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재야 콘서트 여는 조영남

2008-12-16     강혁 기자


“전망 좋은 집 장만한 비결? 재테크를 하지 않는 것이지”


지난 여름 예술의전당 콘서트 홀에서 매진 사례를 이루며 공연을 펼쳤던 조영남이 2008년을 보내는 마지막 밤, 친동생 테너 조영수(부산대 음대교수) 씨와 고양 아람극장 오페라하우스에서 송년·제야 콘서트를 갖는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기에 콘서트뿐 아니라 서울옥션에서 열리는 미술품 자선경매와 라디오 진행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자칭 ‘나쁜 남자’ 조영남(63) 씨의 자택을 방문했다.
그는 영동대교와 한강이 훤히 보이는 시야가 탁 트인 180평 규모의 집에 산다. 거실에서 밖을 내다보면 한강이 유유히 흐르고 지나가는 자동차들은 마치 장난감 같다. 거실 곳곳에 세워져 있는 캔버스와 피아노는 그가 화수(그림 그리는 가수)임을 보여준다.
‘전망 좋은 집’에 혼이 빠져 이런 좋은 집은 어떻게 샀느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재테크를 안한 것이 비결이라는 다소 4차원적인 대답이 돌아왔다.

친동생 테너 조영수 씨와 콘서트 열어
“나는 주식이 뭔지도 몰라. 내가 재테크를 안 하고 이런 좋은 집을 갖게 된 비결은 인내심이야. 영동대교 풍경이 이렇게 좋으니까 나는 이 집 값이 내려가도 상관없다 생각했지.
이 집 값이 더블로 막 떨어질 때가 있었어. 그때까지 나는 상관없다 버티고 있었는데 그때 팔고 간 사람들은 다 손해 보고 팔고 갔으니까. 이게 재개발을 해서 집값이 두 배 세 배 뛰니까 나만 수지맞았지. 처음에는 6가구가 사는 빌라였는데 그때 안 판 사람은 나밖에 없었어. 출발은 3층짜리 작은 빌라였지.”
재테크에서 경제위기로 화제가 넘어가자 ‘4차원 화수’ 그만의 독특한 의견을 내놨다.
“내가 50년 넘게 살아왔는데 경제는 늘 죽을 지경이었어. 경제라는 건 늘 우리를 괴롭히는 거야. 꼭 무슨 환율이 올라갔다고 해서 우리가 괴롭힘 당하는 게 아니라 경제라는 게 늘 우리를 괴롭히는 거여.
돈이 있어도 괴롭고, 없어도 괴롭고. 경제는 평생을 괴롭히는 과제물 같은 거니까 이런 때일수록 잘 견뎌내고 풀어가야 되고. 돈이 좀 덜 벌리면 덜 먹고 덜 쓰고 기죽지 말고 대책을 세워나가야지. 엄살을 부려서 될 일이 뭐 있어.”

내가 50년 넘게 살아왔는데 경제는 늘 죽을 지경이었어. 경제라는 건 늘 우리를 괴롭히는 거야. 돈이 있어도 괴롭고 없어도 괴롭고. 경제는 평생을 괴롭히는 과제물 같은 거니까 이런 때일수록 잘 견뎌내고 풀어가야지.

25세에 데뷔, 두 번 이혼하고 여러 번 사랑해
잘된 시기가 지나면 반드시 안되는 시기가 있다고 말하는 그는 25세에 데뷔해 두 번 이혼하고 여러 번 사랑하고 수만 번 노래를 불렀다.
남들이 보기에는 힘들고 굴곡진 인생이라 할 만도 하지만 그는 항상 에너지가 넘친다.
“일을 어렵게 하지 않으니까 에너지가 넘치지. 어려운 일은 절대로 안 하니까.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들이니까 지칠 까닭이 없지. 그런 의미에서 나는 행운아지. 우리 나라에서 가장 행운아인 셈이지.”
그는 주변에 여자친구가 끊이지 않는 인기쟁이 자칭 ‘나쁜 남자’다.
“사실 연애는 잘 안되고. 여자친구들하고는 관계가 아주 좋지. 친구가 재밌어. 섹스를 하는 게 연애고 안 하면 친구라고 그러지. 섹스를 하면 문제가 생겨, 남자하고 여자는. 하기 전에는 정말 재밌어. 하고 나면 문제가 생겨, 싸움이 생기고. 서로 소유욕이 생기니까. 너는 내 거다, 왜 딴 남자하고 만나냐.
왜 딴 여자한테 껄떡거리냐. 자꾸 시비를 걸게 되지. 그냥 친구 사이는 딴 여자 만나건 신경 안 쓰잖아. 구속이 싫어. 내 나이가 스킨십의 끈을 놓을 수 있는 나이라는 게 참 다행인 거지. 친구들 만나면 밥 먹고 각종 수다를 떨지. 하루 밤에 연예인 네다섯 명 죽이고 그때그때 재미가 있잖아. 쇼핑 다니고 영화 가고 대충 그런 거지 뭐. 그런 거 하다 보면 시간이 모자라지. 그러다 보면 집에 가야 된다고 그래.”

연애 다음으로 재밌는 것이 그림 그리는 것
18년 동안 그림을 그려온 그는 “연애 다음으로 재밌는 것이 그림”이라고 말한다.
“노래는 내가 사람들 앞에서 떠들잖아. 그림은 사람들 앞에 나서지 않고 ‘내가 나다’ 이걸 얘기할 수 있는 아주 좋은 매체지.
나서지 않고 조용히 내가 누구라는 것, 어떤 생각을 하고 있고 어떻게 살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일종의 취미야. 낚시, 바둑, 영화 보는 거랑 똑같아. 좋은 영화 보면 흥분되잖아.
그림도 좋은 취미지. 그림을 몇 개 그렸는지는 몰라. 그런 거 따지는 성격이 아니야. 내가 부른 노래도 몇 곡인지 몰라.”
악착같이 재밌게 놀아야 한다는 자칭 ‘재미추구자’인 그는 지난 일을 후회한 적이 없다고 말한다.
“나는 내가 저지른 일에 대해서는 후회를 안 해. ‘그때 나로서는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다’ 이렇게 생각하는 거지. 뭐 비록 남들이 보면 후회할 만한 짓이었어도 난 후회를 안 해.
술 먹고 후회하는 일? 술이 나쁜 놈이지, 내가 후회할 게 뭐 있어. 술 먹고 후회하려면 맨날 후회해야 되는데. 후회라는 건 백해무익한 거야.”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12시 되면 친구랑 점심 먹고, 시간 되면 라디오 방송 하러 가서 방송하고, 끝나고 혹시 여친이 오면 이마트에 가서 이불이나 하나 사고 영화 있으면 영화 하나 보고 집에 와서 자빠져 자고. 앞으로 내 인생은 지금까지 살아온 것처럼 계속 살아야지.”
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