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파일] 구현모가 이끄는 KT ‘디지코’로 대전환

디지털 플랫폼 기업 변신 '착착'…통신 힘빼고 B2B에 중점

2021-02-01     전현수 기자

[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성장이 멈춘 기업’이라는 인식이 강한 KT(030200)에 거센 변화가 일고 있다. 본업인 통신이 아닌 B2B 등 비통신 부문에서 큰 폭의 매출 성장을 이루고 있다. KT는 국내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DX)’ 파트너로서 자사의 역량을 고도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지난해 3월 취임한 ‘정통 KT맨’ 구현모 대표가 주도하고 있다.

1964년생인 구현모 대표는 서울대 산업공학과에서 학사를 마치고 카이스트 경영공학 석·박사를 취득, 1987년 KT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으로 입사했다. 이후 KT에서만 30년 이상 근무하며 경영지원총괄, 경영기획부문장을 거쳐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을 역임, 지난해 신임 대표로 취임했다. 때문에 구 대표는 KT의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내부 전문가라는 평을 받는다.

구현모 KT 대표이사. 출처=KT

 


통신사에서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구현모 대표는 취임 이후 KT의 조직을 재정비하며 B2B 영역에서의 성장을 중점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성장이 멈춘 통신 부문을 벗어나 앞으로 큰 폭의 성장을 이룰 것으로 기대되는 ICT 영역에 선택과 집중을 하고 있는 양상이다.

구 대표는 지난해 10월 기자간담회에서 “KT가 변화가 없는 회사, 성장이 정체된 회사라는 이미지가 있지만, KT는 통신 기업(Teleco)에서 디지털 플랫폼 기업(Digico)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밝히며 본격적인 격변을 예고했다.

미디어, B2B, 에너지 등 비통신 사업은 이미 KT 연간 매출의 40% 가량을 차지하는 사업이다. 구 대표는 그 중에서도 자사의 ABC(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역량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전환 사업을 강조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은 5G 이동통신의 발전으로 더욱 확장될 것으로 예상된다. 4G까지 일반 소비자에 집중됐던 시선이 5G 시대로 들어서며 기업 고객으로 옮겨졌다.

디지코 중심의 경영 방침은 올해 조직개편에도 반영됐다. ICT 사업 부문의 실무진에 힘이 실렸다. IT전문가인 신수정 정보기술부문장 부사장은 엔터프라이즈부문장(사장)으로 승진했고 미디어플랫폼사업본부장이었던 송재호 전무는 AI/DX융합사업부문장 및 올초 신설된 최고디지털혁신책임자(CDXO)로 선임됐다.

1월 KT는 본격적인 그룹사 구조개편의 신호탄을 쐈다. 무전통신 전문기업 KT파워텔을 매각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구 대표 취임 후 첫 계열사 매각이다. 그동안 KT의 통신 자회사는 매각 대상에서 제외됐던 걸 감안하면 디지코 전환에 대한 구 대표의 강한 의지가 엿보인다는 평이 나온다. 성장 사업 중심의 계열사 정리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구 대표는 자사의 대표적인 성장 사업인 미디어 부문에서는 현대HCN 인수를 추진하며 시장 1위 자리를 굳히고 있다.

ABC 사업에서 구 대표의 역량은 협력 역량에서도 돋보이고 있다. AI와 클라우드 산·학·연 협의체인 ‘원팀’이 대표적인 예다. KT는 ‘AI원팀’과 ‘클라우드 원팀’의 활동을 주도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 한양대,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한국전자통신연구원, LG전자, LG유플러스, 한국투자증권, 동원그룹 등이 합심한 AI원팀은 협의체 결성 약 10개월 만에 실제 산업에 적용할 수 있는 4종의 AI 기술을 개발했다.

클라우드 원팀에는 KT, 서울대, KAIST, 포항공대, 서울과학기술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광주분원, 벤처기업협회,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 인천창조경제혁신센터, 한글과컴퓨터, 케이뱅크은행, 나무기술, 소만사, 펜타시큐리티시스템, 솔트룩스, 틸론, 제노솔루션, 새하컴즈, 아롬정보기술, 티맥스에이앤씨 총 20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IT업계에 따르면 AI분야의 경우 전문가들이 산업이 아닌 학계에 있는 경우도 많다. 때문에 핵심 인재 영입을 위한 경쟁도 치열한 상황이다. 이달 KT는 로보틱스 분야 세계적 권위자인 데니스 홍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학(UCLA) 교수와 인공지능(AI) 딥러닝 전문가 한보형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를 자문으로 위촉했다. 또 신설 AI2XL(AI To Everything Lab) 연구소장에 1980년대생 배순민 상무, AI·로봇사업단장에 이상호 상무를 각각 선임했다. ABC 영역에서 독보적인 리더십을 원하는 구현모 KT 대표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이다.

KT의 AI 사업 영역은 점차 넓어질 전망이다. KT는 이달 대구 메리어트 호텔&레지던스 190개 호텔형 전 객실에 인공지능(AI)과 로보틱스 기반의 디지털 호텔 혁신 서비스인 'KT AI 호텔'을 시작했다.


10여년 하락세…KT 주가 부양 총력


KT는 지난 10여년 간 시장에서 ‘사양 업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독보적인 영향력을 갖던 집전화 부문이 하락을 면치 못했고 정부의 가계 통신비 인하 기조 역시 수익성에 악영향을 줬기 때문이다. 2011년 4만원대에 거래되던 주가는 반토막이 났다.

실제로 KT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회사의 5년 평균 성장률은 1%에 그쳤다. 그러나 신사업의 경우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같은 기간 미디어 사업은 20%, 기업 IT/솔루션은 18%, AI/DX는 8% 성장을 지속했다. 구 대표는 “하락세를 기록하던 사업 부문이 거의 바닥까지 내려왔고 신성장을 동력으로 본격적인 실적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 대표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기반으로 KT의 주가 부양에도 의지를 내비쳤다. 이러한 연장선에서 구 대표는 지난달 자사주 4000주를 장내 매수, 총 KT 주식 2만3563주를 보유했다. 수십명의 임직원 역시 일제히 자사주 매입 러쉬를 단행하며 책임 경영을 추진해 주가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