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나노 잡고 하반기 5나노 공략...삼성 파운드리 올해 역전 '발판'
퀄컴 및 엔비디아 물량 확보 인텔과 이재용 부회장 결단 '주목'
[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있어 올해는 상당히 중요한 시기다. 1위 대만 TSMC와의 격차를 단박에 뒤집을 수는 없겠지만 성장하는 시장의 성장세에 기대어 역전을 위한 중요한 포석은 마련할 수 있는 해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규모는 지난해 대비 올해 6% 급증, 896억달러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파운드리에서 퀄컴 및 엔비디아 물량을 대거 확보하는 한편 TSMC가 주목하지 않은 4나노를 시작으로 하반기 5나노 2세대와 3세대 전략에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결단, 큰 손인 인텔의 전략에 따라 삼성전자 파운드리 전략에도 시선이 집중된다.
여전히 무서운 TSMC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의 최강자인 TSMC는 여전히 시장 점유율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지난해 화웨이와의 거래를 중단하고 미국 정부와 협력하는 길을 택한 TSMC는 미국 팹리스들과 밀접한 연대를 유지하는 한편 인텔 등의 위탁생산 물량도 대거 빨아들이며 더욱 탄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실적도 '몬스터급'이다.
TSMC는 1월 14일(현지시간)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매출액과 순이익은 각각 3615억3000만대만달러(약 14조1830억원), 1427억7000만대만달러(약 5조5920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기 1.4% 전년동기대비 14.0% 수직 상승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전체로 봐도 매출 1조3393억대만달러(약 52조5540억원), 순이익 5178억9000만대만달러(약 20조2960억원)로 전년대비 각각 25%, 70% 증가했다.
미국 공장 증설에 나서는 한편 올해 최대 280억달러를 투자해 역대급 설비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전략도 세웠다. 최근 차량용 반도체 품귀난이 심각해지며 TSMC는 대만 정부와 함께 기민하게 움직이기도 한다. 미국과 대만 정부 고위 당국자들과 함께 만나 반도체 수급과 관련된 논의를 함께 벌이는가 하면 대만 정부의 이익에 부합되는 여러가지 정책에도 깊숙히 관여하고 있다.
실제로 대만 정부는 독일 정부와 차량용 반도체 수급을 논하면서 그 반대급부로 독일의 코로나19 백신 확보를 요구하기도 했다. TSMC의 막강한 존재감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일본에도 진출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9일 대만의 TSMC가 약 200억엔을 일본에 투자해 쓰쿠바시에 반도체 개발 회사를 건설한다고 밝혔다. 현지 연구개발 센터는 반도체 후공정 중 하나인 패키징 전문 기술 개발을 담당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반도체 후공정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일본 경제산업성도 TSMC와 일본 기업의 연계에 보조금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는 중이다.
삼성전자도 뛴다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를 추격하는 삼성전자는 비상이다. 무엇보다 대만 정부가 자국의 이익을 위해 TSMC와 함께 국제무대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으나 한국 정부는 삼성전자 등 경제계를 압박하고 위협하는 일에만 집중하고 있다. 그 연장선에서 삼성전자의 존재감은 시들어가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삼성전자는 '기초체력 키우기' '틈새시장 공략 '결단'이라는 키워드로 위기를 극복한다는 방침이다.
오스틴 아메리칸 스테이츠맨은 4일(현지시간) 주정부 문서를 인용, 삼성전자가 오스틴에 공장 증설을 검토하며 주정부를 대상으로 세금 감면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트래비스 카운티에는 20년간 100% 세금 면제, 오스틴에는 5년간 50% 세금 면제를 요구하는 대신 현지 일자리 창출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문서에서 미 오스틴 공장 증설을 통해 일자리 1800개가 창출되고 20년간 86억달러의 경제 효과가 창출될 것이라 주장했다.
삼성전자는 19997년부터 미 오스틴에서 10나노 시스템 반도체와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는 반도체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오스틴 현지에 세금 감면 요청을 할 정도로 현지 공장 증설에 속도를 내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이 올해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삼성전자의 전격전에 시선이 집중된다.
오스틴 공장 증설 등이 기초체력 키우기 전략이라면, 4나노 공정 집중은 틈새시장 공략이라는 키워드다.
최근 삼성전자는 퀄컴의 5G 모뎀 - RF 솔루션인 스냅드래곤 X65 5G 모뎀-RF 시스템, X63의 위탁생산 계약을 따냈다. X65는 모뎀에서 RF 송수신기, RF 프론트 엔드까지 완전히 통합된 시스템으로 무장한 10기가비트급 5G 시대가 열렸다는 점에서 상당한 가치가 있다. 퀄컴 545 4세대 밀리미터파 안테나 모듈 지원에 밀리미터파와 6GHz 이하(Sub-6) 대역을 포함한 모든 주요 5G 대역 및 주파수 분할 방식(FDD)과 시분할 방식(TDD) 조합 전부 가능하다. x63은 하위 라인업이다.
x65와 x63은 4나노 공정으로 만들어지며, 이는 5나노에서 3나노로 바로 넘어가는 TSMC의 파운드리 전략과는 결이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삼성전자가 x65와 x63 물량을 따내며 TSMC가 주목하지 않은 4나노 공정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5나노 공정에도 속도를 낸다. 지난해 중순부터 10조원대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평택캠퍼스의 파운드리 전용라인 가동 시기를 상반기로 당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올해 하반기 2세대 5나노, 3세대 5나노 동시 양산 계획이 잡힌 것으로 확인됐다.
화성 V1 라인에서 1세대 5나노 공정 양산이 벌어지는 가운데 모바일 AP인 엑시노스 1080과 2100 등이 이미 제작되고 있다. 퀄컴 스냅드래곤 최신 모바일 AP인 스냅드래곤888도 V1에서 제작된다. 그 연장선에서 삼성전자는 올해가 가기 전에 5나노 2세대와 3세대 공정 양산을 동시에 끌어낸다는 방침이다.
물론 5나노에서는 TSMC의 존재감이 너무 크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2세대 및 3세대 5나노 공정 드라이브를 통해 2분기 이후부터는 TSMC와 비견될 정도의 5나노 점유율을 따낸다는 방침이다. 이른바 속도전이다.
여기에 유독 인텔과의 밀월이 강해지고 있는 TSMC의 행보를 의식해 인텔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는 엔비디아 및 퀄컴 등이 삼성전자 파운드리를 선택하는 장면도 눈길을 끈다. 스냅드래곤888을 삼성전자가 전량 물량을 수주하는 등 퀄컴과 삼성전자의 연대가 더욱 강해지는 상황에서 엔비디아도 지난해 신규 GPU ‘지포스RTX30’ 시리즈를 삼성전자 8나노 파운드리 공정에 맡겼다.
물론 인텔도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손을 잡을 가능성은 높다. 인텔이 팻 겔싱어를 새 수장으로 맞이한 가운데 조만간 구체적인 파운드리 청사진을 공개할 것이며, 삼성전자도 TSMC 수준은 아니어도 상당한 물량의 위탁생산 계약을 따낼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한편 최근 역대급 한파로 미 오스틴 공장의 전기공급이 끊기는 바람에 가뜩이나 심각해진 반도체 품귀난이 더욱 심해지는 한편 삼성전자도 천문학적인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이 사건이 단기적으로 파운드리 물량 품귀 현상을 심화시킬 것이며 삼성전자에 반드시 '마이너스'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말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이재용의 결단 나올까
TSMC의 위세가 상당하지만 삼성전자에도 기회는 있다. 다만 삼성전자가 기회를 잘 살리려면 전격적인 결단이 필요하고, 그 결단을 내려줄 콘트롤 타워가 필요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된 것이 뼈아픈 이유다. 최근 법무부로부터 취업제한 통지까지 밭은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없는 삼성전자가 조원대 수준의 힘있는 결단을 내리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다만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공개적으로 강력한 투자를 선언한 점이 눈길을 끈다. 실제로 삼성전자 경영지원실 최윤호 사장(CFO)은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재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시설투자를 확대하는 한편 인수합병도 추진하겠다"면서 "시기를 특정하기 어렵지만 새로운 주주환원 정책을 시작하며 인수합병을 시도할 것"이라 말했다.
하만 이후 삼성전자가 공개적으로 인수합병을 거론한 것은 처음이다. 차량용 반도체 기업이나, 파운드리와 관련된 시스템 반도체 인프라 전반에 대한 청사진이 공개될 수 있다.
무엇보다 이재용 부회장이 코로나19 대응 지침에 따라 4주간의 격리를 마친 점이 눈길을 끈다. 일반 접견이 가능해진 상황에서 삼성전자 정현호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 사장은 물론 이인용 대외협력사장을 비롯해 김기남 디바이스솔루션(DS) 대표이사 부회장 등 경영진들과의 면회를 중심으로 반도체와 관련된 중대한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됐다.
상속 문제 해결과 함께 평택3라인과 미 오스틴 공장과 관련된 결단이 먼저 이뤄지고 대규모 인수합병과 관련된 결단도 내려질 수 있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직접 인수합병 전략을 '옥중주도'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