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파일] 'K-에너지' 이끄는 젊은 피,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
신·재생 에너지와 함께 경영 능력 조명…니콜라는 리스크?
[이코노믹리뷰=박민규 기자] 재계에 '3세 경영'의 서막이 오른 가운데, 신·재생 에너지 트렌드와 함께 '핫'해진 30대 최고 경영자(CEO)가 있다. 바로 김동관 한화솔루션 대표 이사 사장이다.
지난해 1월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와 한화케미칼이 합쳐져 출범한 한화솔루션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발 경기 침체에도 견조한 성장세와 주가 상승 여력을 보이면서 존재감을 과시한 바 있다. 수소와 태양광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은 한화솔루션은 이제 명실상부한 그린 뉴딜 수혜 기업으로 자리매김했으며, 이에 기여한 김동관 사장도 한화 그룹 경영권 승계에 탄력을 받는 모습이다.
김 사장은 한화솔루션의 사령탑으로서 새해를 맞았다. 이미 그는 지난 2020년 그린 에너지의 필요성이 크게 부각되면서 선견지명을 인정받았지만, 올해는 자신이 발굴한 성장 동력을 본격적으로 키워 성과로 증명해야 하는 해다. 김 사장 입장에서는 경영 능력은 물론 후계자로서의 자질을 입증해야 하는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태양광 사업에 심폐 소생술…'김동관 매직'
김동관 사장은 지난 2010년 한화 그룹에 차장으로 입사, 2011년에 한화솔라원(현 한화큐셀) 기획실장을 맡은 것을 시작으로 한화의 태양광 사업을 이끌게 됐다.
김 사장은 독일 큐셀 인수 및 한화솔라원과의 합병을 주도하고, 2015년 한화큐셀 상무에 취임하면서 태양광 사업에 숨을 불어넣었다. 한화솔라원 시절부터 이어지던 만성 적자의 고리를 끊어 낸 것이다.
당시 한화큐셀은 세계 최대 신·재생 에너지 업체인 미국 넥스트에라에너지와 맺은 1.5기가와트(GW) 규모 태양광 모듈 공급 계약에 힘입어 같은 해 2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으며, 김 사장이 한화큐셀 전무로 승진한 뒤에는 역대 최대 경영 실적을 시현하기에 이른다. 한화큐셀의 2016년 매출액과 영업 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34.8%와 166.4% 급증했으며, 태양광 모듈 판매량 역시 55% 이상 늘어난 4583메가와트(MW)를 기록했다.
현재 한화큐셀은 주요 태양광 시장인 독일·미국·일본 등에서 프리미엄 제품을 통해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최근까지 해당 시장 내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는 낭보를 알리기도 했다. 2011년부터 2015년 1분기까지 적자를 이어갔던 골칫거리가 국내 뿐 아니라 글로벌 태양광 업계의 톱티어로 화려하게 부활하면서, 김 사장의 사업 수완도 새롭게 조명됐다.
수소 키우고, 태양광 굳히고…"종합 에너지 솔루션 기업"
김동관 사장은 지난해 9월 말 대표 이사 사장으로 승진했다. 부사장으로 취임한 지 약 9개월 만에 경영의 전면에 나서게 된 것이다. 이후 한화솔루션은 잇달아 굵직한 사업 계획을 발표하며 신성장 동력 사업의 본격화를 예고했다.
특히 그동안 밑그림조차 제대로 공개되지 않았던 수소 사업 구상이 구체화되면서 눈길을 끈다. 핵심은 태양광 과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로 만드는 '그린 수소'다.
지난달 한화솔루션은 강원 평창에서 그린 수소 실증 사업을 전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총 300억원을 투자해 연간 290톤의 그린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시설과 수소 충전소를 구축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를 통해 한화솔루션은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를 수소로 전환하는 P2G(Power to Gas) 수전해 기술을 테스트하고, 그린 수소 생산 시설 운영 데이터도 수집해 수소 생산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다.
한화솔루션은 거의 모든 사업 부문을 동원해 수소 사업에 드라이브를 거는 모습이다. 큐셀 부문(한화큐셀)이 태양광으로 전력을 공급하면 케미칼 부문이 물에 전기를 흘려 수소를 추출하는 수전해 기술로 그린 수소를 생산하고, 이는 첨단 소재 부문이 개발한 저장 탱크에 보관되는 식이다. 즉 생산부터 저장, 유통, 충전까지 수소 밸류 체인 전반을 구축해 사업부 간의 시너지를 도모하는 것이다.
아울러 한화솔루션은 그린 수소 핵심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의 연장선에서 미국 고압 탱크 스타트업 시마론의 지분 100%를 인수하고, 오는 2025년까지 시마론의 설비 증설 등에 약 1억달러(약 11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미국 항공 우주국(NASA)의 사내 벤처로 설립된 시마론은 세계 최고 수준의 고압 탱크 기술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솔루션은 시마론 인수를 통해 수소 자동차용 탱크 외에도 수소 운송 튜브 트레일러용·충전소용·항공 우주용 탱크 기술을 확보할 수 있게 됐으며, 이를 토대로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선박용 액화 가스 탱크·항공 우주 등의 분야까지 사업 영토를 확장할 방침이다.
또한 한화솔루션은 지난 2020년 12월 이사회를 열어 1조2000억원 규모의 유상 증자를 결의했다. 그린 수소와 태양광에 각각 2000억원과 1조원을 투자하고, 이를 포함해 약 2조8000억원을 앞으로 5년 동안 신성장 동력 사업에 투입할 예정이라는 설명이다. 2025년 매출 21조원과 영업익 2조3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각오다.
태양광 사업에서는 페로브스카이트 등 차세대 태양광 소재 연구 개발(R&D)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태양광 모듈과 에너지 저장 장치(ESS)를 함께 판매하는 고부가 가치 사업을 강화하는 것이 주요 계획이다.
또 한화큐셀은 태양광 모듈과 소프트웨어(SW)를 결합해 전력 소비 패턴 등의 데이터를 인공 지능(AI)으로 분석, 분산형 발전에 활용하는 사업도 추진한다. 이를 위해 한화솔루션은 작년 8월 미국 SW 업체 그로윙에너지랩스(GELI)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앞서 한화솔루션은 3대 중장기 전략 가운데 하나로 에너지 리테일 사업을 제시한 바 있다.
태양광 사업 로드맵과 관련해 한화솔루션 측은 "(한화큐셀이) 단순히 태양광 모듈을 생산, 판매하는 사업자에서 정보 기술(IT) 기반의 종합 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하면서 "5년 뒤 태양광 사업에서만 12조원의 매출액을 기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에너지 업계 너머로 덩치 키운다
한화 그룹은 김동관 사장이 이끄는 한화솔루션에 그야말로 전방위적인 지원 사격을 펼치는 모습이다.
지난해 인수 합병(M&A) 시장에서 광폭 행보를 보였던 한화솔루션은 100% 자회사인 한화갤러리아와 한화도시개발까지 끌어안기로 했다. 잠정 합병 시점은 오는 4월로, 한화솔루션은 기존 4개 부문(전략·첨단 소재·케미칼·큐셀)에 2개 부문(갤러리아·도시 개발)을 더해 총 6개 부문을 운영하게 된다.
한화 그룹 계열 비금융 회사들 중 유일하게 10조원 이상을 보유한 한화솔루션은 한화갤러리아·한화도시개발 합병으로 자산 규모가 13조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화갤러리아와 한화도시개발의 자산은 지난 2019년 말 각각 2조원과 2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됐다.
그러나 한화솔루션이 한화갤러리아 및 한화도시개발과 어떻게 '케미'를 낼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불거지면서, 이는 김동관 사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해석도 일각에서 나온다.
한화솔루션이 한화 그룹 계열사 합병을 통해 빠르게 몸집을 불리는 데에는 김 사장에 힘을 실어주는 그룹 차원의 동력이 작용했을 것이며, 김 사장 입장에서는 석유 화학·소재·수소·태양광 등 에너지 관련 사업들 뿐 아니라 도시 개발·유통 등 분야들까지 총괄하는 경험을 통해 후계자로서 훈련 받을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물론 이 같은 합병이 기존 사업 경쟁력 강화에 유효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한화도시개발 경우 산업 단지 개발 사업에서 탄소 배출 감축 시스템 등을 구축해 한화솔루션의 그린 사업들과 시너지를 낼 가능성이 제기된다. 백화점 사업 등을 하는 한화갤러리아는 현재 코로나19 사태로 고전하고 있기는 하지만, 유통 업체인 만큼 향후 뛰어난 현금 창출 능력으로 그린 사업 투자 재원을 마련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니콜라 논란
한화솔루션에 한화 그룹 전반의 힘이 집중되면서, 김동관 사장의 운신의 폭도 넓어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니콜라 리스크'를 변수로 지목하고 있다.
미국 수소 트럭 스타트업인 니콜라는 지난해 차 한 대 팔지 않고 나스닥 상장에 성공했으나, 같은 해 9월부터 사기 의혹을 비롯한 각종 논란들이 연달아 터지면서 미국 제너럴모터스(GM)를 비롯한 파트너사들과의 계약이 무산되는 등 주춤하는 모습이다.
앞서 한화 그룹은 지난 2018년 한화에너지와 한화종합화학을 통해 니콜라에 1억달러(약 1100억원)를 투자하면서 니콜라 지분 6.13%를 확보했다. 니콜라가 미국과 캐나다에 구축하기로 한 수소 충전소 등의 인프라에 진출하기 위한 장기적 투자다.
그러나 니콜라 투자의 경우 수익률로 따질 때 실패로 단언할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화 계열사들은 주당 4.5달러 수준으로 니콜라 주식을 사들였는데, 최근 니콜라 주가가 20달러 안팎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니콜라 주가가 2020년 94달러에 육박했을 때에 비해서는 아쉬운 수준이지만, 4배가 넘는 수익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