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담배, 다시 활활①] 궐련형 전자담배 뜨겁다 ...'어게인 2017'

'유해성 논란'에 위축... '코로나블루'로 재점화

2021-01-23     전지현 기자

[이코노믹리뷰=전지현 기자] 궐련형 전자담배 국내 상륙 4년. '아이코스'로 시작된 新담배시장이 다시 뜨겁다. 2017년 출시 초기 시장을 달궜던 궐련형 전자담배시장은 지속적인 유해성 논란으로 한동안 위축됐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점유율 회복세와 소비자의 건강 관심 및 냄새저감에 대한 기호 확대로 훈풍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서민 증세' 논란에도 폭탄 인상된 담배값

2014년 9월, 애연가들사이에 청천벽력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박근혜 정부 시절 당시 집권여당이던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서민 건강 증진' 명목의 담배값 2000원 인상이 추진됐기 때문이다. 술과 담배는 서민들이 힘들때 달래주는 대표 기호식품이었기에 당시 정부의 담배값 폭탄 인상은 '세수 확보를 위한 꼼수 인상', '서민 주머니 터는 증세' 등 비판이 쏟아졌다. 그럼에도 결국 담배값은 인상됐고, 이듬해 1월부터 종전 2500원이던 담배 가격은 4500원으로 껑충 뛴다.

그리고 2015년 1월, 곳곳의 흡연실에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흡연가들 사이에서 우정(?)처럼 나누던 '한대만~' 외침이 사라지고, '면세용'이란 표시가 찍힌 담배갑들이 흡연실 휴지통을 가득 메웠다. '증세'를 아까워한 흡연자들은 니코틴이 들어 있는 액체를 기화해 흡입할 수 있게 만든 기기 '액상형 전자담배'를 목에 걸고 다니기 시작했으며 금연 움직임도 활발해졌다.

효과는 오래가지 못했다. 3~4개월이 지나자 연초담배 흡입감과 맛을 그리워하던 '전자담배族(족)'들은 결국 인상된 가격에 익숙해지며 검지와 중지 사이에 다시 잎담배를 끼우기 시작했다. 온몸을 간지럽히는 니코틴 부족 현상에 시달리던 금연자들도 한계를 넘지 못하고 흡연실로 발걸음을 옮겨 갔다.

'아이코스'발 전자담배 열풍, 잎담배 시장 '휘청'

이들에게 신세계가 열린 것은 2017년 6월이었다. '담배 연기 없는 미래'를 내세운 한국필립모리스의 '아이코스(IQOS)'가 한국에 상륙한 것이다. 연초 고형물을 이용해 특수 제작된 전자기기 '아이코스'와 담배 제품 ‘히츠(HEETS)'는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PMI)이 개발에 2008년부터 약 3조4000억원을 투자할만큼 비장의 무기(?)였다.

'담배계 아이폰'으로 불리던 아이코스 인기는 일본에서 먼저 감지됐다. 2015년 첫 선을 보인 일본에서 아이코스가 단 2년만에 시장점유율 8.8%를 차지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것이다. 일찌감치 소식을 접한 한국 흡연가들은 기묘한(?) 기기를 구매하기 위해 국내 유일한 사전판매 장소였던 광화문으로 향했고, 길게 늘어선 줄은 한달 이상 이어졌다. '찌는 담배' 아이코스는 인체 '백해무익'한 담배에 비해 '덜' 해롭고, 연기 유해물질이 낮다는 점을 주요 마케팅 포인트로 한국 흡연자들을 매료시켜 갔다.

담배시장에서 궐련형 전자담배 성공가능성을 감지한 경쟁사들도 잇따라 '2세대 담배' 시장에 발을 들이기 시작했다. BAT코리아와 KT&G는 같은해 각각 8월과 11월 '글로'와 '릴'을 내놓으며 맞불을 놨다.

궐련형전자담배가 국내에 들어온지 2년차였던 2018년 담배업계는 궐련형 전자담배 '2라운드 경쟁'에 돌입한다. 히팅 기기와 스틱들이 2세대 모델로 전환되는 시기에 맞춰 진화된 모델들로 '불꽃전쟁'을 펼친 것. 아이코스 권장교체주기와 무상보증기간이 1년이기에 사용자 기기 변경 시기가 도래했다는 이유에서 교체수요를 노린 선점 경쟁이었다.

3년차인 2019년에는 새로운 형태의 전자담배들도 경쟁에 가세하며 '3라운드'에 돌입한다. 미국에서 인기를 모았던 '쥴'이 국내 출시되면서 액상형태 전자담배 제품들이 대거 됐기 때문이다. '쥴'에 제일 먼저 맞불은 놓은 곳은 국내 담배업계 1위 KT&G였다. KT&G는 '쥴'과 비슷한 USB형태의 액상형 전자담배 제품 '릴 베이퍼'를 선보였고 그해 하반기 일본 전자담배 브랜드 죠즈도 한국에 진출하면서 담배업계 판도변화가 심화된다. 

흡연률 감소에도 전자담배 흡연자는 늘어

전자담배 제품들이 늘자, 기존 담배시장은 순식간에 잠식돼 갔다. 이를 자세히 살피려면 국내 담배 시장규모 추이부터 살펴야 한다. 1998년까지 지속적인 증가 추세였던 국내 담배시장규모는 1999년 이후 2001년까지 정체 내지 소폭 감소추세를 보이다 2002년 이후 금연열풍과 흡연규제 강화 및 정부의 조세인상정책 영향에 감소세를 보여왔다.

여기에 가격 인상(2015년)에 더해 더 강력한 담뱃갑 경고그림(2016년 12월)까지 등장하면서 지속적으로 하락해왔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국내 흡연율 역시 지난 1998년 이후 점차 하락해 2014년 24.2%로 떨어졌고, 2015년 1월 담뱃값 2000원 인상 영향으로 22.6%까지 떨어졌다. 이후 2016년 들어 23.9%로 반등했지만, 다시 감소하면서 2018년 흡연율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다.

담배시장과 흡연률은 줄었지만, 같은 기간 전자담배 시장은 확대됐다. 2017년 '아이코스' 출시로 시작된 궐련형전자담배 시장은 BAT코리아 '글로'와 KT&G '릴'이 차례로 합세하고 새로운 제품들을 쏟아낸 결과, 출시된 지 약 3년 만에 전체 담배 판매량 15%까지 차지한 다. 2018년 전자담배 사용률(한달 내 사용)은 4.3%로, 2013년 조사가 시작된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다.

승승장구하던 궐련형전자담배 인기도 잠시, '위해성 논란'이 제동을 건다. 2018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궐련형 전자담배도 유해하다는 발표를 한데 이어 2019년 하반기 미국에서 액상형 전자담배 폐질환 유발 사태로 한국 보건당국도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 자제'를 권고, 전자담배시장이 얼어붙는다.  15%에 육박하던 궐련형 전자담배 점유율은 12% 대로 고꾸라진다.

담배 한 개비로 '코로나 블루' 달랬다

전세계를 덮친 코로나19는 궐련형전자담배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적신호'보단 '청신호'였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장 상황이 반전됐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20년 1~3분기 담배 판매량은 27억5000만갑으로 전년 동기 26억갑 대비 5.6% 증가했다. 이는 2016년 이후 최대치다. 궐련형 전자담배 판매량도 증가했다. 담배 한 개비로 '코로나 블루'를 달랜 사람들이 늘어난 덕분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같은 기간 국내 궐련형 전자담배 판매량도 지난해 동기보다 0.7%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이후 매출이 눈에 띄게 오르면서 3분기에만 국내 시판 이래 분기 최대치인 1억180만갑이 판매됐다. 편의점 포스 기준으로도 지난해 9월부터 반등을 시작, 11월 13%를 돌파했고, 12월 초엔 14%대까지 상승했다. 그리고 올해 1월 첫주 기준 전체 담배 판매량의 15.1%를 넘겼다. 이는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점유율이 정점을 찍었던 지난 2019년 15%와 맞먹는 수준이다.

통상 겨울철에 접어들면 전자담배 판매량이 올라간다. 추운 날씨로 인해 외부 활동이 줄어들고, 실내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담배냄새가 거의 없고 연기가 나오지 않은 전자담배가 인기를 끈다. 하지만, 짧은 기간내 시장점유율이 2~3%안팎을 넘나드는 것을 이례적이다. 기호식품 특성상 변동률이 적기 때문이다.

재택근무 확산 등 영향에 실내에서 흡연이 용이한 궐련형 전자담배 사용자들이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지난해 7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아이코스를 '위험저감 담배제품'으로 인가한 영향도 소비자 인식 변화에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담배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약 1% 정도의 판매 점유율 등락이 매우 유의미한 담배업계의 특성상 전자담배 점유율이 전체 담배 판매의 12% 정도 수준에서 한달 만에 약 14%까지 상승한 부분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