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주 2년+공공재건축 재촉, 서울 민간재건축 잰걸음

실거주 보다 투자 문의 많아 2년 실거주 피하기 위한 움직임

2021-02-16     신진영 기자

[이코노믹리뷰=신진영 기자] 강남 재건축 사업에 속도가 붙었다. 정부는 공공 재건축을 활성화한다고 공언했지만, 오히려 민간 재건축이 활성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3월부터 적용되는 재건축 2년 실거주 요건을 피하기 위한 움직임이라고 풀이한다. 한편 시장에서는 압구정 내 재건축 사업이 가시화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투자 문의가 실거주 문의보다 많다" 


지난 10일 압구정 4구역(현대 8차, 한양3·4·6차 아파트)은 강남구청으로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 압구정동 내 6개의 정비구역 중 처음으로 재건축조합설립인가를 받은 것이다. 압구정 4구역은 1368가구로 사업시행인가와 관리처분계획 등을 거쳐 2000여 가구로 재건축된다.

압구정동 재건축 가시화에 먼저 반응한 건 투자자들이다. 압구정동 A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현재 나와 있는 물건도 언제 (주인이) 거둬들일 지는 모른다"며 "조합 설립을 앞두고 다들 호가만 올리고 팔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부동산원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압구정동 현대3차 전용 82.5㎡는 지난달 16일 27억원(10층)에 거래됐다. 네이버 부동산 매물 정보에 따르면 해당 단지 같은 평형 대는 총 22개가 나와 있는데, 거래 가능한 물건은 한 개다. 

조합 설립이 되면 10년 이상을 소유하고 5년 이상 거주한 1주택자거나 특별한 사유(해외 이주 등)가 있는 경우가 아니면 조합원 지위와 입주권을 양도하지 못한다. 이런 이유에 투자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압구정 내 한 공인중개업자는 "조합 설립이 되면 물건이 안 나오니까 투자 문의가 하루에도 몇 통씩 온다"고 전했다. 

갭투자 매물도 있지만, 조합 설립을 앞두고 일반 매물이 더 많다. B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실거주 문의보다 투자 문의가 많다"며 "초기 갭투자 비용은 20억원부터 시작한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갭투자 매물도 있는데 일반 매물이 더 많은 편"이라고 했다. 부동산 정보업체 아파트 실거래가 (아실)에 따르면 압구정 신현대 35평은 지난해 11월27일 28억5000만원에 매매 거래됐고, 올해 1월21일 전세 8억원에 거래됐다.  

시장 관계자들은 총 6개 구역 조합 설립이 조만간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자들은 매수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중이다. 지난달 6일 신현대9차 전용 111.38㎡은 30억3000만원(5층)에 거래됐다. C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물건이 없어서 그때는 못 나간 거고, 1억~3억원 올랐다"며 "압구정 2구역(현대 9·11·12차)은 이달 25일 정도에 조합 창립 총회가 들어간다"고 했다. 

압구정 3구역은 오는 28일에 조합설립총회를 개최한다. 3구역은 압구정 재건축 단지 중에 가장 규모가 큰 지역이다. 총 4065가구로, 현대 1~7차, 10·13·14차, 대림빌라트까지 아우른다. 압구정 2구역과 3구역은 총회 이후 강남구청에 조합인가 신청을 낼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1구역(미성1·2차), 5구역(한양1·2차), 6구역(한양5·7·8차)도 재건축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2년 거주 요건 피하려고 조합 설립"


정부는 6·17 부동산 대책 때 '재건축 아파트 2년 실거주 의무 거주' 요건을 발표했다.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아파트는 조합 설립이 안 되면, 2년 이상 거주한 소유주만 신축 입주권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해당 법안이 올해 초 시행될 것으로 보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서울 내 재건축 사업 추진이 속도가 붙은 것이다. 현재 주요 단지들은 조합이 설립됐다.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2차'도 2년 거주 의무 요건을 피했다. 인근 D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지난해 11월에 조합 설립을 마쳤다"고 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16일 서초구청은 신반포 2차 재건축 추진위원회에 조합설립인가를 통보했다. 그간 한강 조망권을 둘러싼 지분과 토지 소유주 간 갈등으로 좀처럼 사업에 속도가 붙지 않았다. 

용산구 서빙고동 '신동아 아파트'도 2년 거주 의무 요건을 피하려고 조합 설립을 서둘렀다. 지난해 11월14일 조합설립인가 신청을 했다. 지난달 7일 용산구청으로부터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 조합설립인가를 받아서 현재 나와 있는 물건은 없는 상황이다. 서빙고동 E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호가는 계속 높아 진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