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리포트] AK홀딩스의 '제주항공 구하기' 셈법

난감해진 제주항공 살리기, 제주항공 채무보증 1050억

2020-11-24     전지현 기자
출처=금융감독원 AK홀딩스 사업보고서.

[이코노믹리뷰=전지현 기자] AK홀딩스(006840)가 주력 계열사인 제주항공(089590)으로 인해 재무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제주항공이 코로나19 영향에 직격탄을 맞자 적극적인 수혈에 나서면서 돈줄이 마르고 있어서다. 다른 계열사를 통해 현금을 확보하고 있지만, 이 추세대로라면 지속적인 차입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AK홀딩스 채무보증액 총 잔액은 1160억원으로 기존 110억원에서 1050억원 증가했다. 제주항공 지원 탓이다. AK홀딩스는 지난 20일 제주항공을 대상으로 각각 690억원과 360억원의 채무보증을 결정했다.

출처=제주항공 2020년 3분기 사업보고서.

제주항공이 운영자금을 목적으로 한국수출입은행으로부터 574억원의 단기차입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제주항공 차입금은 기존 700억원에서 1274억원으로 확대됐다.

이번 채무보증은 제주항공이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는 데 있어 신용으로 충족되지 않는 부분을 AK홀딩스가 대신 보증을 서주는 계약이다. 만일 보증부분이 상환불능 상태에 처하면 AK홀딩스가 대신 상환부담을 진다.

동시에 AK홀딩스는 제주항공의 P-CBO 발행에 대해서도 360억원의 연대보증을 섰다. P-CBO는 신규로 발행되는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자산담보부증권이다. 신용도가 낮아 회사채를 직접 발행하기 어려운 기업의 신규 발행 채권을 모아 보증을 통해 발행되는 것을 의미한다. AK홀딩스가 보증한 360억원은 현대차증권을 통해 유동화 회사에 양도될 예정이다.

이전까지 AK홀딩스가 채무보증을 한곳은 에이엠플러스자산개발 54억원과 에이케이에스앤디 56억원 등 2곳으로 총 110억원에 그쳤다. 하지만, 이번 결정으로 계열사 채무보증잔액 규모는 기존보다 10배 치솟았다. 

제주항공 구하기에 지급보증 규모 '껑충', 우발채무 '적신호'

물론 AK홀딩스는 채무보증 잔액이 급증했음에도 재무건전성 유지에는 부담이 크지 않은 상황이다. AK홀딩스 채무보증잔액은 3분기 별도 기준 자기자본(5395억원)의 22%에 그친다.

문제는 AK홀딩스의 제주항공에 대한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AK홀딩스는 제주항공이 지난 8월 유상증자를 통해 1505억원의 자금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주주배정에 참여, 687억원을 지원한 바 있다.

출처=AK홀딩스 2020년 3분기 사업보고서.

현금성자산이 20억원 수준이었던 AK홀딩스 선택은 차입이었다. 이로인해 AK홀딩스 별도 기준 총차입금은 3분기 현재 1428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 795억원에서 약 2배 늘었고, 차입금 의존도는 13%에서 21%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도 15.6%에서 27.27%로 확대됐다.

AK홀딩스 재무건전성을 놓고 볼때 현재까진 큰 문제는 없다. 그러나 앞으로도 제주항공을 향한 추가적인 수혈이 불가피하다는 점이 우려요소다. 제주항공은 지난 1분기 영업손실 638억원을 기록한데 이어 올해 3분기에도 692억원의 적자를 보이면서 3분기 누계영업손실이 2173억원에 달했다.

이 영향에 현재 당기손실액은 총 2650억원으로 치솟았다. 여기에 제주항공은 1년 이내 상환예정인 리스부채 및 장기차입금, 단기차입금이 각각 1415억원, 101억원, 600억원으로 총 2116억원이나 된다.

리스부채에 대한 이자비용도 2분기 215억원에 이어 3분기 150억원 발생했다. 향후에도 제주항공이 AK홀딩스의 채무보증을 바탕으로 일으킬 차입 규모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주머니돈 마르는 AK홀딩스, 계열사 돈 모으고 또 모으고?

상황은 이렇지만 AK홀딩스가 보유한 3분기 기준 현금성자산은 21억원뿐이다. 현재까지 AK홀딩스만으론 재무건전성 및 우발부채를 감내할 능력에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지속적인 수혈이 예고된 만큼 현금조달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게다가 AK홀딩스 역시 현재 1년 이내에 갚아야할 차입금 규모가 1405억원에 달한다.

출처=AK홀딩스 2020년 3분기 사업보고서.

이 때문인지 AK홀딩스는 계열사로부터 수익을 최대한 끌어내는 분위기다. 애경그룹 지주사인 AK홀딩스의 주수입은 계열사로부터 거둬들이는 ▲배당금 수익 ▲경영자문수수료 ▲브랜드사용료다.

AK홀딩스는 올해 3분기 누적영업수익(매출액) 429억원을 기록했는데 이중 애경화학과 에이케이켐텍로부터 거둬들인 수익은 각각 138억원, 115억원이었다.

특히, 배당금 수익비중이 높았다. 통상 주주들에게 지급되는 배당금은 해당 회사 당기순이익에서 결정되는데, 배당 후 남은 자금으로 기업은 미래를 위한 투자 또는 리스크 관리비용 등으로 활용된다.

그러나 애경화학은 지난해 영업이익 231억원, 당기순이익 165억원을, 에이케이켐텍의 경우 205억원, 126억원을 기록했다. 이를 감안하면, 두 회사는 당기순이익 대부분을 AK홀딩스에 지급하면서 회사내 자금으로 27억원와 11억원만을 남긴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대해 AK홀딩스 관계자는 "기존 50%였던 애경화학 지분이  최근 나머지를 인수한뒤 100% 자회사가 되면서 배당금이 더 커진 것이고, 에이케이켐텍은 최근 실적이 좋아 한동안 진행하지 않았던 배당을 실시한 것 뿐"이라며 "이사회 결정에 따라 쌓아둔 이익 내에선 얼마든지 배당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주항공 유상증자 참여 등으로 부채가 늘었으나 앞으로의 항공업 현황에 따라 상황이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