업의 공격적 조세회피 등 역외탈세 혐의자 318명에 대해 동시 세무조사를 실시해 ▲2019년 5,629억원 ▲2020년 5,998억원 등 1조1,627억원에 이르는 탈루세금을 추징하고, 5건을 조세포탈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 또는 통고처분 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