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사들이 태국에 진출해야 하는 이유

“동남아 빅6 중 가장 먼저 시장 규모 10억달러 도달 전망”

2021-02-15     전현수 기자

[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이머징 마켓’인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특히 태국 게임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정부의 산업 진흥 정책과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게임 이용자 급증, 1인당 국내총생산(GDP) 증가에 따른 스마트폰 보급 확대 등이 맞물리면서다.

그 연장선에서 태국의 게임 시장에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 눈길을 끈다. 시장의 크기와 잠재력 등을 고려할 때 한국 게임의 '엘도라도'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15일 업계 등에 따르면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이달 발간한 ‘글로벌 게임산업 트렌드(1 + 2월호)’를 통해 태국 게임 시장의 성장세를 알리며 국내 게임사들의 수출처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쉬운 일은 아니다. 동남아가 아직 글로벌 메인 게임 시장은 아닌데다 현지는 북미·유럽, 중국, 일본 등을 중심으로 게임 시장이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남아 국가 역시 꾸준히 국민 소득 증가, 인터넷·통신 환경 발전, 스마트폰 보급 확대 등이 이루어져 향후 유망한 게임 수출처로 꼽힌다. 도전해볼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동남아 게임 시장의 빅6로는 태국, 싱가포르,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말레이시아를 꼽을 수 있다. 여기서 태국의 성장세 및 잠재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선 시장성이다. 조사 업체 니코파트너스에 따르면 태국은 동남아 게임 시장 중에서도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태국의 게임 시장 규모는 지난 2019년 기준 2억4900만달러(한화 약 2700억원)로 집계됐다. 이중 절반 이상인 1억3400만달러(한화 약 1500억원)이 모바일 게임 부문에서 발생했다. 모바일게임 시장 규모는 연간 7% 내외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어 올해 시장 규모는 2억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태국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늘어나고 있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 따르면 태국 인구 약 6930만명 중 이동통신 보급률은 180%에 달하며 이중 스마트폰 보급률은 64% 수준으로 집계된다. 

니코파트너스는 태국이 동남아 지역 국가 중 가장 먼저 게임 시장 규모가 10억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무엇보다 실제 구매 활동으로 이루어지는 비율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평균을 크게 상회한다. 2019년 기준 태국의 게임 이용자 수는 전체 인구의 40% 수준인 2780만명인데 이중 유료 이용자 수는 게임 이용자의 59% 수준인 1630만명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유료 게임인구 비중은 43%다.

태국 게임 이용자들의 선호 장르는 MMORPG, MOBA, RPG 등으로 나타났다. 국내 개발사들이 MMORPG와 RPG 장르에 강한 만큼 향후 효과적인 공략이 기대된다. 다만 아직까지는 수입 게임보다는 자국 게임사들의 게임이 시장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태국의 대표 퍼블리셔는 가레나, 아시아소프트 등이 있다.

가레나가 서비스하는 태국 인기 게임 프리파이어. 출처=한국콘텐츠진흥원, PocketGamer.com

태국 정부의 지원도 눈길을 끈다.

현재 태국 정부는 게임 시장에 대해 진흥 정책을 펴고 있다. 향후 20년간 태국의 기술적 도약을 구현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정책을 추진 중인데, 게임 산업 역시 진흥 산업에 포함돼 있다. 이러한 연장선에서 태국 정부는 전통 스포츠뿐만 아니라 e스포츠 대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등 지원하고 있다.

'보는 게임 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가운데 통신사와 글로벌 미디어 플랫폼들이 경쟁을 펼치고 있다. 태국 1·2·3위 이동통신사업자들은 e스포츠 스튜디오를 개장하고, 게임사들과 손잡고 게임 행사를 진행하는가 하면 직접 게임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유튜브, 트위치, 페이스북 등도 ‘스트리머 모시기’를 위해 관련 수익 모델을 구축하고 플랫폼 영향력을 키우며 경쟁하고 있다.

부족한 태국의 현지 개발력은 국내 게임사들이 파고들 수 있는 지점이다. 주로 방콕에 모여 있는 태국의 주요 게임 개발사들은 그 규모가 대체로 50~250명 수준으로 형성된 것으로 파악된다. 현지 대표 개발사로 언급되는 상장사 익드라실 그룹도 직원 규모는 100여명 수준이다.

그 연장선에서 태국 게임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게임사들도 태국 게임 시장 진출을 고려해야 한다는 평가다.

전략은 모바일 플랫폼이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글로벌 게임산업 트렌드 보고서는 태국 시장 공략의 핵심으로 모바일 플랫폼을 언급했다. 보고서는 “태국 게임이용자의 69%는 모바일 계정을 통해 게임을 이용하는 반면 PC 이용률은 22%, 콘솔 이용률은 8%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또 “아직 열악한 인터넷 환경을 감안해 와이파이가 원활하지 않은 환경에서도 제약 없이 즐길 수 있는 오프라인 게임, 저사양 스마트폰 단말에서도 즐길 수 있는 라이트 버전의 게임을 공략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현지화도 중요한 키워드다. 보고서는 “태국에서는 해외 수입 타이틀보다 현지 기업이 제작한 게임의 선호도가 높기 때문에 해외 업체들에게는 언어의 현지화 및 문화적 차이가 큰진입 장벽이 될 수 있다”면서 “게임 언어, 고객 지원 언어 등 게임 내에서 사용하는 모든 언어를 현지화 하는 것은 기본이며, 결제 방식도 현지의 결제 방식을 추가하는 등 철저한 현지화가 중요한 성공 조건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한편, 국내에서는 넥슨, 넷마블, 플레이위드 등이 태국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다. 이들 국산 게임은 현지 론칭시 태국 게이머들의 이목을 끌어왔다. 다만 아직은 충분치 못한 현지 단말 기기 사양과 네트워크 환경 탓에 지속적으로 시장의 주류로 남고 있지는 못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넥슨은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 V4, 메이플스토리M 등 자사 대표 타이틀을 태국에도 서비스하고 있다. 지난해 론칭한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는 구글 최고 매출 1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넷마블 역시 스톤에이지 월드, 블레이드&소울 레볼루션, 일곱 개의 대죄 등을 서비스 중이다.

블소 레볼루션과 일곱 개의 대죄는 각각 구글 플레이스토어 최고 매출 3위, 4위를 기록하며 태국 게이머들의 관심을 받았다. 플레이위드는 로한M을 태국 시장에 선보이며 구글플레이스토어 인기 1위에 오른 바 있다.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