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더 있어야...' 항공업계의 멀고 먼 코로나 극복기
5개 항공사 지난해 적자폭 껑충... 여객 수요 반등 최소 3년 예상 “트래블 버블·백신비자 도입 간절 ”
[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지난해 항공사들의 실적은 생각 이상으로 처참했다. 코로나19에 여객 수요가 추락하면서 적자폭이 크게 확대된 탓이다. 다만 항공화물이 역대급 호황을 맞으면서 풀서비스캐리어(FSC)들의 피해는 저비용항공사(LCC)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했다.
코로나19 쇼크에 5개 항공사 적자폭 65.4%↑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작년도 실적을 발표한 5곳 상장 항공사의 지난해 영업손실액은 총 5497억원으로 집계됐다. 2019년 영업손실액 3325억원과 비교할 경우 무려 65.4% 늘어난 수치다. 코로나19라는 유례없는 사태 앞에 항공사들의 실적이 곤두박질 친 모양새다.
회사별로 보면 아시아나항공이 적자폭을 7배 가까이 줄이며 실적개선에 성공했다. 반면 제주항공은 적자폭이 10배 이상 늘어나며 LCC가운데 적자폭이 가장 크게 늘었다. 항공화물 호황으로 인해 그나마 사정이 나았던 FSC와 달리 여객 수요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LCC들의 피해가 컸다는 평가다.
먼저 대한항공의 경우 지난해 별도기준 영업이익 2383억원을 달성했다. 전년 동기 2864억원과 비교하면 크게 차이 나지 않는 금액으로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실적이다. 당기순손실도 2281억원으로 전년 5687억원 대비 크게 줄었다. 화물 사업 호조세와 함께 강도 높은 비용절감으로 이뤄낸 불황형 흑자다.
실제 대한항공에 따르면 여객 매출은 전년 대비 74% 줄었지만 화물 매출은 66% 늘었다. 코로나19 진단키트와 자동차 부품의 수요가 증가한 덕이다. 일부 해운수송 수요가 항공수송으로 몰리면서 항공 화물 매출을 견인했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23대의 보유 대형 화물기 가동률을 전년 대비 25% 높이는 등 탄력적으로 대응해 실적 방어에 나섰다.
아시아나항공은 그 어떤 항공사보다 적자폭을 크게 줄여 눈길을 끈다. 지난해 별도기준 아시아나항공의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은 각각 703억원, 2648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손실액은 6.9배 줄었고 당기순손실도 2.9배 줄였다. 대한항공과 마찬가지로 항공 화물 호황에 따른 영향이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국제선 여객기 정기편 운항률은 전년 대비 79% 줄어들었지만 화물 매출은 64% 늘어난 2조1432억원을 달성했다. 역대 최고 매출이다. 지역별 화물 운송 분석을 통해 미주·유럽·동남아 지역으로 ▲IT ▲의약품 ▲개인보호장비 등을 적극 운송했다는 게 아시아나항공의 설명이다. 특히 중국·동남아 출발 항공편과 미주·유럽 도착 항공편 운항에 주력한 것으로 알려진다.
반면 화물 수혜를 누릴 수 없는 LCC들의 상황은 처참했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영업손실 3358억원, 당기순손실 313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영업손실은 10배 넘게 늘었고 당기순손실도 9.2배 늘었다. 7분기 연속 적자로 시장 전망치를 크게 밑도는 성적이다. 코로나19로 여객 수요가 크게 줄었고 정비 충당금 등 일회성 요인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관측된다.
진에어는 지난해 영업손실 1847, 순손실 190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영업손실과 순손실이 각각 3.8배, 3.4배씩 적자폭이 확대됐다. 다만 지난해 4분기만 놓고 보면 영업손실액 446억원을 기록해 보이콧 재팬 여파로 일본 여행 불매가 있었던 전년 동기 604억원 대비 적자폭이 줄었다.
에어부산 또한 작년 영업손실액이 19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배 늘었다. 당기순손실도 150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배 늘었다. 다음 주 초 실적발표를 앞둔 티웨이항공과 비상장사인 에어서울과 플라이강원 등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여객 수요 반등 최소 3년… 트래블 버블·백신비자 간절
업계에서는 항공사들의 보릿고개가 최소 2년 이상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백신이라는 호재가 있지만 예상보다 보급이 늦어지고 있어서다. 아울러 여행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인구는 대게 연령대가 낮아 우선 접종 순위에서 밀릴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의미 있는 여객 수요 회복으로 이어지기 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안팎의 해석이다.
최근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2020년 전 세계 국제 여객수송실적은 전년대비 75.6% 감소했으며 국제 화물수송실적도 11.8% 줄었다. 협회는 올해 여객 수요도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인 2019년과 비교해 50%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항공사들이 약 158억달러의 손실을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작년과 비교하면 손실폭이 86.7% 줄겠지만 적자수렁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IATA는 코로나19 사태 이전과 비슷한 수준의 여객 인원에 도달하기까지 최소 2024년은 돼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항공업계가 코로나 사태를 회복하려면 최소 3년은 더 필요하단 뜻이다. 작년 5월 IATA서 발표한 예상한 항공 수요 시점인 2013년에서 1년이 더 늘어났다.
실제 항공사들 또한 실적 개선 시점을 최소 올 하반기로 잡은 것으로 알려진다. 업계에 따르면 연초 사업계획의 경우 전체 국제선의 30%로 정도만 운항하는 것으로 세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따라 추가 유동성 확보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요 반등 시점이 불확실한 시점에서 고정비 부담이 지속 발생하고 있어서다.
작년 실적 직격타를 입은 제주항공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제주항공은 공시기준으로 현재까지 1300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기안기금과 전환사채 등에 따른 것이다. 시장에서는 지난해 4분기 기준 제주항공의 현금은 1000억원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지속 발생하는 고정비 지출이다. 국제선 매출이 거의 전무한 상황인 만큼 유동성 부담은 커질 수 밖에 없다. 제주항공의 유상증자 가능성이 또 다시 점쳐지는 이유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사업계획을 세울 때 수요 반등 시점을 몇 개로 나눠서 이에 따른 예상 매출을 세웠다. 업황 회복에 대해 기대감이 크지 않지만 하반기에는 유의미한 반등 포인트가 발생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항공사들의 현금이 바닥나고 있는 만큼 정부가 특별고용지원을 연장하고 트래블 버블이나 백신비자 도입 등을 적극 검토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